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 없이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캐스팅 됐죠. 감독님의 전화가 걸려왔을 때부터 저는 이미 출연을 결정했고요."
작품이 없으면 백수나 다름없는 배우들의 삶이다. 딱 백수의 삶을 살고 있었던 김동욱에게 걸려 온 한 통의 전화는 김동욱에게 취업의 길을 열어줬다.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김동욱은 더할나위없는 연기력과 영화 '신과 함께'를 살린 '히든카드'로 완벽하게 보답했다.
하정우? 차태현? 김동욱만 보이고 김동욱만 남았다. 김자홍보다, 저승 삼차사보다 더욱 빛난 '히든카드' 김동욱이다.
사실 김동욱은 '신과 함께' 언론시사회가 첫 공식석상일 정도로 그간 꽁꽁 감춰진 인물이었다. 예고편에도 제대로 등장하지 않으면서 중요치 않은 캐릭터로 인식됐다. 하지만 뚜껑열린 '신과 함께'에서 김동욱은 서브 스토리인 척 사건의 중심을 넘나들며 김자홍(차태현)과의 연결고리를 완성, 자신만의 스토리도 꾸려냈다.
극중 김동욱이 연기한 김수홍은 소방관 김자홍의 동생으로 설정됐지만, 원작에서 말년 휴가를 앞두고 오발 사고를 당해 원귀가 된 유성연 병장 캐릭터다. 김자홍와 유성연 스토리가 하나로 묶이면서 이름이 바뀌었지만 원작과의 스토리는 김자홍보다 일맥상통한다.
속된 말로 '다 따 먹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김동욱은 관심병사를 아끼고 보살피는 착한 선임, 투덜거리면서도 엄마를 끝까지 챙기는 아들, 형을 애증하는 동생, 악에 바친 원귀까지 입체적인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완성해 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신파로 설명되는 신도 스토리가 아닌 김동욱의 연기가 관객들을 울린다. 코믹, 감동, 휴먼까지 여러 장르가 김동욱을 통해 전달된다.
원체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알려졌지만 '신과 함께'를 통해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나게 된 것. 시사회 직후 수 많은 캐릭터 중 김동욱의 이야기가 가장 많이, 끊임없이 흘러 나오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관계자들도 "꽁꽁 숨긴 이유가 있었다. 설령 그게 아니었더라도 히든카드로 마케팅 해도 손색없을 것 같다. 김동욱 밖에 안 보이더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동욱은 시사회 직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작품도 없고 하는 일도 없이 집에서 전전긍긍 하고 있을 때 김용화 감독님께서 갑자기 전화를 주셨다. '요즘 뭐하고 사냐' 하시길래 '술 마시고 살고 있어요'라고 했더니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어라'라고 하시면서 며칠 후 시나리오를 주셨다"고 캐스팅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너에게 이런 역할을 맡기고 싶은데 자신있냐'고 하셨는데 사실 대본을 준다고 말씀 하셨을 때 난 이미 (출연) 결정을 했다"며 "'국가대표' 때 감독님과 정우 형 등과 함께 했던 너무 좋은 기억이 있어 감사히 참여하게 됐고 지금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진심을 표했다.
이에 김용화 감독은 "'국가대표' 이후 함께 했던 배우들이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다들 그 이상으로 잘 됐다"며 "김동욱 역시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훌륭하게 성장했지만 기대했던 부분 보다는 연기를 많이 안 한다는 생각을 했다. 연기를 안 시켜줘서 안 하는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애통했다"고 털어놨다.
또 "여기 계신 배우들을 보면 모두 몇 십년 이상 연기를 한 훌륭한 배우들이지만, 김동욱 씨 역시 그렇다. 김동욱은 연기할 때마다 나를 많이 놀라게 한다. 정말 훌륭한 배우라 잘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만약 '신과 함께'가 원하는 성공을 못 거두게 되더라도 김동욱은 이 작품을 통해 다시 얼굴을 알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김동욱에 대한 김용화 감독의 목적은 120%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신과 함께'는 분명 김동욱을 다시 보게 되는 기회가 될 터. 삼차사의 과거, 성주신 마동석이 등장하지만 김동욱 때문에 기대되는 '신과 함께' 2편이 됐다. 그의 삶에 모든 것이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