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안에서 '살아 숨쉬는' 유해진이다. 유해진이 숨통 트이는 영화 '완벽한 타인(이재규 감독)'을 만나 숨통 트이는 연기를 펼쳤다. 이미 수 많은 작품을 통해 '코믹연기의 대가'로 손꼽히는 유해진이다. 이번엔 작정하고 웃기려 한 것이 아니라 더 웃긴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서울대 법대 출신의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남편 태수는 캐릭터만 놓고 봤을 땐 어떤 욕을 먹어도 시원찮은 캐릭터지만, 그런 태수를 소화한 배우 유해진은 어떤 칭찬을 받아도 아깝지 않다.
'아어이다' 딱딱 맞아 떨어지는 연기는 물론, 빛나는 아이디어도 곳곳에서 돋보인다. '12살 연하'가 아닌 '12살 연상'의 폰친구 설정은 유해진의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져 다행이고, 유해진이 극도로 난색을 표했다는 '서울대 법대 출신' 타이틀은 이재규 감독의 버티기가 성공해 다행인 설정이다. 유해진의 손길을 거치며 조금씩 깎고 다듬어진 태수는 관객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영화적이면서 현실적인 캐릭터로 완성됐다. '완벽한 타인' 속 명장면의 중심에 늘 유해진이 있는 이유다.
의미있는 작품에서 신나게 뛰어 놀았기에 만족도는 어느 때보다 크다. 스스로 "좋은 작품 만났다"고 이야기 하는 유해진은 꽤 오랜만이다. 그만큼 배우 유해진으로, 또 인간 유해진으로 '완벽한 타인'을 함께 하며 얻은 것이 많다. 자신을 둘러싼 고급진 이미지는 "과대 포장된 면이 있다"며 껄껄 웃는 유해진이지만, 관객들에게는 언제나 '고급진' 배우였다. '완벽한 타인'은 대중이 사랑하는 배우 유해진을 고급지게, 하지만 조금은 다르게 활용한 아주 멋스러운 작품으로 기억 될 전망이다. -'완벽한 타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요즘 비슷한 소재의 영화가 많은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아 좋았다. 경찰, 국과수 이야기가 나오는 영화도 필요하겠지만 '완벽한 타인' 같은 조그마한 이야기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구미가 당기는 시나리오였고, 조금은 널널하게, 여유롭게 찍을 수 있겠다 싶어 선택했다."
-영화에 대한 만족도도 큰 것 같다. "영화 중간 중간 쉼표가 참 잘 들어갔다. 굉장히 빡빡한 상황인데, 전체 이야기에서 벗어난 부부들의 이야기가 중간 중간 삽입된다. 타이트해질 때 쯤 베란다에 나가 월식도 보고. 그 구성이 좋았다. '아, 참 잘했네' 싶더라"
-부부 호흡을 맞췄다. "태수와 수현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부부의 모습 아닐까 싶다. 특히 우리 윗세대에 굉장히 많은. 권위적인 남편과 전업주부 아내 설정은 '부부'라는 타이틀을 대표하는 모습 아닐까 싶다. 사실 태수는 진짜 못되 먹었다. 츤데레라고 표현하는데 그냥 재수없는 인간이다. 엄청 뭐라고 하다가 좋은 말 한 마디씩 툭 던지고. 그게 뭐라고.(웃음) 한숨나더라."
-태수는 서울대 법대 출신 설정이다. "빼달라고~ 빼달라고 했는데 끝내 불발됐다.(웃음) 왠지 그냥 좀 그렇더라. 굳이 서울대라고 콕 집어내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내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는걸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따지고 보면 나도 서울대는 서울대다. 서울예대 나왔다. 그렇게 세뇌했다."
-유해진이 진지할수록 관객들은 배꼽 잡는다. 특히 윤경호와 호흡이 압권이었는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극중 등장하는 일명 '키티 누나'가 원래 시나리오에는 생각하시는 것처럼 33살로 설정돼 있었다. 12살 차이라고 하면 으레 연하라고 받아들이지 않나. 난 그게 싫더라. 연상일 수도 있는데. 그래서 57살로 바꿨다."
-애드리브였나. "애드리브는 아니었고 사전에 충분한 조율 과정을 거쳤다. 애드리브라고 해도 촬영 중간에 말도 안하고 그냥 해 버리는건 같이 연기하는 파트너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윤)경호 씨와도 논의를 거쳤고 촬영 전 계속 합을 맞췄다. 애드리브가 아닌데 애드리브인 것 처럼 자연스럽게 보이게 연구하는 것도 결국 배우의 몫이다."
-진짜 자연스러웠다. "'나 이렇게 하고 싶은데 어때?' '그럼 난 이렇게 할게요' '괜찮아?' '괜찮아요~'가 돼야 한다. 내 의견 중에서도 쓰레기 같은 것일 있을 수 있다.(웃음) 이재규 감독도 '아, 이게 맞나? 아니야. 아닌거 같아' 하면 '일단 편하게 말씀해 보세요' 한다. 그래서 '아니에요, 아니에요' 하다가 하면 '예. 그건 별로 안 좋네요' 할 때도 있었다. 하하." >>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