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22건
프로야구

어디서 저런 힘과 기술이…'타자 오타니' 경계령 격상

한국 야구대표팀에 내려진 '오타니 경계주의보'가 격상됐다.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는 지난 6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한신 타이거스와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공식 평가전에 3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2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WBC 일본 대표팀 합류 후 처음 실전 경기에 나선 오타니는 괴력의 홈런 두 방을 날려 일본 열도를 들썩이게 했다. 이날 교세라돔에는 오타니를 보러 온 구름 관중으로 매진을 달성했다. 오타니는 2017년 9월 23일 지바 롯데전 이후 1990일 만에 일본 무대에서 홈런을 쏘아 올려 응원에 보답했다.1회 초 첫 타석에선 한신 선발 사이키 히로토의 4구째 시속 154㎞ 높은 포심 패스트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오타니는 3회 초 2사 1·2루에서 사이키를 상대로 3점 홈런을 터뜨렸다. 4-1로 리드한 5회 초 2사 1, 2루에선 한신 2번째 투수 도미다 렌과 풀카운트 접전 끝에 7구째 142㎞ 높은 직구를 받아쳐 우중월 홈런을 날렸다. 이날 오타니의 홈런은 힘과 기술이 결합한 스윙에서 나왔다. 특히 첫 번째 홈런은 사이키의 포크볼에 중심이 무너져 허리가 빠진 상태에서 왼 무릎을 꿇은 채 뽑아냈다. 요시무라 사다아키 일본 대표팀 타격코치는 "타이밍을 뺏겼지만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홈런이다.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오타니를 전담 취재하는 일본 닛칸스포츠 취재진은 "오타니가 진화했다"고 표현했다. 이 매체는 "오타니는 2020년 하이 패스트볼에 상당히 고전했다. 상대가 하이 패스트볼 구사 후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 승부를 걸어오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2021년 하이 패스트볼 약점은 극복했지만, 낮은 변화구는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오타니는 이날 첫 타석에서 사이키의 시속 154㎞ 하이 패스트볼에 타이밍이 늦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두 번째 타석, 사이키의 '강속구'를 머릿속에 담아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이키는 포크볼을 던졌고, 오타니는 타이밍을 뺏겼지만 기술적인 대응으로 홈런을 만들었다. 닛칸스포츠는 "오타니가 무릎을 꿇으며 홈런은 친 건 처음"이라고 전했다. MLB닷컴도 "오타니가 일본 대표팀에 복귀해 무릎을 꿇으면 홈런을 쳤다"고 전했다. 두 번째 홈런은 '괴력'이 돋보였다. 통산 세 차례 퍼시픽리그 홈런왕에 오른 야마카와 호타카는 "정말 놀랍다. 오타니의 홈런을 보면 (상실감에) 야구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라며 "두 번째 홈런은 배트가 부러져 있었다. 레벨이 다르다"고 혀를 내둘렀다. 오카다 아키노부 한신 감독은 "볼로 떨어지는 포크를 받아쳐 홈런으로 연결하니 놀랍다"고 말했다. 피홈런을 내준 사이키는 "지금껏 상대한 타자와 레벨이 다르다"고 인정했다. 오타니는 7일 열린 오릭스와 평가전에는 1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한 뒤 4회 교체됐다. 전날 경기부터 4타석 연속 출루로 좋은 타격감을 유지했다. 오는 10일 일본과 맞붙는 한국 대표팀에는 '타자 오타니' 경계령이 떨어졌다. 그동안 대표팀에는 '투수 오타니'가 무서운 존재였다. 오타니는 2015 프리미어12 한국과의 개막전, 준결승전에 두 차례 등판해 총 13이닝 동안 3피안타 2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 대회서 '타자 오타니'는 선보이지 않았다. 이후 오타니는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했고, 8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10일 한국전 선발 투수로 점쳐진다. '타자 오타니'가 한국전에 처음 나설 전망이다. 평가전에서 괴력의 홈런을 터트리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우리 투수진이 일본 '타선의 핵' 오타니를 상대로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이형석 기자 2023.03.08 05:30
메이저리그

