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부상으로 퇴출당한 대니 워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돼 10일까지 91경기에서 타율 0.233·27홈런·54타점을 기록 중이다.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힘은 장사다. 데뷔 21번째 경기에서 10홈런 고지를 밟았다. 2004년 박경완(12경기)과 1990년 이만수(19경기), 2002년 송지만(20경기)에 이어 역대 네 번째 최소 경기 10홈런 기록이다. 외국인 타자 중에선 페이스가 가장 빨랐다.
14타석마다 홈런 1개를 터뜨렸다. 규정타석(446타석)을 채운다고 가정하면 32홈런이 가능하다. 몰아치기에도 능하다. 연타석홈런을 6번 기록해 1999년과 2003년 이승엽(삼성)이 달성한 한 시즌 최다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그만큼 폭발력이 대단하다. 타율이 부족한 아쉬움을 넘치는 홈런으로 만회하고 있다. 극심한 타격 부진 끝에 잠시 2군(7월 13~22일)에 내려가기도 했지만 꾸준하게 중심타선에서 활약 중이다.
계약 소식이 전해진 뒤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211홈런을 때려 낸 경력이 있고, SK와 계약 직후인 지난 4월 퍼시픽코스트리그 MVP와 이달의 마이너리거로 뽑히기도 했다. 원 소속팀 샌디에이고에서 메이저리그 콜업을 준비 중이었지만 과감하게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안정된 기회가 간절했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 요코하마에서 타율 0.113(71타수 8안타)에 2타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퇴출당한 경력은 의문을 품게 했다. 가장 큰 무기였던 홈런은 단 하나도 터뜨리지 못했다. 2군에서도 60경기 타율이 0.241(홈런 11개)에 그쳤고, 결국 짐을 쌌다. 그러다 SK에서 다시 기회를 잡았다.
그는 정규 시즌 종료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일간스포츠와 만나 "SK에서 받은 고마움을 돌려주고 싶다. 한국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다"고 말했다.
- 타석을 고려하면 홈런이 꽤 많다.
"조금 더 두루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타율과 출루율 그리고 장타율이 모두 높고, 타점도 많이 올리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 다만 홈런에 대해선 만족하고 있다. SK에 오기 전 마이너리그에서 기록한 홈런(11개)을 더하면 올해 35개 정도가 된다. 마이너리그 시절을 통틀어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27개·2015년 트리플 A)보다 더 많은 수치다. 나쁘지 않다."
- 타율이 낮은데 적응하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조금 더 기회가 주어지고, 내년에도 뛸 수 있게 된다면 (적응했기 때문에) 2할 후반이나 3할 타율도 충분히 가능하다."
- 타격에 기복이 있는데.
"처음에는 KBO 리그의 스트라이크존과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최근엔 내 타격 기술에 문제가 있었다. 조금 무너진 부분이 있었는데 정경배 타격코치와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수정했다. 그게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면서 결과물로 나오는 것 같다. 많이 고쳐졌다. 타격 사이클이 안정적이면 좋겠지만 기복이 있었다."
- 한국인 코치의 지도에 거부감을 느끼는 외국인 타자도 있다.
"내가 지금 뛰고 있는 곳은 KBO 리그다. 눈과 귀를 열고 오픈 마인드로 코칭을 받아들이려 생각하고 있다. 전력분석원이나 코칭스태프는 날 위한 정비사라고 생각한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고, 많은 도움을 받아 발전을 이뤘다. 특히 정경배 코치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이야기한다. 거부감 같은 건 전혀 없다."
- 감독은 타격 시 왼발 위치를 조정했다고 하던데.
"계속 조정 중이다. 상대 투수는 내가 잘 치는 코스를 파악해 역으로 던진다. 몸 쪽을 공격하려면 오픈 스탠스를 취하고, 바깥쪽을 타격하려면 발을 닫는다. 계속해서 나만의 스타일을 찾고 있다."
- 마이너리그와 다른 한국의 코칭 시스템이 잘 맞나.
"한국에서 난 야구를 배우고 있는 걸음마 수준의 아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많은 지도가 필요하다."
- 일본에서 부진했던 성적이 한국에 올 때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았나.
"일본에선 1군에서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다. 사람들이 많이 보진 못했지만 2군에 내려갔을 때 (기록에서 드러나지 않는) 나름대로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부담이나 불안감보다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왔다."
- 가장 상대하기 힘든 투수를 꼽자면.
"kt 마무리 투수(김재윤)다. 디셉션이 좋다. 이 사실을 알고 '빨리 준비하자'고 마음속으로 생각해도 타석에서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공을 잘 숨기고 던지는데 힘 있게 들어와 타이밍을 잡는 데 문제가 있다."
- 내년 시즌에도 KBO 리그에서 뛰고 싶나.
"당연하다. 다시 돌아오고 싶다. 내 목표이기도 하다. 2~3년 전쯤 SK 외국인 선수 담당자를 만났을 때 '한국에 가면 열심히 할 수 있다' '실패하지 않을 것이고 포기하지 않겠다' '잘할 수 있다'고 말한 적 있다. 그 말을 믿어 줬다. 더 열심히 해서 고마움을 이제 돌려주고 싶다. (한국에서) 계속 뛰고 싶지 않았다면 아예 오지 않고 미국에 있었을 거다. 여기에 올 때는 한국에서 야구를 끝까지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커리어를 더 쌓고, 한국에서 내 야구를 끝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