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바뀌었다. 원작은 아예 잊는 편이 좋다. 웹툰 '신과 함께'와 영화 '신과 함께'는 '많이' 다르다. 원작 팬들은 이를 반드시 숙지하고 영화관에 가야 그나마 온전히 영화 '신과 함께'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12월 대전 두 번째 주자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김용화 감독)'이 12일 서울 잠실 월드타워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1·2편 도합 400억이 투자된 대작인데다가 너무나도 유명한 웹툰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인 만큼 관심은 더할나위없이 뜨거웠다.
뚜껑열린 '신과 함께'는 저승 세계관, 캐릭터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웹툰에서 인기 있었던 캐릭터가 영화에서는 아예 사라졌고, 이름만 차용했을 뿐 캐릭터의 설정도, 이에 따른 스토리도 '싹' 갈아 엎었다.
알려졌다시피 원작 속 망자들의 변호를 맡는 염라국 국선 변호사 진기한은 영화에서는 볼 수 없다. 진기한과 관련된 모든 스토리는 모조리 삭제됐다. 삼차사 리더 강림(하정우)이 진기한의 역할까지 모두 소화한다. 이에 따라 하정우는 액션·변호·저승과 이승의 연결고리 등 일당백 원맨쇼 활약을 펼친다. 존재감이 두드러질 수 밖에 없지만 다소 정신이 사나운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변호를 하는 '이유'도 달라졌다. 영화 속 저승차사들의 변호는 대가성이다. 변호를 통해 49명의 망자를 인간으로 환생시키면 자신들 또한 환생할 수 있다는 목적이 있는 것. 김자홍(차태현)은 이들이 환생시켜야 할 48번째 '귀인'으로 등장한다.
바뀐 설정에 맞게 김자홍은 웹툰 속 평범한 샐러리맨이 아닌 소방관으로 직업 자체가 달라졌다. 샐러리맨 김자홍이 '무색무취'라 표현될 정도로 너무 평범해 변호하기 힘들었던 포인트가 원작 팬들이 열광했던 이유라면, 영화 속 김자홍은 원작 김자홍과 그저 이름만 같을 뿐이다.
이는 유명한 캐릭터의 이름을 이용한 것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영화 '신과 함께'는 김자홍을 변호하는 진기한, 원귀 유성연 병장을 쫓는 삼차사(강림·해원맥·덕춘)의 이야기를 다룬 웹툰 '신과 함께' 저승편의 두 가지 스토리를 하나로 묶었다. 김자홍과 유성연을 '형제' 즉 '가족'으로 설정했다. 유성연의 이름도 김수홍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정작 원작과 조금 더 비슷한 스토리로 풀어진 것은 유성연 병장이다. 유성연 병장에게 '소방관 형'이 생겼다는 표현이 더 맞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신과 함께'는 김자홍의 이름을 쓰면서 캐릭터를 바꾸고, 유성연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이름을 바꿨다. 거듭 강조하지만 영화는 원작과 '많이' 다르다. 삼차사라고 변화를 피할 수는 없다. 원작에서 제멋대로 성격에 뇌물을 받는 등 비리를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강림은 영화에서도 마이웨이 행동을 보이는 것은 맞지만 '전지전능'의 분위기가 강하다. 고소공포증까지 있는 헐렁한 성격은 영화 속 강림에게는 볼 수 없고, 김자홍의 '무색무취' 성격을 되려 강림에게 느낄 수 있다. 원작의 인기 포인트를 하정우에게 '몰빵' 해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너무 많은 것을 쥐어주다 보니 오히려 '향기없는 꽃'이 됐다는 점이다.
강림 특유의 능글맞음은 해원맥(주지훈)에게 넘어갔다. 무뚝뚝하고 냉정하지만 은근 속깊은 정이 있는 원작 속 해원맥과 비슷한 듯 다르다. 주지훈이 연기한 해원맥은 딱 만화같은 캐릭터다. 생각없이 툭툭 내뱉고 한 없이 가볍다. 머리보다는 몸을 잘 쓰는 캐릭터로 액션 연기에서 빛을 발한다.
우정출연을 결정했다가 30회 차 촬영을 강행한 염라대왕 이정재는 예고편이 전부다. 1편은 티저 수준으로 2편에서 본격 활약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원작에서는 강림 도령도 꼼짝 못하게 하는 카리스마 염라로 나오지만 영화 속 염라는 깊이가 있으면서도 코믹한 느낌이 강하다. 공들인 티가 나는 등장신도 '관상(한재림 감독)' 만큼은 아니다. 시사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원작과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 제작보고회에서는 본 것이 없으니 원작과 비교했을 때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한 점이 많을 수 밖에 없었지만, 시사회 후에도 이 같은 반응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왜 그렇게 바꿨는지, '굳이' 그렇게 설정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400억을 쏟아 부었지만 결국 기승전 '원작'이었다.
차태현은 "원작과 영화를 혼자 비교하면서 본다고 했는데 죄송하지만 원작이랑 많이 뒤죽박죽 헷갈려서 어디가 원작이었고 어디가 아니었는지 그런 것을 신경 쓰면서 보다 보니까 집중을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원작을 본 이들이라면 모두가 느낄 법한 지점이다. 물론 차태현은 영화 자체는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김용화 감독은 "영화는 2시간 10분 안에 하나의 시점으로 보여져야 했다. '신과 함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전 감독님들, 제작사에서 영화 제작에 들어가지 못했던 시행착오가 그 지점이었고 시점을 합쳐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화의 반영도와 만화의 반영도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세계관을 옮겨오되, 영화로 옮겼을 때 자칫 일정 부분 1차원적이거나 관객 분들이 작품에서 빠져나올 정도의 몰입 방해 요소는 영화적으로 믿을 수 있게끔 하는 구조 내에서 바꾸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그런 식으로 치환했다"고 설명했다.
"원작 팬들에게는 실망감을 드릴 수 있고 아쉽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인정한 하정우는 "그래서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영화 '신과 함께'로, 독립적으로 봐 주시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가치가 있지 않을까. 넓은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시고 관람 해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