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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야구학] ⑦류현진·매덕스는 타자의 0.045초를 훔친다

“나는 투수들의 피칭을 지켜봤다. 그 가운데 한 명인 왼손 투수 스티브 에이버리는 시속 153㎞가 넘는 빠른 공을 던졌다. 그의 커브는 크게 휘었다. 아주 위력적이었다. 다른 한 명은 오른손 투수였다. 포심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졌다. 그는 대학생 투수 수준보다는 나아 보였다. 그러나 특별하지 않았다. 위력적이지 않았다.” 세이버메트릭스(야구 통계학) 전문 사이트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가 2017년 게재한 기사의 리드 부분이다. 포수보다 3~4m 뒤에 앉은 기자는 두 투수의 살아 있는 공을 봤다. 왼손 투수는 무서울 만큼 강해 보였고, 오른손 투수는 그저 그랬다고 한다. 그 기자가 ‘대학생 수준보다 조금 낫다’고 평가한 투수는 그레그 매덕스(54)이다. 매덕스는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최초로 4년 연속(1992~95년) 사이영상을 받았다. 17년 연속(1988~2004년) 15승 이상, 20년 연속 10승(1988~2007년) 이상을 기록하는 등 MLB 통산 355승(227패 평균자책점 3.16)을 거둔 전설적인 투수다. 기자는 참 이상했을 것이다. 매덕스의 피칭이 겨우 이거라고? 뭔가 특별한 무기를 숨긴 것 아닐까? 이렇게 의심했을 것이다. 매덕스는 기자에게 “이것이 내가 가진 전부”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변화구는 크고 빠르게 꺾이는 게 중요하지 않다. 내 변화구는 늦게, 빨리 꺾이는(late quick break) 것이 목표다. 공이 많이 꺾이기 위해서는 방향을 일찍 바꿔야 한다. 그만큼 타자에게 생각하고 반응할 시간을 준다. 투구의 변화가 늦게 일어나면 타자가 대응할 시간이 적어진다. 투구에 대한 정보를 타자에게 최대한 늦게 줘야 한다.” 이어 매덕스는 “모든 투구는 서로 가까워 보여야 한다. 투수가 던지는 모든 공이 홈플레이트를 향하는 ‘우유 기둥(column of milk)’처럼 보이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모든 투구가 가까워 보인다는 건 패스트볼과 변화구의 궤적 차이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구종에 따라 공의 궤적은 당연히 달라진다. 그러나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어느 지점까지는 비슷하게 비행해야 한다는 게 매덕스의 주장이었다. 그가 비유한 ‘우유 기둥’을 떠올려 보자. 우유를 컵에 따르면, 기둥처럼 한 줄로 내려오다가 점점 갈라질 것이다. 야구공도 흰색이니까 여러 투구를 겹쳐 놓는다면 우유 기둥과 비슷한 모양이 될 것이다. 매덕스는 크게 꺾이는 변화구보다 패스트볼과 비슷한 궤적의 변화구를 던지려고 노력했다. ‘타자에게 보이는 것’보다 ‘타자를 속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매덕스의 피칭을 스피드와 변화 각만으로 감상한다면, 기자가 그랬던 것처럼 ‘대학생 투수보다 조금 나은 정도’라고 오판할 수 있다. 그러나 타석에 선 MLB 선수들은 매덕스의 공을 20년 가까이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매덕스는 모든 공을 ‘비슷한’ 궤적으로 던지려 노력했다. 그러나 ‘똑같은’ 공은 하나도 던지지 않았다. 타자들은 매덕스의 공을 칠 수 있다고 배트를 휘둘렀겠지만, 대부분 빗맞거나 헛스윙을 했다. 매덕스는 타자의 성향과 심리·볼카운트 등을 고려하면서 공을 다양하고, 현란하게 던졌다. ‘우유 기둥’ 안으로 모든 공을 밀어 넣었다. 기둥이 넓게 퍼진 뒤에는 타자가 이미 속은 뒤였을 것이다. 매덕스가 ‘우유 기둥’이라고 이름 붙인 이 투구 이론은 오늘날 피치 터널과 다르지 않다. 그는 이미 20~30년 전에 모든 투구 궤적은 최대한 가까워야 한다는 걸 알았고, 이를 자신의 피칭에 적용했다. 매덕스 별명 중 가장 유명한 건 ‘컨트롤의 마법사’다. 그의 포심 패스트볼 대부분은 시속 140㎞대였다. 그러나 무브먼트가 뛰어난 투심 패스트볼로 타자를 압도했다. 30대 나이가 되어 구위가 떨어진 뒤 매덕스는 컷 패스트볼, 체인지업 등을 추가했다. 구종이 다양해진 덕분에 매덕스의 전성기는 더 오래 이어졌다. 만 41세에도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14승을 올렸다. 매덕스의 피칭을 다양성과 정확성으로만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그는 타자를 속일 줄 알았다. 그 핵심 기술이 20세기의 ‘우유 기둥’, 21세기의 ‘피치 터널’이다. 매덕스가 ‘우유 기둥’을 말한 이유 매덕스의 스토리는 류현진(33·토론토)과 닮았다. 지난해 LA 다저스에서 뛰었던 류현진은 5월 8일 애틀랜타를 상대로 9이닝 93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다. 외신들은 “류현진이 ‘매덕스 게임’을 완성했다”고 썼다. ‘매덕스 게임’이란 투구 수 100개를 넘기지 않고 9이닝을 완봉으로 막아낸 경기를 뜻한다. 매덕스가 투구 수 100개 미만으로 완봉승을 기록한 경기는 통산 13차례(완봉승 35번)나 된다. 류현진이 지난 시즌 중반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때, 여러 외신과 MLB 관계자들은 그를 매덕스와 비교했다. ESPN “새로운 그렉 매덕스? 건강한 류현진이라면 거의 그렇다”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류현진과 ‘매덕스 게임’을 함께 이룬 포수가 러셀 마틴이었다. 그는 2006년과 2008년 매덕스와 배터리를 이룬 적이 있다. 마틴은 “류현진이 던진 공 93개 중 58개를 받을 때 미트를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제구가 완벽했다는 뜻이었다. 러셀은 류현진의 투구는 매덕스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난 이런 말들이 류현진에 대한 많은 평가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특급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매덕스의 투구에는 힘과 기술뿐 아니라 전략과 통찰력까지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리 선수들이 시속 100마일(161㎞) 이상의 공을 뿌리는 아롤디스 채프먼(뉴욕 양키스)이 될 확률보다 류현진처럼 성장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지난 칼럼에서 피치 터널의 원리에 대해 설명했다. 터널이라는 공간적인 개념뿐 아니라 시간적인 측면에서 이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로버트 어데어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의 저서 『야구의 물리학』은 투수와 타자의 ‘시간 싸움’을 잘 설명하고 있다. 투수판과 홈플레이트의 거리는 18.44m다. 투수가 스트라이드를 해서 공을 던지기 때문에 릴리스 포인트와 타자의 히팅 포인트의 거리는 약 17m다. 어데어 교수는 투수가 시속 145㎞의 패스트볼을 던진다고 가정했다. 이에 따라 타자가 해야 할 일을 시간별로 계산했다. 패스트볼이 17m를 날아가는 시간은 0.4초에 불과하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타자 시야에 들어오기까지 0.1초가 걸린다고 한다. 