[손차훈의 리얼 MLB] 클럽하우스에서 하는 준비가 결과를 만든다

필자는 2013년 피터 오말리 전 LA 다저스 구단주와 박찬호의 도움으로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전력분석파트 업무를 수행하며 값진 경험을 쌓았다. 그 인연을 이어온 덕분에 올해는 샌디에이고 프런트 오피스의 배려로 MLB 운영과 육성 시스템을 체험할 두 번째 기회를 갖게 됐다. 부족하지만 필자의 경험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클럽하우스(Clubhouse)에선 생각 이상으로 많은 일이 벌어진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KBO리그에선 클럽하우스의 중요성이 크지 않았다. 휴식하고 옷을 갈아입는 정도의 역할만 했다. 그래서 클럽하우스를 라커룸(locker room)이라고 불렀다. 대부분의 라커룸은 비좁은 개인 락커와 치료용 침대 2~3개 정도가 마련된 트레이너실, 협소한 체력단련실로 구성됐다. 별도의 휴식 공간이 없어 선수들은 몸을 눕힐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어디서라도 잠시 눈을 붙이고 경기에 나서곤 했다. 지금은 클럽하우스에 전력분석실이 포함돼 있지만, 과거엔 아니었다. 당시엔 전력분석이라는 개념조차 없어 구단 기록원들이 기본적인 자료를 락커에 넣어주면 선수들이 한 번씩 살펴보는 게 전부였다. 2000년대 중반 전력분석이 팀 승패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강조되면서 각 구단은 전력분석팀을 구성하고, 전력분석실을 개설했다. 그러면서 비로소 클럽하우스라는 개념의 환경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젠 선수단의 경기 전 상대 팀 분석이 일상화됐다. 클럽하우스 내 전력분석실에선 선수들의 다양한 미팅이 이뤄지고 있다. KBO리그 신축 구장인 창원 NC파크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를 비롯해 인천 SSG랜더스필드까지 MLB급 클럽하우스가 들어섰다. 지어진 지 오래된 야구장에서도 클럽하우스를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MLB 구단들은 상대를 분석하고 경기를 준비하는 중요한 공간으로 클럽하우스를 활용하고 있다. 전력분석 파트에선 3연전 또는 4연전 첫날 상대 팀의 모든 투수 및 야수에 대한 자료를 만든다. 다음날 등판하는 선발 투수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건 KBO리그와 다르지 않다. 경기 전 가장 분주한 트레이닝 파트는 선수 개개인에게 필요한 치료를 쉴 틈 없이 제공한다.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단이 가장 집중하는 공간은 비디오 룸과 실내연습장이다. 특히 선수들의 방문이 가장 활발한 비디오 룸에서는 투·타 코치들과 전력분석원이 선수와 자료를 공유하고 전날 경기 영상을 돌려본다. 그리고 서로의 의견을 나눈 뒤 실내연습장으로 이동, 토론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훈련을 진행한다. 클럽하우스에서의 훈련은 경기 중에도 계속된다. 더그아웃에 근접한 클럽하우스 내 비디오 룸과 배팅 케이지에선 보조 타격코치와 전력분석원이 상주, 당일 경기의 타격을 끝낸 선수와 함께 이전 타석의 타격 영상을 바로바로 살펴본다. 백업 선수들은 실내 배팅케이지에 설치된 배팅 기계를 상대 투수의 평균 구속에 맞춰 타격 훈련을 한다. 언제든지 출전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는 셈이다. 선수들 사이에선 실내 연습장에서의 훈련이 중요한 루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원정팀 클럽하우스에도 홈팀과 유사한 훈련 시설이 갖춰져 홈구장에서 했던 경기 준비 과정을 지속해서 할 수 있다. 샌디에이고에서 뛰는 김하성도 클럽하우스에서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하고 있다. 정규시즌 162경기를 뛸 체력은 물론이고, 경기 준비과정을 고려해 체력을 안배해야 한다는 걸 배워나가고 있다고 한다. MLB 선수들은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빅리그 무대를 밟는다. 어렵게 도착한 세계 최고 수준의 무대에서도 쉼 없이 노력하고 준비한다. 그 모습을 직접 보니 MLB 선수들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 더욱 커졌다. KBO리그에서도 클럽하우스의 중요성이 강조돼야 한다. 타 구단과 차별화된 훈련 환경과 인적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준비 과정 없이 부진한 것과 노력하고도 부진한 건 달리 평가해야 한다. 프로이기에 결과에 대한 책임은 선수들의 몫이다. 그러나 선수를 관리하는 프런트의 역할도 중요하다. MLB의 클럽하우스처럼 선수단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최근 KBO리그 팀들의 클럽하우스에선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단순히 휴식하는 장소가 아닌 경기를 준비하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길 희망한다. 최창원 전 SK 와이번스 구단주의 말씀이 떠오른다. "준비 과정에 충실하세요. 그러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될 겁니다." 손차훈 전 SK 와이번스 단장 정리=배중현 기자 2022.07.26 07:30
야구

한화 워싱턴 타격코치, MLB 시카고 컵스로 떠난다

한화 이글스 조니 워싱턴(38) 타격 코치가 미국 메이저리그(MLB)로 돌아간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11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가 올해 KBO리그 한화에서 일한 조니 워싱턴을 타격 보조코치로 영입했다"고 전했다. 한화 구단 관계자도 "워싱턴 코치가 최근 컵스로부터 좋은 조건의 제안을 받아 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확인했다. 워싱턴 코치는 컵스와 계약에 합의한 뒤 세부 조건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코치는 2010년 LA 다저스 마이너리그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 2017년부터 3년간 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1루와 타격 코치를 맡았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올 시즌 함께 한국에 왔고, 이후 노시환, 정은원, 이성곤 등 주축 타자들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화는 빠른 시일 내에 대체자를 물색할 계획이다. 배영은 기자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2021.11.11 18:17
야구

한화, 워싱턴 타격코치 영입…외국인 스태프 구성 완료

한화가 조니 워싱턴(36) 전 샌디에이고 타격코치를 영입했다. 한화는 20일 워싱턴 코치 선임 소식을 전하며 "36세의 젊은 워싱턴 코치는 26세에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베테랑 지도자다. 마이너리그에서 많은 유망주를 육성했고,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한화 선수들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도를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코치는 2010년 LA 다저스 마이너리그 코치를 시작으로 샌디에이고 마이너리그 코치를 거쳤다. 2017년 MLB 샌디에이고 1루 코치를 맡은 뒤 2019년 샌디에이고의 타격 코치로 활동했다. 한화는 "워싱턴 코치는 다저스 소속 시절 작 피더슨, 코리 시거, 코디 배린저 등의 성장을 도왔다. 샌디에이고에서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등을 길러냈다"고 전했다. 워싱턴 코치는 "MLB 타격코치는 선수들의 '가이드'다. 코치가 선수의 심리 상담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반면 마이너리그 타격코치는 가장 높은 레벨에서 임팩트 있는 야구를 할 수 있는 선수를 만들어야 한다"며 "실전 같은 훈련 분위기가 조성돼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빨라진다. 한화에는 작은 부분만 수정하면 팀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유망주들이 있다. 강한 타구를 만들려는 의지, 인플레이 타구를 더 생산하려는 욕심이 필요하다. 타자들의 장점을 파악하고, 선수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는 게 타격코치의 중요한 임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카를로스 수베로(48) 감독을 선임한 한화는 대럴 케네디 수석코치,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에 이어 워싱턴 타격코치까지 영입해 주요 보직을 채웠다. 올 시즌이 끝난 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장종훈·송진우 코치와 결별해 생긴 공백을 외국인 육성 전문가에게 맡기려는 것이다. 김식 기자 2020.12.20 13:51
야구

매서니 감독, STL에서 해고…지라디·맥과이어 후보군

마이크 매서니(48)가 세인트루이스를 떠난다.세인트루이스 구단은 15일(한국시간) 매서니 감독을 해고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엔 감독을 보좌한 존 메이버리 타격코치와 빌 뮬러 보조 타격코치도 포함됐다. 한 번에 3명의 코칭스태프가 팀을 떠난 혼란 속에 마이크 쉴트 벤치코치가 잔여 시즌 팀을 이끌게 됐다.매서니 감독의 계약기간은 2020년까지였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에 따르면 세인트루이스 감독이 계약기간 중 해고된 건 1995년 조 토레에 이어 매서니가 처음. 결국 성적 부진에 발목이 잡혔다.토니 라루사에 이어 2012년 감독직에 오른 매서니는 4년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놨다. 2013년엔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선수 시절 정상급 수비형 포수였던 커리어(골드글러브 4회 수상)를 감독까지 이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2년 동안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했고, 올 시즌에도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3위(47승46패)까지 처져 포스트시즌 진출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였다.한편 현지 언론에선 조 지라디 전 뉴욕 양키스 감독, 마크 맥과이어 현 샌디에이고 벤치 코치를 유력 차기 감독 후보로 분류하고 있다. 지라디는 2009년 양키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경험이 있고, 맥과이어는 세인트루이스의 레전드 타자다. 이밖에 구단 내부 인물 중에선 3루 코치 호세 오퀜도, 투수 코치 마이크 매덕스 등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tbc.co.kr 2018.07.15 15:27
야구

