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이 있거나 몸값이 높은 선수가 부상도 아닌데 2군행 또는 결장을 하면 '전력 제외' 시선을 받는다. 그 선수를 향한 대중적인 평가에 따라 사령탑의 선택도 여러 말을 듣게 된다.
김경문 NC 감독은 팀은 지난 31일 롯데와의 개막전을 앞두고 팀을 향한 의구심을 짚고 넘어갔다.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된 베테랑 이호준, 이종욱 얘기였다. 맥락도 다소 뜬금없는 지점에서 나왔다. 김 감독은 취재진 중 한 명이 "시범경기에서 모창민의 타격감이 좋은데 가장 큰 변화 지점은 무엇인가"라고 묻는 말에 답변으로 베테랑 듀오의 엔트리 제외 배경을 설명했다.
외야 한 자리와 지명 타자를 채워야하는 상황이었다. 김 감독은 "권희동과 모창민이 충분히 제 몫을 해낼 수 있는 선수들이다. 기다림이 길었던 선수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고자 했다. 주전을 동시에 두 명을 두는 건 내 야구가 아니다. 주전 라인업은 걸맞은 면모를 갖춰야한다"고 설명했다. 은퇴를 선언한 이호준, 30대 중반을 넘긴 이종욱 모두 노쇠화에 있는 선수들이다. 새로운 동력으로 현재와 미래를 대비하려했다. 베테랑 듀오에 대해서도 "두 선수가 못하는 게 아니다. 그동안 팀에 크게 기여했다"는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의아한 상황이 나오면 '내부 사정'을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다. 김 감독은 억측을 불식시키려 했다.
사실상 권희동을 주전 좌익수, 모창민을 지명 타자로 활용하려는 의지를 확고히 한 셈이다. 그리고 이들은 개막전에서 그 선택의 당위성을 증명했다. 상대 선발 투수 브룩스 레일리의 컨디션이 워낙 좋았기에 경기 첫 두 타석에서는 돋보이지 못했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0.385(40타수 15안타)·3홈런·9타점을 기록하며 도약을 예고한 모창민은 2연속 삼진을 당했다. 권희동도 첫 타석에서 상대 야수(2루수)의 부정확한 송구 탓에 내야 안타를 얻어냈다.
하지만 NC가 끌려가던 6회 공격에서 두 선수가 역전을 이끌었다. 1사 1루에서 나선 권희동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치며 2·3루 기회를 만들었다. 궤적이 높은 타구였지만 워낙 비거리가 길어 중견수와 우익수가 쫓지 못했다. 모창민은 풀카운트 승부에서 레일리의 126km 커브를 밀어쳐 다시 우중간 2루타를 때려냈다.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0-1으로 뒤지던 NC가 역전에 성공했다. 레일리의 결정구가 가운데로 형성되긴 했지만 코스는 바깥쪽으로 형성됐다. 실투로 보긴 어려웠다.
롯데는 NC에 14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경기 후반, 잘 던지던 선발 투수가 갑자기 흔들리며 리드를 내주면서 '나쁜 기억'들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그만큼 중요한 득점이었다. 실제로 NC는 이어진 상황에서 김태군의 추가 적시타, 7회 새 외국인 타자 재비어 스크럭스의 홈런 등으로 4점을 더 올렸다. 이대호가 분전한 롯데가 거세게 추격했지만 6-5 승리를 지켜냈다.
베테랑 대신 새 얼굴을 내세운 김경문 감독의 선택이 일단 첫 경기엔 지지를 받게 됐다. 모창민은 "첫 두 타석에서 팀의 공격 흐름을 끊어서 미안했다"고 했다. 그 부담감을 이겨내고 결승타를 만들어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하위 타선에서 활력을 불어넣으면 에릭 테임즈의 이적 공백으로 생긴 공격력 저하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