이후 타자가 공의 속도와 궤적을 파악하는데 0.075초가 더 필요하다. 이제 타자의 시간으로 가보자. 사람의 눈이 강한 빛에 반응해 깜빡하는 데 0.15초가 걸린다. 타자가 공을 보고 타격을 해야겠다고 결심하면, 두뇌가 근육에 신호를 보내는 시간(0.03초)이 필요하다. 따라서 타자마다 차이는 있지만, 스윙에는 0.18초가 소요된다. 타자가 어프로치를 한 이후에도 투구를 보면서 스윙을 조금 수정하거나 멈출 순 있다. 그러나 타자가 스윙을 일단 시작했다면, 타이밍과 궤적은 거의 정해졌다고 봐야 한다. 다시 정리해 보자. 타자가 투구를 파악하는 최소 시간(0.175초)과 타자가 스윙하는 최소 시간(0.18초)이 필요하다. 두 시간을 더하면 0.355초다. 이론상 투구의 비행시간인 0.4초 중에서 0.045초의 시간이 타자에게 더 있는 셈이다. 이건 판단하는 시간이다. 이 찰나의 시간에 타자는 스윙 여부를 결정한다. 타자가 투구의 궤적을 예측했다면 0.045초가 필요 없을 수 있다. 타자들이 시속 145㎞의 패스트볼은 물론 160㎞의 강속구도 공략하는 이유다. 투수 입장에서는 타자에게 주어진 0.045초를 최소화하거나 없애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투수가 더 빠른 공을 던지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160㎞ 이상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심지어 그것조차 완벽한 방법이 아니다. 타자의 물리적인 시간을 빼앗을 수 없다면? 타자의 시야를 흔들어서 타자의 시간을 훔쳐야 한다. 그 방법이 바로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하기 어렵게 공을 던지는 것이고, 피치 터널을 최대한 길게 만드는 것이다. 류현진은 시간과 공간을 지배한다 긴 터널을 만드는 데 마법이 필요한 건 아니다. 이전 칼럼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터널에 들어가기 전에 투구의 방향과 속도는 이미 정해져 있다. 안정적인 폼으로 일정한 릴리스 포인트를 만드는 게 피치 터널의 시작이자 끝이다. 이 재능은 강속구를 던지는 것보다 더 귀중하다. 속도만이 무기가 아니다. 류현진처럼 시간과 공간을 잘 활용하면 세계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다. 시간을 이용한다는 말은 일정한 템포로 던진다는 걸 뜻한다. 어떤 공을 어디에 던져도 폼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수준급 투수에게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는 동작이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커브 같은 느린 변화구를 던질 때는 템포가 느려진다. 투수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피칭 템포가 완벽하게 똑같은 투수는 없다. 타자는 투수의 템포에 타이밍을 맞춘다. 눈썰미가 좋다면 구종도 예측할 수 있다. 투구 템포는 데이터로 나오지 않지만, 타자가 미묘하게 느낄 순 있다. 매덕스나 류현진도 동작의 템포가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타자의 시간을 빼앗는 이들의 능력은 완벽에 가깝다. 피치 터널은 '공간 싸움'이다. MLB 통계 전문 사이트 ‘브룩스베이스볼’을 보면 류현진의 릴리스 포인트는 일정하게 형성된 것을 볼 수 있다. 9월 25일 뉴욕 양키스전 데이터를 보면, 그의 릴리스 포인트 높이는 구종과 관계없이 180㎝ 선에서 거의 일정하다. 수평 릴리스 포인트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몸에서 가장 가까운 포인트에서 던지는 커브(62.8㎝)와 가장 먼 체인지업(75.3㎝)의 차이는 최대 12.5㎝다. 이 정도 차이는 타자의 눈으로 식별하기 어렵다. 또 하나. 류현진의 릴리스 포인트 편차를 보고 폼이 흔들렸다고 보기 어렵다. 똑같은 폼으로 던져도 하이 패스트볼이나 커브를 던질 때는 공을 조금 일찍 놓기 때문이다. 타자의 몸쪽과 바깥쪽을 번갈아 공략할 때도 팔 각도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투구 폼은 같고, 내딛는 발의 방향이 몇㎝ 달라지는 것이다. 류현진은 그런 수준에서 피칭하고 있다. 2020년 류현진은 리그와 홈구장이 바뀐 상황에서도 일정한 릴리스 포인트를 형성했다. 또 투구 템포의 차이가 거의 없고, 백스윙 때 디셉션(공을 숨기는 동작)이 뛰어나다. 타자 입장에서는 미리 준비할 게 별로 없다. 스윙하기도 전에 타자의 승률이 낮아지는 것이다. 여기에 류현진처럼 좋은 폼으로 정확하게 던졌다면 공은 깜깜한 터널 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타자의 0.045초를 훔칠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투수는 강속구 없이도 타자를 압도할 수 있다. 매덕스의 나이가 30대 후반이었던 2000년대 초, MLB는 배리 본즈(56)의 시대였다. 그는 2000년 이후 4년 동안 무려 213홈런을 때렸다. 금지 약물 복용 사실로 인해 얼룩지긴 했지만 본즈는 MLB 통산 최다 홈런(762개)을 기록한 강타자다. 본즈의 최전성기(2000~2003년)를 매덕스는 피안타율 0.222(18타수 4안타)로 막았다. 홈런은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본즈는 훗날 방송 인터뷰에서 “매덕스는 0볼-2스트라이크에서 (3구 삼진을 잡겠다고) 들어온다. 그가 파워피처가 아니면 누가 파워피처인가”라고 되물었다. 매덕스와 본즈의 대결을 보면, 류현진과 마이크 트라우트(29·LA 에인절스)가 떠오른다. 지난해 류현진 피칭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6월 10일 에인절스전에서 트라우트를 세 번이나 잡은 장면이었다. 1회 직선타에 이어, 3회에는 삼진 처리했다. 류현진은 5회 2사 1·3루 위기에서 트라우트를 다시 삼진(컷 패스트볼)으로 잡아냈다. 현역 최고 타자인 트라우트를 통산 10번 상대해 무안타(4탈삼진)로 막아낸 류현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배트를 헛돌린 트라우트의 실망한 표정이 기억난다. 20대 나이에 통산 302홈런을 때렸고, MLB 최고 몸값(12년 총액 4억 2650만 달러·5000억원)을 받는 트라우트가 류현진의 ‘파워 피칭’에 압도당했다. 투수의 파워는 속도만이 아니다.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힘이 투수의 중요한 역량이다. 관련기사 ①강속구의 시대, 한국 야구는 왜 소외됐나 ②속도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 중요하다 ③강속구의 대응 무기는 정말 '어퍼컷'일까 ④플라이볼은 목표인가 결과인가 ⑤타격은 불가능에 대한 도전…난 타자를 믿는다 ⑥류현진은 '피치 터널'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2020.10.21 06:00
축구

