내준 골은 단 한 골뿐이지만 변명의 여지 없는 완패였다. 아자디의 악몽은 계속 됐고 한국은 무기력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4차전 이란전에서 0-1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최종예선 첫 패배를 당하며 2승1무1패(승점7)가 됐고, 이란 원정 역대 전적에 패배 하나를 추가하며 2무5패의 열세를 이어갔다.
이날 한국은 지동원을 최전방에 세우고 양쪽 날개에 손흥민과 이청용, 공격형 미드필더에 김보경을 배치했다. 중앙 미드필더에는 기성용과 한국영이 호흡을 맞췄다. 포백에는 오재석-곽태휘-김기희-장현수가 라인을 맞췄고 김승규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이란의 파상공세에 초반부터 라인을 내려 수비하던 한국은 몇 차례 위기를 넘기며 실점 없이 버텨내고 있었다. 하지만 전반 25분 라민 레자에이안의 패스를 받은 사르다르 아즈문의 슈팅이 김승규의 손끝을 벗어나 골로 연결됐다. 그토록 경계했던 선제골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안그래도 힘든 원정에서 선제골까지 내준 한국은 그 뒤로도 이렇다 할 공격 전개 없이 상대 공격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중에 손흥민도 공격 과정에서 공을 다투다 경고를 받는 등 아쉬움이 남았다.
결국 동점골 없이 전반전을 마친 한국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한국영을 빼고 왼쪽 풀백인 홍철을 투입했다. 동시에 장현수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라가고 오재석이 오른쪽 풀백으로 자리를 바꾸며 수비 안정감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경기의 분위기는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이란은 아즈문과 레자에이안 등 공격 자원을 총동원해 한국의 골문을 위협했다. 반면 한국은 공격 기회를 만드는 것도 힘에 부쳤다. 점유율과 슈팅 수, 세트피스도 모두 밀리는 상황이었고, 오히려 상대의 위협적인 슈팅을 선방으로 막아낸 김승규 덕분에 추가 실점 없이 경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21분 또 한 장의 교체카드를 뽑아들었다. 이청용 대신 김신욱이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하지만 공격의 패턴은 바뀌지 않았고,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다. 여전히 유효슈팅 없이 끌려가는 경기 양상이 이어지자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30분 김보경을 빼고 구자철을 넣어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변화에 소득은 없었다. 김신욱의 높이를 활용한 공격도, 스피드를 활용한 측면 침투도 없었던 한국은 마지막 순간까지 유효슈팅 하나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아자디 스타디움의 무승 기록은 7경기로 늘어났고, 러시아로 가는 길은 더욱 험난해지는 씁쓸한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