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지만, 평생 잊지 못할 것", 쿠동원이니까 [IS 피플]
KT 위즈의 '장수 외국인 선수'였던 윌리엄 쿠에바스(35)가 7년 만에 팀을 떠났다. KT는 20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에 앞서 고별식을 가지고 KT와의 7년 동행을 마무리했다. 쿠에바스는 "KT에서 보낸 7년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2019년 KT에 입단한 쿠에바스는 2020년까지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쌓고 2021년 팀이 창단 첫 우승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쿠에바스는 시즌 막판 나흘(2경기) 동안 217개의 공을 던지며 ‘1위 결정전’까지 몰렸던 KT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바 있다.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도 7과 3분의 2이닝 8탈삼진 1실점으로 맹활약하며 통합 우승까지 견인했다. 2022년엔 팔꿈치 부상으로 방출됐던 쿠에바스는 2023년 대체 외국인 선수로 KT에 돌아와 올해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 부진의 늪에 빠졌다. 올 시즌 18경기 3승 10패 평균자책점(ERA) 5.40으로 부진한 쿠에바스는 7시즌 149경기, 55승 45패 평균자책점(ERA) 3.93의 성적을 남기고 새 외국인 투수 패트릭 머피와 자리를 맞바꿨다. KT 팀원 모두가 그와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평생 잊지 못할 것"라며 제자를 떠나보냈다. 이 감독은 "쿠에바스는 나를 우승시켜 준 선수다. (2021년) 1위 결정전에서 보여준 투혼이 결정적이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KS에 못 갔다. 그 경기를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소회했다.
이강철 감독에게 쿠에바스는 '애증의 관계'이기도 했다. 포수의 리드보단 자신의 기분에 따라, 변화구 타이밍에 직구 승부를 펼치다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감독에겐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였다. 이 감독은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다. 많이 싸웠다"라면서 "그래도 실력이 좋은 선수였다. 중요할 때 갖고 있는 기량보다 10~20% 이상 더 좋은 공을 던져줬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쿠에바스가 야구를 오래 하고 싶어 하는데, 어느 곳에서든 잘했으면 좋겠다"라고 응원했다. 2019년과 2020년, 그리고 2024년부터 올해까지 쿠에바스와 함께했던 외국인 동료 멜 로하스 주니어도 "그는 최고의 투수이자 최고의 동료였다"며 "투수로서 갖춰야 할 좋은 것들을 모두 갖고 있는 선수고, 최선을 다해 공을 던지는 프로페셔널한 투수였다"라고 돌아봤다. 2022년부터 함께했던 마무리 투수 박영현 역시 "가족으로 생각했던 선수가 떠나니 아쉽다. 어디 가서든 잘했으면 좋겠다"라며 응원하기도 했다. 쿠에바스는 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다. 7년이라는 생활은 길었고, 좋은 기억이 너무 많다. 선수들 모두가 내 형제라고 생각한다.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은퇴할 생각은 없다. KBO에서 내년에 불러준다면, 100% 나는 다시 돌아올 생각"이라고 밝혔다. 영영 이별하는 게 아닌 '잠시만 안녕'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수원=윤승재 기자
2025.07.21 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