'산초 대안?' 맨유가 노리는 MF 브룩스, 몸값 4000만 파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노리는 미드필더 데이비드 브룩스(23·본머스)의 몸값이 만만치 않다. 영국 매체 더 선을 비롯한 현지 언론은 21일(한국시각) 본머스가 브룩스의 이적료로 4000만 파운드(628억원)를 원한다고 밝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핵심 자원인 제이든 산초 영입에 주력하고 있지만, 협상에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산초를 대신할 대안 중 하나로 브룩스가 거론되고 있는데 몸값이 꽤 비싸다. 이번 시즌 강등된 본머스의 에이스인 브룩스는 2018년 여름 셰필드에서 이적했다. 당시 이적료가 1150만 파운드(180억원). 웨일스 국가대표로도 활약하며 가치를 끌어올렸다. 더 선은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현 웨일스 국가대표 감독이자 전 팀 동료인 라이언 긱스에게 브룩스 영입 관련 의견을 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0.08.21 10:52
야구

롯데에 등장한 '스타'레일리

롯데는 펠릭스 호세와 카림 가르시아 등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외국인 타자를 잘 뽑았다. 반면 외국인 투수 스카우트에는 그리 성공하지 못했다. 조쉬 린드블럼, 브룩스 레일리, 라이언 사도스키 등이 롯데에서 세 시즌 이상 뛰었지만, 타자들만큼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외국인 투수의 활약이 뜸했던 롯데 마운드에 새로운 '스타'가 떴다. 공도 잘 던지고, 커피도 사고, 티셔츠 선물도 하는 댄 스트레일리(32)다. 롯데는 지난겨울 외국인 선수 3명을 전원 교체하면서 스트레일리를 아드리안 샘슨(29)의 뒤를 잇는 2선발로 분류했다. 몸값도 스트레일리(80만 달러)보다 샘슨(83만 9700달러)이 더 높았고, 계약 발표도 샘슨이 우선이었다. 스트레일리는 지난해 메이저리그(MLB)에서 2승 4패 평균자책점 9.82에 그쳤다. 반면 샘슨은 계약 직전까지 텍사스에서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활약하며 6승 8패 평균자책점 5.89를 기록했다. MLB 통산 경력은 스트레일리가 더 화려하다. 2013년 27경기에서 152⅓이닝을 던져 10승(8패)을 거둔 스트레일리는 아메리칸리그 신인상 투표 4위에 올랐다. 2016년에는 14승을 거두기도 했다. MLB 통산 성적은 44승 40패, 평균자책점 4.56이다. 샘슨이 부친의 병환으로 미국에 다녀온 뒤 자가 격리를 거치는 동안 스트레일리는 롯데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14일까지 3승(2패)밖에 올리지 못했지만 투구 내용은 최상급이다. 평균자책점 3위(2.07), 탈삼진 1위(83개)에 올라있다. 82⅔이닝을 던져 최다 이닝에서도 2위를 기록 중이다.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0.97(3위)로 전체 3위다. 이른 감은 있지만, 롯데 역대 외국인 투수 중 최고가 될 수 있는 페이스다. 실력에 비해 운은 따르지 않고 있다. 타선과 수비, 불펜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다승 부문에서는 공동 34위에 그치고 있다. 그가 거둔 세 번의 승리는 모두 무실점했을 때 달성했다. 팬들은 '(브룩스) 레일리'가 가고, 더 불운한 (댄) 스트레일리'가 왔다고 안타까워한다. 롯데 최장수 외국인 선수인 레일리는 지난해 19번의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와 3.8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저조한 득점 지원과 수비 실책 탓에 5승에 그쳤다. 레일리는 시즌 최다패(14패) 기록을 남기고 롯데를 떠났다. 스트레일리는 긍정적인 자세로 불운과 맞서고 있다. 지난 8일 한화전 등판에 앞서 그는 동료들에게 커피 50잔을 돌렸다. 당시 스트레일리는 5월 10일 SK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KBO리그 데뷔 첫 승을 올린 뒤 두 달 가까이 2승 달성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동료들에게 선물한 커피는 훌륭한 각성제였다. 스트레일리는 8일 한화전에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2승을 달성했다. 이어 14일 LG전을 앞두고 그는 또 커피를 돌렸다. 이날 8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스트레일리는 3승(롯데 5-0 승리)에 성공했다. 스트레일리는 "동료들에게 커피를 사는 건 그리 큰 부담은 아니다. 팀이 이길 수 있다면 얼마든지 살 것"이라고 웃었다. 스트레일리는 얼굴을 뒤덮는 덥수룩한 턱수염을 가지고 있다. 무표정일 때는 다소 무서운 인상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동료를 위하는 마음이 따뜻하고, 재치가 있는 선수라는 게 드러나고 있다. 스트레일리가 일명 '분하다 준태티'를 만들어 롯데 포수 김준태에게 선물한 사건은 꽤 유명하다. TV 중계 화면에서 김준태의 모습을 캡처해 제작한 것이 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롯데 구단은 팬들의 요청을 받아 '롯데 자이언츠 승리의 토템'이라며 공식 스토어에서 판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마케팅 방안에 골머리를 앓던 구단에 스트레일리가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이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분하다 준태티'의 인기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주문이 쇄도해 2500장을 완판했다"고 귀띔했다. 스트레일리는 "김준태가 무표정한 편이다. 그를 웃게 해주고 팀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기 위해 티셔츠를 제작했다"며 "구단 스토어에서 공식 판매를 해서 나도 신기했다. 준태가 더 행복했으면 한다"고 웃었다. 스트레일리와 배터리를 이루는 단짝 포수는 김준태가 아닌 정보근이다. 스트레일리는 한 번도 호흡을 맞춘 적이 없는 김준태를 응원한 것이다. 스트레일리는 "'준태티'에 이어 다음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다. 아마도 정보근이나 통역원(배우현 씨)이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롯데 마운드의 스타인 그는 가족에게도 '효자'다. 그는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오늘 내 아버지가 한 어린이를 구하기 위해 강물에 뛰어들었다. 아버지는 혹시 모를 폐렴 검진을 위해 입원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자랑스럽다. 아버지와 구조된 아이가 건강하길 바란다'고 효심을 드러냈다. 스트레일리는 시즌 3승에 성공한 뒤 "아버지와 관련된 소식을 팬들에게 상세히 전하겠다"고 전했다. 30대 초반의 스트레일리는 KBO 리그에서 성공하길 꿈꾼다. 그는 "내 승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 성적을 신경 쓰기보다 팀이 승리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내 임무다. 내가 야구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라며 "그래도 평균자책점 1위는 달성하고 싶다. KBO 무대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직=이형석 기자 2020.07.16 06:01
야구

[IS 포커스] '양현종 파트너' 찾았다…KIA 브룩스, 시속 152㎞ 투심으로 '포스트 헥터' 예감

