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구단은 23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김성근 감독이 자진 사퇴 의사를 전했다"고 했다. 하지만 박종훈 단장 부임 이후 팀 운영 방침을 두고 갈등이 커졌고, 부임 3년 차에도 변함없이 부진한 성적이 이어졌다. 구단은 '경질'이라는 단어에 조심스럽지만 자진 사퇴로 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김 감독은 암흑기에 빠진 한화의 구원 투수로 지휘봉을 잡았다. '야신'으로 불렸지만 '야인' 생활을 하던 그에게 구단이 손을 내밀었다. 부임 첫해 6위에 오르며 소기의 성과를 보여줬다. '김성근 신드롬'이 일었다. 하지만 내일이 없는 투수 운용은 큰 비난을 받았다. 선수의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투수 운용이 이어졌다. 지나치게 많은 훈련량의 효율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시즌 시즌이 끝난 뒤엔 권한이 축소됐다. 박종훈 신임 단장과 갈등이 이어졌다. 예상하지 못한 시점이긴하지만 예견된 수순으로 보였다.
약팀을 강팀으로 만드는 능력을 인정받던 감독이다. 하지만 시대에 역행하는 야구관은 이해받지 못했다. '한화 감독' 김성근의 지난 시간을 숫자로 정리한다.
939(일) - 김성근 감독이 한화 감독으로 부임한 일수. 2014년 10월 25일 한화 구단의 공식 발표가 있었다. 약 31개월이다.
152승 - 한화에서 거둔 승수. 패전은 176번, 무승부믄 3번이다. 승률은 0.449에 불과하다. 한화를 맡기 전까지는 6개 팀을 거치며 1234승(1036패)를 거뒀다. 승률은 0.544였다.
149(회) - 김성근 감독의 마운드 운용이 지지 받지 못한 이유 중 한 가지는 선발 투수를 지나치게 빨리 교체하는 방침 탓이다. 한화 감독으로 치른 331경기 중 절반에 가까운 경기에서 퀵후크를 했다. 이 기간 한화의 투수 투입은 경기당 4.66명. 10구단 중 가장 많다. 불펜진의 부담이 커졌고, 그마저도 특정 투수가 많이 나섰다. 후유증은 시즌 후반, 시즌 종료와 함께 찾아왔다.
54(경기) - 감독 통산 2700번째 출장까지 남은 경기 수. 김 감독은 지난해 10월 2일 경기에서 2600경기 출장했다.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올 시즌 2700경기를 넘어설 수 있었다. 감독 최다 출전 기록은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이 남긴 2935경기다.
21(회) - 김 감독의 부임 첫 해인 2015년 한화 홈 경기 매진 횟수. 시즌 초반만해도 한화 신드롬이 KBO리그를 강타했다. 근성이 두드러졌고, 쉽게 패하지 않는 경기가 이어졌다. 한화 경기는 재미있었다. 한화 선수들은 올 시즌에도 네 차례나 만원 홈 관중 속에 경기를 치렀다. 논란과 지지가 크게 공존했던 김 감독이다.
1(팀) -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지 못한 팀의 수. 한화가 유일하다. 올 시즌은 장담할 수 없다. 9위(18승 25패)까지 떨어져 있지만 아직 경기는 많이 남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팀을 떠났다.
0.2(%) - 지난 3월 KBO리그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김 감독이 말한 '가을 야구' 진출 가능성.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지난 2년 동안 0.2%가 부족해서 가을 야구에 가지 못했다"고 했다. "보강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