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는 지난 6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한신 타이거스와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공식 평가전에 3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2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WBC 일본 대표팀 합류 후 처음 실전 경기에 나선 오타니는 괴력의 홈런 두 방을 날려 일본 열도를 들썩이게 했다. 이날 교세라돔에는 오타니를 보러 온 구름 관중으로 매진을 달성했다. 오타니는 2017년 9월 23일 지바 롯데전 이후 1990일 만에 일본 무대에서 홈런을 쏘아 올려 응원에 보답했다.
1회 초 첫 타석에선 한신 선발 사이키 히로토의 4구째 시속 154㎞ 높은 포심 패스트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오타니는 3회 초 2사 1·2루에서 사이키를 상대로 3점 홈런을 터뜨렸다. 4-1로 리드한 5회 초 2사 1, 2루에선 한신 2번째 투수 도미다 렌과 풀카운트 접전 끝에 7구째 142㎞ 높은 직구를 받아쳐 우중월 홈런을 날렸다.
이날 오타니의 홈런은 힘과 기술이 결합한 스윙에서 나왔다. 특히 첫 번째 홈런은 사이키의 포크볼에 중심이 무너져 허리가 빠진 상태에서 왼 무릎을 꿇은 채 뽑아냈다. 요시무라 사다아키 일본 대표팀 타격코치는 "타이밍을 뺏겼지만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홈런이다.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오타니를 전담 취재하는 일본 닛칸스포츠 취재진은 "오타니가 진화했다"고 표현했다. 이 매체는 "오타니는 2020년 하이 패스트볼에 상당히 고전했다. 상대가 하이 패스트볼 구사 후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 승부를 걸어오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2021년 하이 패스트볼 약점은 극복했지만, 낮은 변화구는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오타니는 이날 첫 타석에서 사이키의 시속 154㎞ 하이 패스트볼에 타이밍이 늦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두 번째 타석, 사이키의 '강속구'를 머릿속에 담아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이키는 포크볼을 던졌고, 오타니는 타이밍을 뺏겼지만 기술적인 대응으로 홈런을 만들었다. 닛칸스포츠는 "오타니가 무릎을 꿇으며 홈런은 친 건 처음"이라고 전했다. MLB닷컴도 "오타니가 일본 대표팀에 복귀해 무릎을 꿇으면 홈런을 쳤다"고 전했다.
두 번째 홈런은 '괴력'이 돋보였다. 통산 세 차례 퍼시픽리그 홈런왕에 오른 야마카와 호타카는 "정말 놀랍다. 오타니의 홈런을 보면 (상실감에) 야구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라며 "두 번째 홈런은 배트가 부러져 있었다. 레벨이 다르다"고 혀를 내둘렀다.
오카다 아키노부 한신 감독은 "볼로 떨어지는 포크를 받아쳐 홈런으로 연결하니 놀랍다"고 말했다. 피홈런을 내준 사이키는 "지금껏 상대한 타자와 레벨이 다르다"고 인정했다.
오타니는 7일 열린 오릭스와 평가전에는 1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한 뒤 4회 교체됐다. 전날 경기부터 4타석 연속 출루로 좋은 타격감을 유지했다.
오는 10일 일본과 맞붙는 한국 대표팀에는 '타자 오타니' 경계령이 떨어졌다.
그동안 대표팀에는 '투수 오타니'가 무서운 존재였다. 오타니는 2015 프리미어12 한국과의 개막전, 준결승전에 두 차례 등판해 총 13이닝 동안 3피안타 2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 대회서 '타자 오타니'는 선보이지 않았다. 이후 오타니는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했고, 8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10일 한국전 선발 투수로 점쳐진다.
'타자 오타니'가 한국전에 처음 나설 전망이다. 평가전에서 괴력의 홈런을 터트리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우리 투수진이 일본 '타선의 핵' 오타니를 상대로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