'고독한 에이스' 양현종(32·KIA)이 이번엔 확실히 격에 맞는 파트너를 찾은 듯하다. 올해 입단한 새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30)다. 브룩스는 개막 전 이미 두산 크리스 플렉센과 함께 다른 팀 감독들로부터 '가장 경계해야 할 것 같은 외국인 투수'로 꼽혔다. 류중일 LG 감독은 "브룩스의 투심패스트볼이 좌우로 크게 떨어지고 위력적인 것 같다"고 했고, 이강철 KT 감독은 "브룩스는 투구폼이 간결하면서도 볼의 움직임이 굉장히 많은 투수라 상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경계했다. 허삼영 삼성 감독도 "브룩스는 경기 운영 능력이 좋아 KBO 리그에 어렵지 않게 연착륙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유 있는 평가였다. 브룩스는 개막 후 단 두 번의 등판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뽐냈다. 첫 번째 경기는 지난 6일 광주 키움전. 5⅔이닝 동안 공 88개를 던지면서 5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키움 강타선을 막아냈다. 팀이 패해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리그 데뷔전 기록으로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무엇보다 직구(포심패스트볼)가 아닌 투심패스트볼 구속이 최고 시속 154㎞까지 나와 눈길을 모았다. 직구(15개)보다 더 많이 던진 투심(24개)의 평균 구속이 시속 149㎞에 달했을 정도다. 직구 구속 역시 최고 시속 153㎞, 평균 시속 150㎞을 각각 찍었다.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적재적소에 구사한 데다 제구도 잘돼 볼넷이 하나도 없었다. 심상치 않은 기세를 보여 준 첫 등판이었다. 두 번째 등판에선 더 강했다. 지난 12일 대전 한화전에 다시 선발 등판해 7이닝 7피안타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이번에도 볼넷과 몸에 맞는 볼 없는 무4사구 경기. 최고 시속 152㎞의 투심 20개와 151㎞의 직구 20개 그리고 슬라이더 24개와 체인지업 20개를 거의 비슷한 비율로 섞어 던지면서 한화 타선을 완벽하게 요리했다. 리드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 또 다시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게 유일한 아쉬움이다. 특히 브룩스의 최고 무기로 꼽히는 투심은 두 번째 경기에서도 다시 빛을 발했다. 볼끝이 심하게 변하는 투심을 앞세워 여러 차례 손쉽게 땅볼을 유도해냈다. 두 경기에서 잡아낸 땅볼 아웃이 18개, 뜬공 아웃이 8개로 땅볼/뜬공 비율이 2.25에 달한다. 여기에 좌타자 상대 승부구인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 내고, 올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볼넷이 하나도 없는 제구력까지 자랑한다. 올 시즌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던 KIA 입장에선 브룩스의 맹활약이 천군만마다. 브룩스의 올해 몸값은 총액 67만9000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47만9000만달러).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 30명 가운데 26위에 해당한다. 브룩스보다 적은 금액에 계약한 선수 셋은 모두 투수가 아닌 타자. 외국인 투수들 가운데선 몸값이 가장 낮다. 그러나 지난해 오클랜드에서 한솥밥을 먹은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의 추천으로 한국에 왔고, 기대 이상의 능력을 보여 주고 있다. KIA는 양현종이라는 국내 최고 투수를 보유한 팀이다. 국내 에이스 양현종과 외국인 에이스 헥터 노에시가 원투 펀치를 이뤄 동반 20승을 올린 2017년, KIA는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그 후 3년이 지난 올해, 강력한 새 파트너가 양현종 앞에 다시 나타난 모양새다. 2020시즌을 힘겹게 출발한 KIA가 또 한 번 최강 원투펀치의 탄생을 예감하고 있다. 배영은 기자 2020.05.1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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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향한 평가, 톰슨에 기대야 하는 아이러니

롯데의 협상력을 향한 팬들의 비난이 커지고 있다. 최하위에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전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대체 외인 영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경기력뿐 아니라 구단 운영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재평가도 교체 대상으로 여겼던 선수의 경기력에 기대야 하는 처지다. 롯데 외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31)와 제이크 톰슨(25)은 지난주까지 각각 2승을 거뒀다. 10구단 가운데 외인 투수 합계 승수가 가장 적다. 해외 스카우트팀은 이미 바쁘게 움직였다. 이런 상황에서 톰슨이 5월25일 사직 LG전 등판을 마치고 오른쪽 이두근 염좌 진단을 받았다. 경기 기복이 큰 투수였기에 교체 적기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전부터 각 구단 영입 리스트 1순위에 올라 있던 헨리 소사(34)에 관심이 모였다. 롯데는 소사 영입에 근접한 구단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소사의 행선지는 올 시즌 리그 2강 한 축인 SK였다. 협상력에서 패했다는 시선이 나온다. 대체 외인 몸값은 영입 시기 기준으로 상한액(60만 달러)이 있다. 세금 문제도 비슷하게 접근했을 것이다. 소사가 개정된 외국인 종합소득세법으로 인해 KBO리그 잔류를 포기했고, 체납액까지 있다는 사실을 구단이 모를 리 없다. 맞춰 준다. 몸값 조건은 경쟁력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적극성이 결과를 갈랐을 가능성이 크다. 애초에 어떤 구단이 선수와 먼저 접촉했는지 여부는 무의미하다. 구체적인 영입 의사와 조건, 비전 제시가 이뤄졌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선수의 개인 선호도도 큰 영향을 미친다. 롯데는 "관심 선수를 향한 스카우트 파견은 통상적인 절차다"며 사전에 선수와 접촉한 의미를 설명했다. 톰슨뿐 아니라 다른 두 외인 교체 여부도 명확하게 결정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구단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구단이 더 빨리 의사 선택을 했다는 얘기다. 입장과 정황을 두루 감안하면 롯데의 소사 영입전은 실패로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비난이 거세다. 이유는 있다. 일단 톰슨의 부상은 다른 팀에서도 주목하고 대응을 하는데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이 시점에서는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했다. 