[인터뷰 IS] SK 로맥, "한국에서 내 야구를 끝내고 싶다"

제이미 로맥(32)은 최근 KBO 리그에서 가장 흥미로운 외국인 타자다.어깨 부상으로 퇴출당한 대니 워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돼 10일까지 91경기에서 타율 0.233·27홈런·54타점을 기록 중이다.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힘은 장사다. 데뷔 21번째 경기에서 10홈런 고지를 밟았다. 2004년 박경완(12경기)과 1990년 이만수(19경기), 2002년 송지만(20경기)에 이어 역대 네 번째 최소 경기 10홈런 기록이다. 외국인 타자 중에선 페이스가 가장 빨랐다.14타석마다 홈런 1개를 터뜨렸다. 규정타석(446타석)을 채운다고 가정하면 32홈런이 가능하다. 몰아치기에도 능하다. 연타석홈런을 6번 기록해 1999년과 2003년 이승엽(삼성)이 달성한 한 시즌 최다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그만큼 폭발력이 대단하다. 타율이 부족한 아쉬움을 넘치는 홈런으로 만회하고 있다. 극심한 타격 부진 끝에 잠시 2군(7월 13~22일)에 내려가기도 했지만 꾸준하게 중심타선에서 활약 중이다.계약 소식이 전해진 뒤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211홈런을 때려 낸 경력이 있고, SK와 계약 직후인 지난 4월 퍼시픽코스트리그 MVP와 이달의 마이너리거로 뽑히기도 했다. 원 소속팀 샌디에이고에서 메이저리그 콜업을 준비 중이었지만 과감하게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안정된 기회가 간절했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 요코하마에서 타율 0.113(71타수 8안타)에 2타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퇴출당한 경력은 의문을 품게 했다. 가장 큰 무기였던 홈런은 단 하나도 터뜨리지 못했다. 2군에서도 60경기 타율이 0.241(홈런 11개)에 그쳤고, 결국 짐을 쌌다. 그러다 SK에서 다시 기회를 잡았다.그는 정규 시즌 종료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일간스포츠와 만나 "SK에서 받은 고마움을 돌려주고 싶다. 한국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다"고 말했다. - 타석을 고려하면 홈런이 꽤 많다."조금 더 두루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타율과 출루율 그리고 장타율이 모두 높고, 타점도 많이 올리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 다만 홈런에 대해선 만족하고 있다. SK에 오기 전 마이너리그에서 기록한 홈런(11개)을 더하면 올해 35개 정도가 된다. 마이너리그 시절을 통틀어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27개·2015년 트리플 A)보다 더 많은 수치다. 나쁘지 않다." - 타율이 낮은데 적응하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그렇다. 조금 더 기회가 주어지고, 내년에도 뛸 수 있게 된다면 (적응했기 때문에) 2할 후반이나 3할 타율도 충분히 가능하다." - 타격에 기복이 있는데."처음에는 KBO 리그의 스트라이크존과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최근엔 내 타격 기술에 문제가 있었다. 조금 무너진 부분이 있었는데 정경배 타격코치와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수정했다. 그게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면서 결과물로 나오는 것 같다. 많이 고쳐졌다. 타격 사이클이 안정적이면 좋겠지만 기복이 있었다." - 한국인 코치의 지도에 거부감을 느끼는 외국인 타자도 있다."내가 지금 뛰고 있는 곳은 KBO 리그다. 눈과 귀를 열고 오픈 마인드로 코칭을 받아들이려 생각하고 있다. 전력분석원이나 코칭스태프는 날 위한 정비사라고 생각한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고, 많은 도움을 받아 발전을 이뤘다. 특히 정경배 코치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이야기한다. 거부감 같은 건 전혀 없다." - 감독은 타격 시 왼발 위치를 조정했다고 하던데."계속 조정 중이다. 상대 투수는 내가 잘 치는 코스를 파악해 역으로 던진다. 몸 쪽을 공격하려면 오픈 스탠스를 취하고, 바깥쪽을 타격하려면 발을 닫는다. 계속해서 나만의 스타일을 찾고 있다." - 마이너리그와 다른 한국의 코칭 시스템이 잘 맞나."한국에서 난 야구를 배우고 있는 걸음마 수준의 아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많은 지도가 필요하다." - 일본에서 부진했던 성적이 한국에 올 때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았나."일본에선 1군에서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다. 사람들이 많이 보진 못했지만 2군에 내려갔을 때 (기록에서 드러나지 않는) 나름대로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부담이나 불안감보다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왔다." - 가장 상대하기 힘든 투수를 꼽자면."kt 마무리 투수(김재윤)다. 디셉션이 좋다. 이 사실을 알고 '빨리 준비하자'고 마음속으로 생각해도 타석에서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공을 잘 숨기고 던지는데 힘 있게 들어와 타이밍을 잡는 데 문제가 있다." - 내년 시즌에도 KBO 리그에서 뛰고 싶나."당연하다. 다시 돌아오고 싶다. 내 목표이기도 하다. 2~3년 전쯤 SK 외국인 선수 담당자를 만났을 때 '한국에 가면 열심히 할 수 있다' '실패하지 않을 것이고 포기하지 않겠다' '잘할 수 있다'고 말한 적 있다. 그 말을 믿어 줬다. 더 열심히 해서 고마움을 이제 돌려주고 싶다. (한국에서) 계속 뛰고 싶지 않았다면 아예 오지 않고 미국에 있었을 거다. 여기에 올 때는 한국에서 야구를 끝까지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커리어를 더 쌓고, 한국에서 내 야구를 끝내고 싶다." 배중현 기자 2017.09.11 05:30
야구

