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투표는 영광, 동료 투표는 기쁨. 비록 베스트12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선수들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올스타 선정에 야구인 의견을 반영한 건 '신의 한 수'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3일 2025 올스타전 베스트12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지난 2일부터 22일까지 팬·선수단 투표가 진행됐고, 그 결과를 각각 70% 대 30% 비율로 반영해 총점을 산출했다.
나눔 올스타 소속 한화 이글스 마무리 투수 김서현은 역대 최다 득표(178만 6837표) 신기록을 세웠다. 그는 선수단 투표에서도 1위에 올라 베스트12에 이름을 올린 24명 중 가장 높은 총점(54.19점)을 받았다.
삼성 라이온즈 배찬승은 고졸 신인으로는 역대 6번째, 투수로 범위를 좁히면 정우영(LG 트윈스), 김택연(두산 베어스) 이후 3번째로 올스타에 선정된 고졸 신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삼성 베테랑 포수이자 매 경기 통산 최다 출전 신기록을 쓰고 있는 강민호는 개인 12번째 베스트12에 선정됐다. 감독 추천 출전을 포함하면 15번째 올스타전 출전이다.
눈길을 끄는 스토리가 쏟아진 가운데, 특정 팀 소속 선수들이 각 포지션 올스타를 휩쓰는 현상이 우려만큼 심각하지 않았던 점도 시선을 끌었다. 올 시즌 전반기는 유독 전국구 인기 팀 성적이 좋아서, 팬 투표 참가 인원이 많았다.
일단 나눔(KIA 타이거즈, NC 다이노스, 키움 히어로즈, LG, 한화) 올스타에서 베스트12 선정 선수 배출에 실패한 팀은 키움뿐이다. 리그 1위 한화가 가장 많은 4명, KIA와 LG가 각각 3명, NC가 2명을 냈다. 드림(롯데 자이언츠, KT 위즈, SSG 랜더스, 두산, 삼성) 올스타는 롯데가 6명, 삼성이 5명, SSG가 1명을 배출했다. 두산과 KT는 없었다. 기량, 올 시즌 성적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평가다.
드림 올스타에서 팬심(心)과 '업계' 평판이 일치한 선수, 즉 두 부문 모두 1위에 오른 선수는 선발 투수 원태인(삼성), 마무리 투수 김원중(롯데), 1루수 르윈 디아즈(삼성), 3루수 최정(SSG), 유격수 전민재(롯데), 외야수 구자욱(삼성)과 빅터 레이예스(롯데) 7명이었다. 나눔 올스타는 선발 투수 코디 폰세(한화), 마무리 투수 김서현, 포수 박동원(LG), 1루수 오스틴 딘(LG), 2루수 박민우(NC), 유격수 박찬호(KIA), 외야수 박건우(NC)와 박해민(LG)까지 8명.
팬 투표에서 1위에 올랐지만, 선수단 투표 결과로 바뀐 포지션은 드림 올스타 중간 투수와 2루수, 나눔 올스타 지명타자였다. 삼성은 2루수 최다 득표자 류지혁이 선수단 투표 결과에 밀려 롯데 고승민에게 자리를 내줬지만, 배찬승이 같은 이유로 정철원(롯데)을 밀어내 위안 삼을 수 있었다.
올스타 베스트 선발 방식에 선수단 투표가 도입된 건 2014년부터였다. 야구 부흥기가 도래한 2008년부터 롯데 소속 선수 '줄 세우기' 현상이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2013년에는 LG가 전 포지션(10개) 1위에 올라 다시 불을 지폈다. 그렇게 현장 야구인(감독·코치·선수) 의견이 반영됐고, 그 결과 팬심과 다른 선수가 베스트12에 선정되기도 했다.
리그 세이브 1위(21개) 마무리 투수 박영현, 괴력을 발휘하며 신인상 유력 후보로 부상한 지명타자 안현민(이상 KT), 리그 타율 부분 1위(0.358) 외야수 김성윤(삼성), LG 4번 타자 문보경과 셋업맨 김진성, '제2의 이정후' 기대주 이주형(키움) 그리고 리그 최고의 포수 양의지(두산)는 올 시즌 팬 투표에서는 2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선수단 투표에서는 포지션 최고(외야수는 3위, 다른 포지션은 1위) 선수로 인정받았다.
프로 스포츠는 팬이 있어 존재한다. 팬 투표 결과에 힘입어 베스트12에 선정됐다고 해도 저평가할 순 없다. 팬 투표 1위에 오르고 선수단 투표에서 밀린 선수도, 동료들에게 포지션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지만 팬 지지가 부족해 밀린 선수도 각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선수단 투표에서 1위에 오른 선수들은 사실상 전반기 각 포지션에서 가장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해석할 수 있다. 비록 올스타전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동료들에게 인정받았다면 큰 자부심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