최소한 최초 영입 유력설이 불거진 뒤, 구단 차원에서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 했다. "물망에 있는 선수다"는 통상적인 대응뿐이었다. 영입 기대감이 유지됐고, 이내 실망감으로 변했다. 행정력을 향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리그 1위 SK가 대권을 노리기 위해 수준급 투수를 방출하는 결단을 내렸기에 비교가 되기도 했다. 롯데는 SK보다 전력 보강이 절실한 리그 최하위다. 무엇보다 프랜차이즈 포수를 놓치고, 대어 FA(프리에이전트) 영입 기회도 잡지 못하며 쌓인 행정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재차 표출됐다. 구단의 육성 방침이 틀린 게 아니다. 거듭 돌아오지 않은 메아리에 답답한 롯데팬의 심정은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롯데의 주저는 소사의 역량이 아닌 기존 선수에 대한 미련으로 볼 수 있다. 행보를 짚어보면 톰슨의 반등에 기대감이 없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두근 부상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한다. 공백이 길지 않을 전망이다. 변화구 포구에 안정감을 갖춘 포수와 호흡을 맞추면서 이전보다 안정감도 생겼다. 부상 복귀전과 이후 안착 여부에 따라 롯데의 선택은 다시 평가받을 수 있다. 톰슨이 연착륙을 한다면 외인 교체에 대한 운신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롯데의 소사 영입전은 신중한 결단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 방출 대상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처지는 아이러니다. 소사 영입전 반향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tbc.co.kr 2019.06.0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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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수 계약 100% 완료, '구관'과 '신관' 비율은?

2019년 KBO 리그에서 뛰게 될 외국인 선수 계약이 100% 완료됐다. 28일 계약 소식을 알린 KT 멜 로하스 주니어를 끝으로 10개 구단이 퍼즐 조각을 모두 맞췄다.외국인 원투펀치 구성은 전 구단이 일찌감치 완료했다. 장수 외인인 더스틴 니퍼트, 헨리 소사, 에릭 해커가 나란히 재계약에 실패하면서 유독 새 얼굴이 많아진 것도 특징이다.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KBO 리그에서 뛰게 될 투수는 두산의 다승 1·2위 원투펀치 조쉬 린드블럼·세스 후랭코프 듀오와 SK 앙헬 산체스, 넥센 제이크 브리검, 롯데 브룩스 레일리, LG 타일러 윌슨뿐이다. 20명 가운데 14명이 내년 시즌 한국 무대에 첫선을 보인다.한화 워윅 서폴드, KIA 제이콥 터너와 조 윌랜드, LG 케이시 켈리, NC 드류 루친스키와 에디 버틀러는 새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선인 100만 달러를 꽉 채워 받은 선수들이다. 나이도 대부분 20대 후반이라 각 팀이 거는 기대가 크다. 외국인 타자는 '구관'과 '신관'이 각각 절반이다. SK, 한화, 넥센, 삼성, KT는 기존 선수와 손을 잡았다. SK는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탠 홈런 타자 제이미 로맥과 1년 더 함께하기로 했다. 벌써 세 번째 시즌이 된다. 한화도 올 시즌 초중반 팀의 상위권 도약을 이끈 제러드 호잉을 붙잡았다. 한화 정규 시즌 3위를 만들어 낸 일등공신 중 한 명이다.넥센은 올 시즌 도중 대체 외인으로 영입한 제리 샌즈와 다시 사인했다. 올해 10만 달러를 받고 한국에 온 샌즈의 내년 시즌 연봉은 50만 달러. 계약을 끝낸 28명 선수 가운데 최저 연봉이다. 삼성은 강타자 다린 러프와 구단 외국인 타자 최초로 3년 연속 재계약했다. KT는 두 번째 시즌인 올해 타격 전 부문 상위권에 랭크되면서 정상급 외인 타자 반열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위해 계약을 미뤘지만, 결국 KT가 로하스의 마음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새로 오게 된 외국인 타자는 KIA 제러미 헤즐베이커, 롯데 카를로스 아수아헤, LG 토미 조셉, NC 크리스티안 베탄코트, 두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다. 신규 외국인 타자는 대부분 투수들보다 몸값이 낮지만, 조셉과 베탄코트는 100만 달러를 받고 한국에 왔다. 화제와 관심을 동시에 모으고 있다. 70만 달러를 받은 페르난데스는 외국인 타자가 유일한 약점이던 두산에서 양의지의 빈자리를 채워야 할 중책을 맡았다.배영은 기자 2018.12.2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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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헥터가 한국을 떠나기로 한 이유는 …

김기태 KIA 감독은 지난 25일 “재계약 대상자인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로부터 연락이 없다”고 밝혔다. KIA는 일단 헥터를 보류 선수(재계약 대상자) 명단에 포함했으나 그가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KIA의 또 다른 외국인 선수 팻 딘, 로저 버나디나와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한 터라 KIA는 외국인 선수 3명을 다 바꿔야 할 상황이다. KIA 헥터가 재계약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국세청은 2015년 시행령을 개정해 외국인 선수들을 ‘국내 거주자’로 분류하고, 지난 6월 높아진 세율로 종합소득세를 부과했다. 헥터는 지난해 연봉(170만 달러·약 19억2000만원) 기준으로 최고 세율(44%)을 적용받아 약 8억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지난해까지 외국인 선수는 ‘비거주자’로 간주, 최고 22%의 세율에 해당하는 소득세를 냈다. 헥터의 경우 세율이 두 배로 오른 데다 지난 2년 치 미납분까지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KIA 관계자는 “올 하반기 헥터의 실수령액은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헥터의 연봉은 외국인 선수 최고액인 200만 달러(약 22억6000만원)다. 헥터가 내년에도 KIA에서 뛴다면 10억원 이상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게다가 도미니카 공화국은 한국과 조세협정이 체결돼있지 않다. 도미니카 공화국 국적의 헥터는 고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적잖은 세금(30% 이상)을 내야 한다. 헥터 입장에서는 이중과세를 피해 다른 리그 진출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만하다. 