[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SK 로맥, 답은 그라운드 '왼쪽'에 있다

SK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32)이 타격 슬럼프에 빠졌다. 가장 큰 이유는 뭘까.로맥은 6월 이후 출전한 33경기 타율이 0.161에 불과하다. 지난달 28일 잠실 두산전에선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타율 2할대 지지선도 무너졌다. 시즌 초반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어깨 부상으로 퇴출된 대니 워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된 로맥은 5월 11일 데뷔전을 치렀다. 첫 22경기에서 홈런 11개를 몰아치며 엄청난 파워를 자랑했다.하지만 이후 행보는 기대를 밑돈다. 눈여겨봐야 하는 건 타구 분포다. 오른손 타자인 로맥은 당겨치는 풀 히터다. SK와 계약하기 직전 뛰었던 샌디에이고 마이너리그 트리플 A에선 당겨 치는 비율(Pull%)이 50.7%로 절반을 넘겼다. 대부분의 타구가 좌익수 방향으로 향했다. 정경배 SK 타격코치는 "로맥은 풀 히터가 맞다"고 말했다.SK 입단 후 한동안 타격 스타일은 유지됐다. 첫 25경기에서 좌측으로 향한 타구 비율이 54%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엔 타구 방향이 오른쪽으로 퍼지고 있다. 로맥은 6월 9일 이후 치른 22경기에서 좌측 타구 비율이 42%에 불과하다. 반면 우측 타구 비율은 26%에서 32%로 상승했다. 첫 25경기와 비교하면 밀어치는 타구가 늘었다.선수가 원한 결과는 아니다. 이 기간 타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투수들이 바깥쪽 유인구를 집요하게 던지면서 밸런스가 무너졌다. 정 코치는 "미국에선 볼로 생각했던 바깥쪽 코스가 스트라이크로 판정되면서 혼란이 오는 것 같다"며 "타격할 때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배트에 공이 깎여 맞는다"고 말했다. 아웃코스의 공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타구가 우익수 쪽으로 날아가고 있다. 타격 유형상 로맥은 좌중간 타구가 많이 나와야 이상적이다.수 싸움에서 밀린다. 최근 로맥을 상대하는 투수들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코스를 집중 공략해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한다. 그다음 몸 쪽 높은 코스로 헛스윙을 유도한다. 실투를 노려야 하는데 머릿속이 복잡하다. 로맥은 "훈련 전 토스배팅을 할 때 전날 결과에 따라서 타구 방향을 다양하게 하는 훈련을 하는데 그때 여러 가지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A구단 전력분석원은 "백스톱으로 날아가는 파울이 많다. (생각이 많아) 타격 타이밍이 늦어서 그런 것이다"고 평했다. 위기의 상황. 자신의 타격 스타일을 고수하는 게 중요하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로맥은) 당겨 쳐서 강한 타구를 만드는 쪽으로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웃코스를 주로 공략하는 투수를 상대하기 위해 밀어치는 유형으로 변화를 주면 안 된다는 의미다. 자칫 더 큰 부진에 빠질 수 있다. 정 코치도 "'바깥쪽은 너뿐 아니라 다른 선수도 못 치니 몰리는 공을 쳐야 한다'고 말해 준다"며 "밀어서 치라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파워 히터인 로맥의 좋은 롤모델은 호세 바티스타(토론토)다. 200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바티스타는 6년 동안 홈런 59개를 때려 낸 평범한 타자였다. 무려 5개 팀을 거쳤을 정도로 '저니맨'에 가까웠다. 하지만 2010년 토론토에서 단숨에 54홈런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그해 바티스타는 드웨인 머피 타격코치와 협의해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변화를 줬다. 우선 타격 시 왼발을 높게 드는 레그킥을 장착했다. 이어 당겨치기를 시도했다. 머피 코치는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와 인터뷰에서 "바티스타는 천부적인 풀 히터지만 어떻게 공을 당겨서 쳐야 하는지를 몰랐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풀 히터로 변모한 바티스타는 당겨치는 비율이 2009년 35.9%에서 이듬해 51.2%로 급상승했다. 콘택트보다는 일발장타에 초점을 맞춘 변화가 신의 한 수였다. 방향을 가리지 않는 스프레이 히터보다 풀 히터가 맞춤옷이었다.SK는 '풀 히터' 로맥에게 강한 신뢰를 갖고 있다. 타격 슬럼프는 '적응'의 단계라는 믿음이 지배적이다. 정 코치는 "본인 스윙만 한다면 타구는 좌중간으로 나갈 것이다. 타구의 날아가는 각이 워낙 좋아서 지금까지 우중간으로 밀어 친 홈런이 1개밖에 없다. 힘은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로맥은 홈런 14개 중 비거리 130m 이상 홈런을 3개나 기록 중이다. 팀 동료이자 리그 홈런 1위 최정(30개 중 2개)보다 많다. 바깥쪽 코스에 대한 해결책만 찾는다면 반등의 기회가 올 수 있다. 지난 5일 경기에서 로맥은 KIA 팻 딘의 슬라이더를 잡아 당겨 좌측 폴 안쪽에 떨어지는 라인드라이브 홈런을 때려 냈다. 그는 "내 스윙을 제대로 하면서 페어 지역으로 홈런이 나왔다. 타격감은 조금씩 괜찮아지는 추세라고 생각한다. 한 스텝 한 스텝씩 올라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로맥이 그리고 있는 터닝포인트, 그 해답은 그라운드 '왼쪽'에 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ins.com 2017.07.10 06:00
야구

