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SK 로맥, 답은 그라운드 '왼쪽'에 있다
SK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32)이 타격 슬럼프에 빠졌다. 가장 큰 이유는 뭘까.로맥은 6월 이후 출전한 33경기 타율이 0.161에 불과하다. 지난달 28일 잠실 두산전에선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타율 2할대 지지선도 무너졌다. 시즌 초반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어깨 부상으로 퇴출된 대니 워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된 로맥은 5월 11일 데뷔전을 치렀다. 첫 22경기에서 홈런 11개를 몰아치며 엄청난 파워를 자랑했다.하지만 이후 행보는 기대를 밑돈다. 눈여겨봐야 하는 건 타구 분포다. 오른손 타자인 로맥은 당겨치는 풀 히터다. SK와 계약하기 직전 뛰었던 샌디에이고 마이너리그 트리플 A에선 당겨 치는 비율(Pull%)이 50.7%로 절반을 넘겼다. 대부분의 타구가 좌익수 방향으로 향했다. 정경배 SK 타격코치는 "로맥은 풀 히터가 맞다"고 말했다.SK 입단 후 한동안 타격 스타일은 유지됐다. 첫 25경기에서 좌측으로 향한 타구 비율이 54%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엔 타구 방향이 오른쪽으로 퍼지고 있다. 로맥은 6월 9일 이후 치른 22경기에서 좌측 타구 비율이 42%에 불과하다. 반면 우측 타구 비율은 26%에서 32%로 상승했다. 첫 25경기와 비교하면 밀어치는 타구가 늘었다.선수가 원한 결과는 아니다. 이 기간 타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투수들이 바깥쪽 유인구를 집요하게 던지면서 밸런스가 무너졌다. 정 코치는 "미국에선 볼로 생각했던 바깥쪽 코스가 스트라이크로 판정되면서 혼란이 오는 것 같다"며 "타격할 때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배트에 공이 깎여 맞는다"고 말했다. 아웃코스의 공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타구가 우익수 쪽으로 날아가고 있다. 타격 유형상 로맥은 좌중간 타구가 많이 나와야 이상적이다.수 싸움에서 밀린다. 최근 로맥을 상대하는 투수들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코스를 집중 공략해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한다. 그다음 몸 쪽 높은 코스로 헛스윙을 유도한다. 실투를 노려야 하는데 머릿속이 복잡하다. 로맥은 "훈련 전 토스배팅을 할 때 전날 결과에 따라서 타구 방향을 다양하게 하는 훈련을 하는데 그때 여러 가지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A구단 전력분석원은 "백스톱으로 날아가는 파울이 많다. (생각이 많아) 타격 타이밍이 늦어서 그런 것이다"고 평했다. 위기의 상황. 자신의 타격 스타일을 고수하는 게 중요하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로맥은) 당겨 쳐서 강한 타구를 만드는 쪽으로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웃코스를 주로 공략하는 투수를 상대하기 위해 밀어치는 유형으로 변화를 주면 안 된다는 의미다. 자칫 더 큰 부진에 빠질 수 있다. 정 코치도 "'바깥쪽은 너뿐 아니라 다른 선수도 못 치니 몰리는 공을 쳐야 한다'고 말해 준다"며 "밀어서 치라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파워 히터인 로맥의 좋은 롤모델은 호세 바티스타(토론토)다. 200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바티스타는 6년 동안 홈런 59개를 때려 낸 평범한 타자였다. 무려 5개 팀을 거쳤을 정도로 '저니맨'에 가까웠다. 하지만 2010년 토론토에서 단숨에 54홈런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그해 바티스타는 드웨인 머피 타격코치와 협의해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변화를 줬다. 우선 타격 시 왼발을 높게 드는 레그킥을 장착했다. 이어 당겨치기를 시도했다. 머피 코치는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와 인터뷰에서 "바티스타는 천부적인 풀 히터지만 어떻게 공을 당겨서 쳐야 하는지를 몰랐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풀 히터로 변모한 바티스타는 당겨치는 비율이 2009년 35.9%에서 이듬해 51.2%로 급상승했다. 콘택트보다는 일발장타에 초점을 맞춘 변화가 신의 한 수였다. 방향을 가리지 않는 스프레이 히터보다 풀 히터가 맞춤옷이었다.SK는 '풀 히터' 로맥에게 강한 신뢰를 갖고 있다. 타격 슬럼프는 '적응'의 단계라는 믿음이 지배적이다. 정 코치는 "본인 스윙만 한다면 타구는 좌중간으로 나갈 것이다. 타구의 날아가는 각이 워낙 좋아서 지금까지 우중간으로 밀어 친 홈런이 1개밖에 없다. 힘은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로맥은 홈런 14개 중 비거리 130m 이상 홈런을 3개나 기록 중이다. 팀 동료이자 리그 홈런 1위 최정(30개 중 2개)보다 많다. 바깥쪽 코스에 대한 해결책만 찾는다면 반등의 기회가 올 수 있다. 지난 5일 경기에서 로맥은 KIA 팻 딘의 슬라이더를 잡아 당겨 좌측 폴 안쪽에 떨어지는 라인드라이브 홈런을 때려 냈다. 그는 "내 스윙을 제대로 하면서 페어 지역으로 홈런이 나왔다. 타격감은 조금씩 괜찮아지는 추세라고 생각한다. 한 스텝 한 스텝씩 올라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로맥이 그리고 있는 터닝포인트, 그 해답은 그라운드 '왼쪽'에 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ins.com
2017.07.10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