헨리 소사가 LG를 떠난 이유도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니얼 김 해설위원은 “소사의 국적이 도미니카 공화국이지만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중과세 대상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LG가 재계약을 포기한 건 기량에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선수들은 한·미 조세협정에 의해 양국 세율의 차이만큼 세금을 미국에 낸다. 미국 최고 세율이 45%이기 때문에 미국 시민권을 가진 선수는 추가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소사처럼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도미니카 공화국 선수들이 한국에 올 이유가 줄어든 건 사실이다. 특히 새로 계약하는 외국인 선수의 몸값(연봉·계약금·인센티브·이적료를 포함한 총액) 상한이 100만 달러(약 11억3000만원)로 제한되면서 도미니카 공화국 선수들은 더욱 불리해졌다. 100만 달러를 받아도 양국에 세금을 납부하면 실수령액은 30만 달러 안팎으로 줄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2년간 한화 이글스의 중심타자로 맹활약한 윌린 로사리오처럼 메이저리그 경력이 뛰어난 도미니카 공화국 선수는 앞으로 한국에 오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현재 재계약이 확정된 외국인 선수는 제라드 호잉(한화), 제이크 브리검, 제리 샌즈(이상 넥센), 타일러 윌슨(LG) 등 4명이다. 조쉬 린드블럼(두산)과 브룩스 레일리(롯데), 다린 러프(삼성)는 협상 중이다. 나머지 20명가량은 새 외국인 선수로 채워지는데 100만 달러 상한제 탓에 ‘메이저리그급’ 선수 영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대니얼 김 해설위원은 “각 구단이 새로 계약했거나 협상 중인 외국인 선수들은 예년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의 선수들이다. 구단 상황에 따라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팀과 효율성을 따지는 팀이 공존해야 하는데 리그의 다양성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온라인 일간스포츠 2018.11.2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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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외인택스 파동 ①] 외국인 선수 세금 최대 40%까지…폭탄 맞나?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시장에 '세금 이슈'가 터져 나와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중반 대형 FA(프리에이전트) 선수들의 계약금 항목을 놓고 분류기준이 바뀌면서 불거졌던 '세금 폭탄' 이후 십 수 년만의 일이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달 중순부터 10개 구단 경영지원팀, 또는 운영팀 실무자들과 함께 긴급 대책회의를 했으나 뚜렷한 대책을 세우진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 선수에게 해당되는 종합소득세 관련 시행령은 크게는 미국과 도미니카 공화국 등 출신 국적 및 여러 조건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여지가 있어 앞으로 두고두고 구단의 풀기 어려운 숙제로 남게될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던 몇 몇 외국인 선수가 왜 영문도 모르게 기량이 저하 됐고, 심지어 '태업'으로도 보여지는 플레이를 선보였는지 세금 문제와 연관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간스포츠는 [외인택스 파문] 기획 3회에 걸쳐 드러난 문제점, 향후 외국인 선수와 계약시 미칠 영향, KBO와 구단의 대응에 대해 집중 분석했다.#. KBO 리그에서 몇 년째 뛰고 있는 지방 구단의 A 외국인 선수는 최근 구단으로부터 "세금을 기존 22%에서 최대 40%까지 내야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A 선수는 시즌 초반 부진했다. 최근까지 KBO 리그를 호령해온터라 야구계에는 ’A 선수의 부진이 세금 증가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B 구단 외국인 담당 관계자는 "A 선수가 구단과 맺은 계약서에 세금 22% 징수 조항이 들어있었는데, 갑자기 세금이 4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단에 ’위법 아니냐’고 항의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해당 구단과 A 선수가 이와 관련해 합의한 것으로 들었다"고 덧붙였다.KBO 리그 외국인 선수 시장에 ’세금 이슈’를 놓고 각 구단이 신중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여기에 5월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이라 각 구단은 대혼란을 겪고 있다.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4월 18일 10개 구단 경영지원팀장 또는 실무자가 모여 긴급 대책 회의를 했다. 외국인 선수의 종합소득세 신고 의무 여부에 따라 향후 외국인 선수 몸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각 구단 담당자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참석했다. 어떻게 바뀌었길래 그동안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의 계약 총액 가운데 원천징수세율인 22%(지방세 포함)를 떼고, 나머지 금액(78%)을 외국인 선수들에게 줬다. 그런데 2015년 2월 3일 소득세법 시행령이 일부 개정됐다. 외국 국적을 가졌더라도 [국내에 머무르는 기간이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거주자’로 간주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경우 대한민국 국민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의 모든 소득을 합산해 이듬해 5월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야 한다.외국인 선수는 정규시즌 기간만 따져도 183일 넘게 국내에서 생활한다. KBO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으로 외국인 선수도 국내 선수처럼 종합소득세를 신고하고, 납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소득세법 시행령은 거주자로 인정하는 국내 체류기간이 현행 보다 길었다. 따라서 개 7~8개월 머무르다 자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선수의 경우 ’거주자’로 간주되지 않았다. 하지만 개정된 시행령에 따르면 22%의 원천징수세를 내던 외국인 선수는 최대 40%의 세금을 내야한다. 이마저도 내년 5월 신고하는 2018년 소득분에 대해선 소득 5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이 기존의 40%에서 42%로 더 높아진다. 