kt 오정복, '리드오프+144G' 두 마리 토끼 노린다

kt 외야수 오정복(30)이 주전 리드오프와 전 경기 출장, '두 마리 토끼'를 노린다. 오정복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 중인 2차 스프링캠프에서 쾌조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지난 23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대학과 가진 평가전(4-2 승리)에서 2안타 3타점을 쓸어담았다. 오정복은 다음날 칼스테이트대학전(12-4 승리)에서도 1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타격감을 이어갔다. 안정적인 외야 수비까지 펼치며 코칭스태프를 만족시켰다. 조범현 kt 감독은 "1차 캠프에서 돋보인 오정복이 2차 캠프에서도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오정복은 지난해 트레이드를 통해 NC를 떠나 kt 유니폼을 입었다. 백업의 설움을 날리는 듯 펄펄 날았다. 지난해 6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59·5홈런·29타점을 기록하며 kt의 후반기 돌풍에 힘을 보탰다. 외야 한 자리를 차지하는 듯 했지만, 강력한 경쟁자가 둘이나 나타났다. 베테랑 이진영과 유한준이 각각 2차 드래프트와 프리에이전트(FA)로 kt에 둥지를 틀었다. 주전을 꿰찬 이대형까지 더해진 외야 '빅3'의 아성을 오정복이 넘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조범현 감독과 이숭용 타격코치는 오정복의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 뛰어난 선구안과 끈질긴 승부욕에 매료됐다. 오정복은 지난해 타석 당 4.17개의 공을 보며 투수들을 끈질기게 괴롭혔다. 리드오프 경쟁자 이대형(3.77)보다 0.4가 높다. 이숭용 코치는 "오정복은 1번 타자의 자질을 갖췄다"며 "발은 느리지만, 타격 재능이 있다. 오정복의 활용에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정복은 "팀 내 1번 경쟁자와 비교해 특별한 강점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겸손함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내 "그래도 장점을 들라면 공을 잘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리드오프는 출루가 중요하다. 강점을 살린다면 팀 전력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캠프에서 나쁜 공을 골라내는 데 중점을 두고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복은 주전 리드오프와 전 경기 출장을 노리고 있다. 지난 시즌 후반기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고전한 걸 잊지 않고 있다. 그는 "캠프에서 공을 강하게 때리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시즌 후반기 체력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에 웨이트를 통해 보강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 시즌 144경기를 부상없이 소화하고 싶다. 꾸준하게 잘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유병민 기자 2016.02.25 15:22
야구

kt 오정복, '리드오프+144G' 두 마리 토끼 노린다

kt 외야수 오정복(30)이 주전 리드오프와 전 경기 출장, '두 마리 토끼'를 노린다. 오정복은 미국 로스앤젤러스에서 열리는 2차 스프링캠프에서 쾌조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지난 23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대학과 가진 평가전(4-2 승리)에서 2안타 3타점을 쓸어담은 오정복은 다음날 칼 스테이트 대학전(12-4 승리)에서도 1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타격감을 이어갔다. 안정적인 외야 수비까지 펼치며 코칭스태프를 만족시켰다. 조범현 kt 감독은 "1차 캠프에서 돋보인 오정복이 2차 캠프에서도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오정복은 지난해 트레이드를 통해 NC를 떠나 kt 유니폼을 입었다. 백업의 설움을 날리는 듯 펄펄 날았다. 지난해 6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59·5홈런·29타점을 기록하며 kt의 후반기 돌풍에 힘을 보탰다. 외야 한 자리를 차지하는 듯 했지만, 강력한 경쟁자가 둘이나 나타났다. 베테랑 이진영과 유한준이 각각 2차 드래프트와 FA(프리에이전트)로 kt에 둥지를 틀었다. 주전을 꿰찬 이대형까지 더해진 외야 '빅3'의 아성을 오정복이 넘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조범현 감독과 이숭용 타격코치는 오정복의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 뛰어난 선구안과 끈질긴 승부욕에 매료됐다. 오정복은 지난해 타석 당 4.17개의 공을 보며 투수들을 끈질기게 괴롭혔다. 리드오프 경쟁자 이대형(3.77)보다 0.4가 높다. 이숭용 코치는 "오정복은 1번 타자의 자질을 갖췄다"며 "발은 느리지만, 타격 재능이 있다. 오정복의 활용에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정복은 "팀 내 리드오프 경쟁자와 비교해 특별한 강점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겸손함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내 "그래도 장점을 생각해보면 공을 잘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리드오프는 살아나는 것이 중요하다. 강점을 살린다면 팀 전력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캠프에서 나쁜 공을 골라내는데 중점을 두고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복은 주전 리드오프와 전 경기 출장을 노리고 있다. 지난 시즌 후반기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고전한 걸 잊지 않고 있다. 그는 "캠프에서 공을 강하게 때리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시즌 후반기 체력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에 웨이트를 통해 보강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 시즌 144경기를 부상없이 소화하고 싶다. 꾸준하게 잘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유병민 기자 2016.02.25 09:01
야구

김성용 야탑고 감독 “오재원, 고교 때부터 독특”

