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김성근 감독, SK에선 선발투수 안 믿었고, 한화에선 못 믿었다
확실히 2016년 한화엔 선발투수가 없었다. 그래서 김성근 감독은 불펜에 의존하는 야구를 했다. 지난해 한화 선발진은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이닝을 던졌고, 10개 구단 중 가장 나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퀵후크와 구원투수 혹사 논란이 일었고, 선발진이 시즌 초반부터 궤멸 상태였다. 선발진 승 수는 26승으로 다승왕 더스틴 니퍼트(두산)의 22승보다 딱 4승 많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과거 강한 투수진을 보유하고도 '선발 야구'를 선호하지 않은 사령탑이었다. SK에서 마지막으로 우승을 차지한 2010년이 대표적이다. 이해 SK는 8개 구단 중 최소 실점을 기록한 막강한 마운드와 수비진을 자랑했다.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3.64로 전체 1위. SK를 제외하곤 어떤 구단 선발진도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2010년 SK 선발진은 경기당 5.02이닝만 던졌다. 8개 구단 중 5위에 그쳤다. 3자책점 이하로 퀄리티스타트(이하 QS)의 한 요건을 채우고도, 다른 요건인 6이닝 전에 강판된 경우가 무려 60회였다. 이른바 '퀵후크'다. 그럼에도 8개 구단 중 세 번째로 많은 QS 53회를 기록했다. 중도 사임으로 93경기만 지휘한 2011년엔 SK 선발투수들이 고작 경기당 4.36이닝만 던졌다. 이해 SK 선발 최다승은 게리 글로버의 7승이었다. 위기에 빠질수록 불펜에 더 의존하는 스타일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2016년 한화의 데자뷔가 2011년의 SK다. 평균자책점 9위를 기록하고도 선발투수를 평균 4.63이닝 던지게 한 2015년 한화가 오히려 '정상'으로 보인다. 물론 2015년엔 완투를 밥 먹듯 했던 에스밀 로저스가 있었다. 한화는 올해 최근 세 시즌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선발진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선발투수를 좀체 믿지 않는 김 감독의 성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불펜 혹사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다면, 퀵후크든 슬로우후크든 감독의 재량이다. 김 감독뿐 아니라 선동열 삼성 감독 등도 '한 박자 빠른 선발투수 교체'를 지지했다. SK 시절 김 감독의 '벌떼 마운드'는 성공의 키워드로 각광받았다. 김 감독에겐 지난해 이루지 못했던 구상이 있었다. 2016년엔 투수 혹사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겠다고 측근들에게 말했다. 실제 LG와의 개막 시리즈에서 3이닝을 던진 정우람, 연투를 한 권혁을 출전 선수 명단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하지만 4월 6승17패라는 부진 속에 이 구상은 '없던 일'이 됐다. 퀵후크 성향은 달라지지 않더라도, 올해 선발진은 김 감독에게 '혹사'라는 불명예를 벗게 해 줄 수 있을까. 최민규 기자
2017.03.20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