가령 1년 총액 연봉 10억원을 받는 선수라면 기존에는 2억2000만원을 세금으로 냈다. 하지만 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최고 세율 구간을 적용하면 국내에서 사용한 제반 경비를 빼더라도 1억7460만원+5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42%, 즉 대략 3~4억원의 세금을 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혁 한경회계법인 공인회계사·세무사는 "외국인 선수가 내야하는 세금이 대략 2배 가까이 껑충 뛰어오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2018년 KBO 리그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의 계약 총액을 4월30일 환율에 적용하면 어떤 계산이 나올까. 모두 최고 세율 구간에 해당하는 5억원(약 46만 7000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다. 시행령 개정은 2015년에 이뤄졌으나 그동안 각 구단은 바뀐 시행령을 따르지 않고, 기존대로 원천징수세율 22%만 국세청에 냈다. 최근 외국인 선수의 송금내역, 출입국 신고 기록 등을 검토한 국세청이 ’외국인 선수가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지 않느냐’고 연락을 해온 게 시발점이 됐다. 이에 따라 2015년 이후 한국에서 뛴 외국인 선수에게 소급 적용 및 가산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KBO 관계자는 국내에서 최근 몇 년간 활약한 "더스틴 니퍼트(KT·8년차) 헥터 노에시(KIA·3년차) 브룩스 레일리(롯데·4년차) 등은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엎친데 덮친 격? 도미니카 쇼크? 바뀐 시행령이 국적을 비롯해 여러 조건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여지가 있다는 데서 각 구단마다 이해 관계가 달라진다. 국세청과 KBO는 "미국 출신 선수는 한-미 조세협약에 따라 거주자 개념을 적용받지 않을 수 있다. 또 미국에 따로 세금을 낸다거나, 한국에 가족이 머무르거나 등에 따라 국세청에 납부해야할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이 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상혁 세무사는 "미국 선수의 경우 한국에서 많은 세금을 내면 자국에서 적게 낸다. 또 한국에서 적게 내면 미국에서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며 "결국 미국 선수는 바뀐 시행령이 적용되더라도 납부 금액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고 귀띔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선수는 직격탁을 맞을 전망이다. 양국 간에 따로 협약이 없다. 이들은 자국에 돌아가더라도 따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 올 시즌 KBO 리그 외국인 선수의 출신 국가를 살펴보면 미국이 19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 6명이다. 그외 네덜란드, 베네수엘라, 대만. 캐나다, 쿠바 등 기타 국가 5명이다. 또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는 헨리 소사(LG)처럼 다소 애매한 경우도 있다. 수도권의 C 구단은 "외국인 선수 세금 관련 이슈를 큰 문제로 보고 있다"고 했다. 지방 D 구단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다소 골치 아프다"고 발했다. D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와 직접 연락이 어렵기 때문에 지방 국세청에서 먼저 구단에 연락해 왔다"고 말했다. 이미 일부 지방 구단 가운데선 외국인 선수에 대한 종합소득신고 납부 고지서를 받은 경우도 있다. 여기에 2015~2017 시행령을 적용해 가산세가 부과될 수 있다. 각 구단은 지금은 KBO 리그를 떠났더라도 소급 적용이 가능한 외국인 선수 및 에이전트에게 통화 및 이메일을 통해 이 사실을 통보하고 있다. 지방 B 구단은 "외국인 선수와 회계사를 연결해 종합소득세 신고와 관련, 수임을 맡겨놨다"고 귀띔했다. 니퍼트(두산→KT)처럼 팀을 옮긴 경우 전 소속팀과 현 소속팀 간 함께 논의중이다. 당연히 외국인 선수 사이에서도 ’세금 증가’는 큰 이슈다. D 구단 관계자는 "우리 선수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E 구단 관계자는 "소득세법 시행령과 관련해 우리팀 외국인 선수에게 통보하니 이미 알고 있더라. 타 구단의 외국인 선수로부터 ’이미 전해 들었다’고 했다"고 밝혔다. 개정된 시행령 적용과 관련해 수도권 및 지방 등 국세청마다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 또 거주자 해석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결론난 것이 없다. 수도권 C구단 관계자는 "국세청에서 처음에는 강경한 입장이었는데, 구단의 입장을 전해 듣고 ’비거주자로 해석한 이유를 소명 해달라’고 연락이 왔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는, 구단의 희망사항에 가깝다. 법적으로는 외국인 선수를 ’거주자’로 봐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게 업계의 유권해석이다. 즉, 외국인 선수의 세금 증가는 필연적이라는 이야기다. 이상혁 회계사는 "소득세법과 시행령을 보면 외국인 선수는 국내에서 183일 이상 머무르고, 또 머무를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종합소득세 신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KBO도 난처하다. 일단 국세청에 외국인 선수를 거주자로 해석할 것인지에 대해 지난 3월 말 서면 질의를 해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앞서 다른 사항과 관련해 서면질의를 했는데 3개월 뒤에 회신을 받았다.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은 5월 말까지다. 구단 입장에선 "외국인 선수에게 종합소득세 신고 납부 의무에 대해 확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기간을 놓칠 경우 가산세가 부과될 수도 있다. 일부에선 "나중에 가산세를 내더라도 아직 확실하게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일단은 지켜보는게 낫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KBO 관계자는 "확실하게 결론난 것이 없는 가운데 담당자 회의에선 2015년 이후 국내 무대에서 뛴 외국인 선수에게 ’시행령 개정으로 가산금이 더 나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으로 얘기를 끝냈다"고 밝혔다. 이형석 기자 2018.05.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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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약? 새 영입? 10개 구단 외국인 재계약 추진은?