김성용(44) 야탑고 감독은 발로 뛰어 다니며 유망주를 발굴하기로 유명하다. 직접 중학교에 방문해 좋은 선수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고 오랜 지도자 생활을 통해 만든 기준으로 미래를 내다본다. 확신이 생기면 선수와 부모에게 진실한 마음으로 다가간다. 그런 그의 노력은 야탑고를 야구 명문 반열로 올리는 데 기여했다. 창단 사령탑으로 17년째 팀을 이끌어 오며 윤석민(28·볼티모어), 오재원(29·두산) 등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을 키워냈다. 지난 7월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 뉴욕 양키스에 한국 아마추어 선수로는 최초로 입단한 내야수 박효준(18·야탑고)도 김성용 감독이 중학교 때부터 재능을 알아보고 키운 선수다. 고교 1학년 때부터 기회를 부여하며 팀과 한국 야구의 보배로 성장시켰다. 특히 올 해 초 오랜 시간 준비해 성사시킨 팀의 미국 전지훈련은 박효준의 미국 진출에 큰 역할을 했다. 윤석환 베이스볼긱 위원이 고교야구 명장 김성용 감독을 만났다. 윤석민과 박효준 등 제자들과의 첫 만남과 일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김 감독의 지도자 철학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윤석환 베이스볼긱 위원(이하 윤)="야탑고의 창단 감독으로 알고 있어. 올해로 몇 년째지?" 김성용 야탑고 감독(이하 김)="야탑고 감독으로만 17년이죠." 윤="덕수고 정윤진 감독한테 라이벌 팀을 꼽아 달랬더니 북일고와 함께 야탑고를 지명하던데? 야탑고만의 강점이 있다면." 김="아무래도 저희 팀은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발굴해 트레이닝으로 성장시키는 점을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윤="김 감독이 고교 감독들 사이에 경계 대상일 만큼 좋은 선수들을 잘 발굴한다는 소문을 들었어." 김="처음부터 A급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전통의 명문고로 가려는 경향도 있었고요. 저는 그저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는 거죠." 윤="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어떻게 판단해? 김 감독만의 노하우가 있어?" 김="처음 감독을 시작했을 때는 단순히 발 빠른 것과 순발력을 위주로 봤어요. 요즘은 경기 때뿐 아니라 직접 중학교에 찾아 가서 훈련할 때도 지켜보죠. 특히 근육 발달 상태를 유심히 보고 있어요. 등 견갑골이나 근 기능을 살펴봐요. 그런 부분이 잘 돼 있는 선수들이 어깨 회전이 잘돼 공을 잘 던져요. 부상도 적고요." 윤="2013년에는 청소년 대표팀 코치를 하면서 정윤진 감독과 함께했어. 같은 고교 감독으로서 어떻게 봤어?" 김="정 감독도 자신만의 색깔이 확실한 것 같아요. 훌륭한 감독이죠. 대표팀에서 보니까 분석력이 좋아 배울 점도 많았죠. 당시 미국팀 투수들의 공이 구속과 제구력, 움직임까지 좋아서 쉽게 공략하기 힘들었어요. 타격코치로 뒤에서 보조를 했는데 대표팀의 타격이 신통치 않아서 미안하더라고요." 윤="대표님 코칭스태프로 큰 무대에 나가면서 배운 점도 많았을 것 같아." 김="많이 배웠죠. 사실 선진 야구를 직접 접하는 경험이 많지 않으니까요. 체계적이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런 부분에 대해 배우기도 해야할 것 같아요." 윤="올해 초 야탑고도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갔다고 들었어. 고교야구 최초 아닌가?" 김="저도 저희가 최초인지는 몰랐어요. 미국 방송국에서 취재도 나왔더라고요. LA 근처에서 19번 정도 연습경기를 가졌죠. 그쪽에는 캘리포니아주에만 고교팀이 2000개 넘게 있다더라고요. 저희랑 맞붙은 팀이 모두 100위 안에 들어간 팀이었는데 19번 중에서 3번밖에 지지 않았어요." 윤="미국 전지훈련을 가려면 비용이 많이 들잖아. 어떻게 성사된 거야." 김="2년 전부터 계획했어요. 고등학교 선배님이 LA 지역 유소년 야구협회에 회장으로 계셨는데 먼저 제안을 하셨어요. 비용도 줄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어요. 6개월 전에 미리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면서 이동 경비를 아꼈죠. 현지에서는 선배님의 도움을 받아서 숙소와 운동장 대여 비용을 줄였어요. 학교의 지원도 있었고요." 윤="김 감독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성사되기 힘들었겠네. 전지훈련 효과는 어땠어."김="첫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마음이 들떠서 그런지 부진했어요. 그쪽 팀에서도 실망했죠. 이후에 저희 페이스대로 경기를 하다 보니까 경기력을 회복했고, 소문이 나면서 10경기 정도 예정돼 있던 연습경기가 다른 학교들의 초청으로 더 늘게 됐어요." 윤="선수들의 자신감도 커졌을 것 같아." 김="사실 전지훈련을 다녀온 직후에는 선수들이 오버 페이스를 했어요. 스윙도 커지면서 정확도가 떨어졌죠. 미국 선수들과 경기를 하고 와서 다소 자만심이 생긴 모양이에요. 그런데 이내 좋은 경험의 효과를 보기 시작했죠." 윤="사실 미국 트리플A나 더블A 투수들의 공을 보면 정말 위력적이거든. 미국 고교 투수들의 수준은 어땠어." 김="고교야구도 레벨마다 차이가 있지만 좋은 팀의 선수들은 공 움직임이 다르더라고요. 체인지업이나 밑으로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많이 던지다 보니까 우리 선수들이 처음에는 잘 적응하지 못했어요. 물론 구속도 빨랐죠." 윤="타자들의 경우는 공을 보기만 해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김="수준 차이도 있겠지만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이 좋았죠. 또 미국 고교야구의 인프라를 보고 많이 부러워했어요. 고등학교에 천연 잔디구장이 있었으니까요. 미국 고교야구는 수업이 끝난 후에 운동을 해야 하니까 야간 경기를 주로 하는데 조명 시절이 잘 갖춰져 있었죠. 야구를 대하는 자세도 진지했죠. 연습경기인데도 국가대항전처럼 국기도 게양했어요. 그런 모습들이 선수들에게 귀감이 됐을 것 같아요." 윤="양키스와 계약한 박효준도 그 미국 전지훈련에서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볼 수 있을까." 김="영향이 컸을 거라고 봐요. 물론 그 전부터 몇몇 스카우트들이 (박)효준이한테 관심을 보였지만 본인도 막연했겠죠. 실제로 전지훈련을 가기 전에 계약 제시도 있었지만 조건이 형편없었죠. 국내에서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돼서 권유하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미국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한 거죠." 윤="또래 선수들과 직접적인 비교 기회가 생겼구나." 감="그렇죠. 스카우트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서 미국 선수들의 그 빠른 공을 연타석으로 홈런을 치더라고요. 정말 잘했어요. 당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부사장이 직접 보러왔는데 자신이 보고 받을 때는 50만 달러짜리 선수라고 들었는데 직접 보니 100만 달러짜리 선수라고 평가하더라고요." 윤="스카우트팀이 혼 좀 났겠네." 