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일은 겹쳐서 온다더니 딱 그 짝이다. 나고 자란 한국에서, 그리고 현재 몸담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박주영(27·아스널)에게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박주영에게 또 하나의 영국발 악재가 터졌다. 27일(한국시간) 영국의 스포츠 블로그 '풋볼 팬캐스트(www.footballfancast.com)'가 선정해 발표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존재감 없는(pointless) 20명의 선수' 명단에 박주영의 이름이 올랐다. 순위 없이 20명의 선수를 나열한 이 글에서 박주영은 마이클 오언(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오언 하그리브스(맨체스터 시티), 마우로 보셀리(위건 어슬레틱) 등과 함께 올 시즌에 활약도가 미미한 선수로 지목됐다. 블로그는 박주영에 대해 "한국축구대표팀의 주장이자 AS 모나코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활약했지만, 아스널에서는 실망감만 주고 있다"면서 "필드 위보다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고 일침을 가했다.
팬심의 변화가 느껴진다. 아스널 이적 직후인 지난해 10월께만 하더라도 풋볼 팬캐스트에는 "아르센 벵거 감독이 박주영을 왜 기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는 폴란드와의 대표팀 경기에서 2골을 터뜨리는 등 쾌조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박주영을 옹호하는 글이 주류였다. 하지만 6개월만에 상황이 역전됐다. 정규리그와 각종 컵대회를 포함해 6경기 출장에 단 한 골에 그치자 팬들도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국내 팬들도 박주영에게서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아스널 이적을 앞두고 군 입대 시기를 2022년까지 연기해 실질적인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까닭이다. 박주영 자신은 '병역을 회피할 의도가 전혀 없으며, 35세 이전에 현역으로 복무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약속'에 불과한 만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축구대표팀 멤버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강경 발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한때 박주영은 '한국축구의 미래'로 불렸다. 모나코를 거쳐 EPL 명문 클럽 아스널에 입단하며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듯했다. 하지만 악재가 겹치며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머지 않아 박주영이 또 다른 EPL 클럽인 풀럼 또는 벨기에 명문 안더레흐트로 건너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