외국인 선수의 활약은 팀 성적과 직결된다. 8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만 봐도 그렇다. 팀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6일 현재 네 자리가 벌써 찼다. kt는 올 시즌 평균자책점 1위 라이언 피어밴드와 지난해 68만 달러에서 65% 오른 105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넥센은 2015~2016년 한화에서 활약한 에스밀 로저스를 150만 달러에 영입했다. SK는 메릴 켈리, 제이미 로맥과 각각 175만 달러, 85만 달러에 계약을 마쳤다. KIA는 '20승 투수' 헥터 노에시와 좌완 팻 딘, 득점왕 로저 버나디나까지 셋 다 재계약할 방침이다. 이 가운데 메이저리그 복귀 가능성이 흘러나온 버나디나는 "거취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잔류 관건은 계약 조건이다. 5년 만에 가을 야구를 경험한 롯데는 브룩스 레일리, 조쉬 린드블럼, 앤디 번즈와 재계약을 추진한다. 셋 모두 롯데가 후반기 무서운 상승세 속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올 시즌 연봉이 100만 달러에 미치지 않아 몸값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NC는 에릭 테임즈의 빈자리를 메운 재비어 스크럭스와는 재계약을 추진하되 마운드는 교체한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56승을 올린 에릭 해커에 대해 NC는 예민한 성격과 투구 루틴에 대한 강한 고집 등의 이유로 재계약을 주저하고 있다. 170만 달러에 영입한 제프 맨쉽은 두 달간 부상으로 빠졌고, 포스트시즌에서 부진했다. 켈리, 로맥과 이미 재계약을 마친 SK는 스캇 다이아몬드에 대해선 고민하고 있다. 일단 대체자를 물색하고 있다. 류중일 감독 체제로 새 출발한 LG는 데이비드 허프, 헨리 소사와 재계약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구단 관계자는 "그동안 좋은 활약을 보인 허프, 소사와 재계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으나 시장 상황에 따라 더 좋은 선수가 나온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고려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올해 외국인 선수에 480만 달러를 쓴 한화는 셋 다 교체가 불가피하다. 2년 연속 3할-30홈런-100타점을 돌파한 로사리오는 메이저리그와 일본 진출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는 현역 은퇴를 시사하며 고국으로 돌아갔다. 신임 한용덕 감독은 "외국인 투수는 1년간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꾸준하게 던질 수 있는 건강한 선수로 뽑으려고 한다"며 "외국인 타자는 외야수 쪽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2년 연속 9위에 그친 삼성은 타점왕에 오른 다린 러프와 재계약을 추진한다. 시즌 2승에 그친 뒤 부상으로 일찌감치 돌아간 앤서니 레나도와 평균자책점 6.18에 그친 재크 페트릭은 당연히 재계약 대상이 아니다.피어밴드와 재계약을 마친 kt는 멜 로하스 주니어와 재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돈 로치의 경우 보다 경험과 경력이 뛰어난 다른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고 있다. 새 외국인 투수 영입이 여의치 않을 경우 로치와 재계약을 염두하고 있다.KBO 외국인 선수 재계약 의사 통보 마감일은 25일이다. 이형석 기자 2017.11.08 06:00
야구

'기대 부응' 모창민-권희동, '베테랑 듀오'를 지우다

이름값이 있거나 몸값이 높은 선수가 부상도 아닌데 2군행 또는 결장을 하면 '전력 제외' 시선을 받는다. 그 선수를 향한 대중적인 평가에 따라 사령탑의 선택도 여러 말을 듣게 된다. 김경문 NC 감독은 팀은 지난 31일 롯데와의 개막전을 앞두고 팀을 향한 의구심을 짚고 넘어갔다.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된 베테랑 이호준, 이종욱 얘기였다. 맥락도 다소 뜬금없는 지점에서 나왔다. 김 감독은 취재진 중 한 명이 "시범경기에서 모창민의 타격감이 좋은데 가장 큰 변화 지점은 무엇인가"라고 묻는 말에 답변으로 베테랑 듀오의 엔트리 제외 배경을 설명했다. 외야 한 자리와 지명 타자를 채워야하는 상황이었다. 김 감독은 "권희동과 모창민이 충분히 제 몫을 해낼 수 있는 선수들이다. 기다림이 길었던 선수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고자 했다. 주전을 동시에 두 명을 두는 건 내 야구가 아니다. 주전 라인업은 걸맞은 면모를 갖춰야한다"고 설명했다. 은퇴를 선언한 이호준, 30대 중반을 넘긴 이종욱 모두 노쇠화에 있는 선수들이다. 새로운 동력으로 현재와 미래를 대비하려했다. 베테랑 듀오에 대해서도 "두 선수가 못하는 게 아니다. 그동안 팀에 크게 기여했다"는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의아한 상황이 나오면 '내부 사정'을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다. 김 감독은 억측을 불식시키려 했다. 사실상 권희동을 주전 좌익수, 모창민을 지명 타자로 활용하려는 의지를 확고히 한 셈이다. 그리고 이들은 개막전에서 그 선택의 당위성을 증명했다. 상대 선발 투수 브룩스 레일리의 컨디션이 워낙 좋았기에 경기 첫 두 타석에서는 돋보이지 못했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0.385(40타수 15안타)·3홈런·9타점을 기록하며 도약을 예고한 모창민은 2연속 삼진을 당했다. 권희동도 첫 타석에서 상대 야수(2루수)의 부정확한 송구 탓에 내야 안타를 얻어냈다. 하지만 NC가 끌려가던 6회 공격에서 두 선수가 역전을 이끌었다. 1사 1루에서 나선 권희동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치며 2·3루 기회를 만들었다. 궤적이 높은 타구였지만 워낙 비거리가 길어 중견수와 우익수가 쫓지 못했다. 모창민은 풀카운트 승부에서 레일리의 126km 커브를 밀어쳐 다시 우중간 2루타를 때려냈다.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0-1으로 뒤지던 NC가 역전에 성공했다. 레일리의 결정구가 가운데로 형성되긴 했지만 코스는 바깥쪽으로 형성됐다. 실투로 보긴 어려웠다. 롯데는 NC에 14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경기 후반, 잘 던지던 선발 투수가 갑자기 흔들리며 리드를 내주면서 '나쁜 기억'들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그만큼 중요한 득점이었다. 실제로 NC는 이어진 상황에서 김태군의 추가 적시타, 7회 새 외국인 타자 재비어 스크럭스의 홈런 등으로 4점을 더 올렸다. 이대호가 분전한 롯데가 거세게 추격했지만 6-5 승리를 지켜냈다. 베테랑 대신 새 얼굴을 내세운 김경문 감독의 선택이 일단 첫 경기엔 지지를 받게 됐다. 모창민은 "첫 두 타석에서 팀의 공격 흐름을 끊어서 미안했다"고 했다. 그 부담감을 이겨내고 결승타를 만들어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하위 타선에서 활력을 불어넣으면 에릭 테임즈의 이적 공백으로 생긴 공격력 저하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전망이다. 시즌 초반, 베테랑 듀오를 대신하는 두 선수의 경기력은 NC의 화두 중 한 가지다. 창원=안희수 기자 An.heesoo@joins.com 2017.04.01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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