김="스카우트 팀장이 작년 청룡기 대회 때 (박)효준이를 봤는데 어떻게 1년 사이에 저렇게 성장했느냐고 묻더라고요. 그리고 이후에 3일 동안 훈련할 때 직접 와서 지켜봤죠." 윤="김 감독의 전지 훈련 선택의 공이 컸네. 보통 스카우트들이 한국에 오면 경기밖에 못 보는데 야탑고가 미국에 갔으니 공짜로 트라이아웃을 한 셈이잖아." 김="저희가 빌린 경기장이 공원 안에 외진 경기장이라 찾아오기도 힘들었는데 말이죠." 윤="박효준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면 정말 김 감독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 같아." 김="물론 운도 따라줬겠지만 본인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만한 그릇이 됐던 거죠." 윤="처음에 박효준이 야탑고에 진학한 과정이 궁금한데." 김="(박)효준이가 중학교 때부터 가능성이 큰 선수이긴 했어요. 화려하진 않았지만 유연성, 순발력 등 제가 보는 기준에는 괜찮은 선수였어요. 데리고 와서 잘 훈련 시키면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윤="다른 고등학교에서 영입 경쟁은 없었어?" 김="제가 듣기로는 다른 학교에서도 제안이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제가 그들보다 훨씬 전부터 키우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더니 부모님께서 야탑고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셨죠." 윤="야탑고가 경기도권 학교라 선수나 부모 입장에서 꺼려질 수도 있을 것 같아." 김="예전에는 그런 경향도 있었는데 요즘은 높은 순위에 있는 선수들도 직접 찾아가서 '좋은 선수로 키워보고 싶다'는 열의를 보이면 받아들여요." 윤="김 감독에 대한 믿음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 같네." 김="아무래도 이제 프로에 진출해 활약하는 선수들이 있으니까 예전보다는 선수와 부모의 믿음이 커졌겠죠." 윤="들어보니 요즘은 그저 전통의 야구 명문고를 선호하기보단 지도자를 본다고 하더라고." 김="그런 경우가 있죠. 예전에는 야구 명문고로 진학하려는 선수들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현재 야구를 잘하는지 여부, 감독의 지도력과 성향을 보는 경우가 늘었어요." 윤="그러면 박효준은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뛰었어?" 김="1학년 때부터 유격수로 뛰었죠.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서 140km까지 던지기도 했어요. 고민이 됐죠. 그러다가 '한 길을 가게 하자' 싶은 생각에 유격수만 고집했죠." 윤="아직도 졸업반 선수들에 대한 배려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1학년 때부터 주전을 할 정도로 박효준이 뛰어났던 건가."김="1학년 때 3학년과 비교하면 실력 차이는 크지 않았어요." 윤="그것도 대단한 거지." 김="지금 와서 생각하면 당시 3학년 유격수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지금은 대학교에 가서 잘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서운했겠죠. 하지만 팀을 이끌다보면 냉정해져야 했어요. 비록 저학년이지만 유격수 포지션에 박효준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던 거죠. 앞으로 그런 선수가 나오기 힘들다고 봤으니까요." 윤="일단 어깨는 타고 났겠네. 투수로 140km를 던졌다면 말이야. 어깨가 좋은 선수들은 수비 범위도 넓더라고. 예를 들어 NC 손시헌이 그래. 수비를 두세 발짝 뒤에서 해도 무리 없이 수비를 하더라고. 포구를 여유있게 해도 송구에 자신이 있으니까." 김="효준이도 송구에 자신감이 있으니까 수비 범위가 넓죠. 그뿐 아니라 공 던지는 밸런스도 뛰어나요. 디딤발이 왼발이든 오른발이든 능숙하게 송구로 연결시키죠. 순발력, 센스 모두 뛰어나요. 수비 하나 만큼은 최고라고 생각에요. 제가 미국에 연수 갔을 때 봤던 루키 선수들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았어요." 윤="가장 큰 장점은 뭐라고 생각해." 김="말씀드렸듯이 주루 플레이와 타격도 뛰어나지만 역시 수비가 가장 돋보여요. 그런데 자기 스타일이 확실해서 가끔은 우려될 때도 있죠." 윤="예를 들면?" 김="수비 하는 걸 보면 정석은 아니니까요. 잡는 대로 던지는 스타일이죠. 그런데도 송구를 정확하게 하더라고요." 윤="수비 코치 입장에서는 기본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지적할 수도 있겠네." 김="사실 스텝을 정확히 밟아 송구를 하는 방법이 꼭 정석은 아닐 수 있잖아요. 중요한 것은 정확히 던지는 거죠." 윤="맞아. 기본기가 정확히 갖춰져있기 때문에 그런 동작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김="그렇죠. 미숙한 플레이가 나온다면 지적 받아 마땅하지만 (박)효준이는 그렇지 않아요." 윤="3년 동안 지켜봤는데 성격은 어때? 실수해서 지적 받으면 어떻게 대처하는 스타일이야?" 김="활발해요. 주눅드는 성격도 아니고요. 그런데 효준이뿐 아니라 저희 팀 지도 스타일이 실수를 하거나 삼진을 당했을 때 혼을 내지는 않아요. 선수들이 위축되는 일은 경계해요." 윤="프로에서도 고등학교 때 많이 혼났던 선수들 중에 트라우마가 있는 선수들이 있어." 김="빨리 잊어버리고 다음 타석, 다음 수비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혼을 내면 그날 경기에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윤="어떤 선수들은 그날 경기뿐 아니라 갑자리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더라고. 확실히 감독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노련한 것 같아." 김="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죠. 제가 처음 감독을 했을 때가 20대 후반이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애가 애를 가르친거죠. 당시에는 연습 많이 시키고, 많이 혼내야 하는 줄 알았는데 그건 그저 욕심이었던 거죠."윤="박효준이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에 좋은 조건으로 가게 됐어. 감독 입장에서 뿌듯하지?" 김="그럼요. (박)효준이가 꼭 미국 진출을 해서가 아니라 좋은 선수로 인정을 받고 있는 자체가 좋아요. 국내 스카우트들에게도 당연히 관심이 컸으니까요." 윤="그런데 아직 어리다 보니 걱정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 김="물론 잘 해내나갈 거라 믿고 있지만 미국 무대가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만 모이는 곳이잖아요. 지금은 모두에게 인정받고 있어 자신감도 충만하겠지만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선수들과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요. 누구나 슬럼프가 오기 마련인데 주변과 비교해서 위축될까 봐요. 스스로 긍정적인 마음으로 극복해야 하는데…." 윤="박효준은 힘든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청하는 스타일이야, 아니면 혼자서 해결하는 스타일이야?" 김="지금까지 제가 본 (박)효준이는 혼자서 해결하는 스타일이었죠. 간혹 타격이 마음처럼 안될 때는 조언을 구해요. 다른 사람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데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죠." 윤="힘든 일이 찾아오면 박효준도 김 감독에게 많은 조언을 구해야할 텐데." 김="우선은 영어를 어느 정도 배워서 자신의 의사 표현을 할 줄 알아야겠죠. 제가 해줄 수 있는 부분에서라면 언제든지요. 환영이고요." 윤="박효준의 미국행이 결정된 상황에서 이것만큼은 조언해주고 싶다면." 김="항상 강조하는데 결코 기죽지 말라는 거죠.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자신이 목표한 부분에 대해 향해 간다면 가능성이 높아요. 재능은 충분하니까요. 멘틀적인 부분만 잘 관리한다면 잘 해낼 거라 봅니다."윤="선수들 중에는 프로에서 오래 있어도 고민을 쉽게 얘기 못해. 그런데 학창시절 은사한테는 하더라고." 김="아무래도 편하겠죠. 저도 졸업한 선수들이 가끔 찾아와서 속에 있는 얘기를 하죠." 윤="야탑고 출신 중에서 프로에서 가장 활약한 선수는 아마 윤석민 같아. 미국 가기 전에 김 감독에게 연락 왔었어?" 김="미국 전지훈련 때 석민이가 와서 같이 운동을 했어요. 원래 애리조나쪽에서 운동하다가 저희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더라고요." 윤="당시 윤석민의 컨디션은 어땠어." 김="(웃음) 허허. 한창 좋았을 때의 컨디션은 아니었죠. 아무래도 (윤)석민이는 제가 잘 안다고 자부하니까요. 캠코더로 투구 영상을 찍어서 보여줬죠. '너 지금 이런다. 어깨가 빨리 벌어지는 것 같은데 안 좋은 것 아니냐'하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정말로 좀 안 좋다고 그러더라고요." 윤="본인은 자신의 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김="자기도 한창 잘 던지던 때와 차이가 있다는 걸 인정하더라고요. 아무래도 많이 던진 피로가 쌓였겠죠. 그런데 던진 만큼 충분히 보강 훈련도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쉽죠." 윤="지금도 연락을 가끔 한다고 들었는데. 최근에는 어떻다고 해." 김="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사실 전성기의 모습은 아니니까요. 반등하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기도 해요." 윤="한참 전 이야기지만, 고교 때도 공이 묵직한 편이었어?" 김="(윤)석민이는 사실 처음부터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어요. 석민이가 막 입학했을 때 야탑고는 역대 최고 전력이었죠. 준우승만 두 번 했거든요. 당연히 에이스는 아니었어요. 심지어 투수도 아니었죠. 2루수였는데 주전이 될 만큼 두각을 보이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공을 던지는 폼이 참 예뻤거든요. 그래서 투수를 해보겠느냐고 제안했어요. 당시 좋은 투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본인한테는 모험일 수 있었어요. 그런데 결국 졸업할 때는 석민이가 최고였죠. 145km까지 던졌고 원래 좋던 제구력도 더욱 향상됐죠. 특히 자세가 좋았어요. 훈련 강도가 높다 보니까 요령을 피우는 투수들도 있었지만 (윤)석민이는 합숙 스케줄을 다 소화했죠. 하루에 피칭 150~200개를 꾸준히 소화하면서 전지훈련이 끝난 뒤에는 구속이 10km 늘었어요." 윤="그 짧은 기간에?" 김="저도 많이 놀랐죠."윤="미국 진출 후에 아직까지는 고전하고 있어. 감독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아." 김="석민이도 효준이와 마찬가지에요. 한국에서는 최고의 우완투수로 인정 받았잖아요.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일 것 같아요. 자신의 컨디션과 구위가 올라오면 분명 기회가 온다고 믿어야 해요. 서두르지 말고 때를 기다려서 명예회복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윤="오재원도 제자잖아.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활약이 대단해. 고등학교 때도 지금처럼 파이팅이 넘쳤어?" 김="그럼요. 시원스러운 친구였죠. 사실은 (오)재원이는 우연하게 스카우트를 했어요. 당시 경원중학교 감독님과 친분이 있어 방문했다가 처음 봤죠. 어떤 마르고 작은 친구가 민첩한 게 유독 돋보이는 거에요. 감독님이 '저놈 정말 빨라'라고 평가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인연이 돼서 데리고 왔는데 운동할 때 보면 물건이더라고요." 윤="(오)재원이가 욕심이 많지?"김="운동 욕심이 정말 많죠.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오해할 정도로 파이팅이 좋은 선수이고요." 윤="나도 두산 코치 때 휴식일을 줬는데도 훈련을 하던 (오)재원이의 모습을 본 적이 있어. 가끔 오버 페이스를 해서 말려야할 정도였지. 그때도 남들보다 많이 훈련했지?"김="한 번은 (오)재원이 동기들이 훈련이 힘들어서 도망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 놈만 훈련에 나온 거에요. 그래서 제가 '너는 왜 안 도망쳤냐'고 물으니까 (오)재원이가 '감독님, 저는 운동하려고 왔지 도망치려고 온 게 아닙니다'고 하더라고요." 윤="그때부터 물건이었네."김="'다른 선수들한테 따돌림 당할 걱정은 안하냐'고 물으니까 그런 건 감수해야 한다고 했죠. 아무튼 독특한 애였어요." 윤="김 감독 말은 잘 따랐어?"김="(오)재원이가 고교 3학년 때 프로 지명을 받았어요. 그런데 순위가 너무 낮았죠. 제가 생각했을 때는 파워와 체력만 더 보강하면 좋은 대우를 받고 프로에 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대학 진학을 권유했더니 말을 듣더라고요. 대학(경희대)에 가서 힘이 좀 붙더니 1학년 때부터 잘했어요." 윤="대학 감독님도 그 특유의 파이팅을 잘 이해하셨어야 할 텐데."김="안 그래도 경기를 한 번 보러갔는데 (재원이가) 번트 사인에서 계속 고개를 젓더라고요. 치겠다는 거죠. 당시 145km를 던지던 고려대 에이스 김대우(롯데)와 맞대결이어요. 제가 생각해봐도 번트가 맞았죠. 감독님이 결국 강공 지시를 하셨고 그걸 3점 홈런으로 연결시켰어요. 물론 나중에 (오)재원이도 혼났고 저도 혼났었죠." 윤="김 감독도 오재원을 아끼는 것 같아."김="아무래도 잘 따르니까요. 애제자 중 한 명이죠. 한 번은 제가 다리 수술을 해 입원했는데 간병할 사람이 없었어요. 그런데 대학교 간 녀석이 찾아와서 같이 밤을 새워주기도 했어요. 의리가 있는 친구죠." 윤="오재원이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을 텐데."김="찾아와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죠. 간절히 가고 싶어 했어요. 대표팀 일원이 돼서 금메달을 따고 싶어했죠. 이제 그 자리에 이름을 올렸으니 잘해서 국위선양하길 바라요." 윤="품을 떠난 제자들이 그렇게 힘들 때 찾아오거나 잘되면 마음이 어때?"김="뿌듯하죠. 그런 점이 지도자를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이죠." 정리=안희수 기자 2014.09.01 13:22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