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우비가 관중석을 물들였고, 힘차게 흔든 손에서는 황금빛이 번졌다. 개장 10주년을 맞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의 가을은 응원부터 특별했다. 구단이 준비한 응원도구에 팬들의 함성이 더해졌고, 선수들은 그 힘을 받아 정상까지 달렸다. 라이온즈파크에서 처음 완성한 삼성 라이온즈의 우승은 그라운드와 관중석이 함께 만든 결실이었다.
삼성은 8일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26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12-1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2014년 이후 12년 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이날도 2만3550명이 관중석을 가득 채운 삼성은 플레이오프(PO) 5경기와 KS 5경기, 이번 가을 치른 10경기를 모두 만원 관중 앞에서 뛰었다.
응원 준비도 우승을 향한 여정에 맞춰 이어졌다. 삼성이 이번 가을야구를 위해 준비한 우비는 총 12만 장이다. 처음 7만 장을 마련했고, KS 진출과 함께 5만 장을 추가 발주했다. 응원타올도 15만 장을 준비했다. 팬들이 함께 입고 흔들 수 있는 도구로 관중석의 색을 맞추고, 선수들에게 하나 된 응원을 전하려 했다.
푸른 물결은 대구에만 머물지 않았다. 원정에서도 경기마다 우비 4000장씩을 마련해 삼성 팬들의 응원석을 파랗게 물들였다. 광주에서 치른 PO 3·4차전과 수원에서 열린 KS 1·2차전에서도 팬들은 선수들과 함께했다. 상대 팀의 안방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 파란 응원석은 삼성 선수들에게 든든한 힘이었다.
수원에서의 삼성 응원. 삼성 제공
대구로 돌아온 KS 3차전부터는 새로운 응원도구도 등장했다. 손에 끼고 사용하는 ‘가자가자 폼펀치’다. 바깥쪽은 삼성의 상징인 파란색, 안쪽은 황금색으로 제작했다. 구단은 총 1만2000개를 마련해 KS 3~5차전에 4000개씩 준비했다. 팬들이 손을 들어 응원할 때마다 파란색과 황금색이 어우러지며 라이온즈파크의 가을에 색다른 풍경을 더했다.
빈자리도 없었다. 삼성의 이번 포스트시즌 10경기에 입장한 관중은 총 21만4690명이다. 이 가운데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PO 1·2·5차전과 KS 3~5차전 등 홈 6경기에는 매번 2만3550명씩, 총 14만1300명이 들어찼다. 선수들은 대구에서 단 한 번도 빈 관중석을 마주하지 않고 가을 승부를 치렀다.
뜨거운 응원은 선수들의 몸짓을 통해 다시 커졌다. 주장 구자욱은 KS 3차전에서 3루타를 친 뒤 팬들의 함성을 끌어내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그는 “팬분들이 조금 더 크게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싶고, 함성도 듣고 싶었다”라며 “분위기를 올리기 위해 혼자 연구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팬들의 응원을 받아 뛰고, 다시 더 큰 응원을 요청하며 팀의 기세를 높인 것이다.
삼성 우비. 삼성 제공
팬들은 더 큰 함성으로 답했다. 부상을 안고 뛰었던 구자욱에게도 그 순간은 특별했다. 그는 “팬분들이 더 크게 환호해 주셨을 때 뭉클하고 감동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앞서 PO 5차전에서 KS 진출을 확정했을 때도 “푸른색 드레스 코드도 잘 맞춰주셨다. 우리 모두 푸른 피를 가진 야구인인 것 같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마침내 우승 주장이 된 날에도 첫 감사 인사의 대상은 팬들이었다. 구자욱은 “긴 시간 우승을 못 시켜드려 죄송한 마음이 컸다. 많은 시련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팬들의 응원이었다”라며 “너무 감사하다. 늦어서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12만 장의 우비와 15만 장의 타올, 파란색과 황금색을 담은 폼펀치는 팬들의 손에서 응원의 힘이 됐다. 개장 10주년의 라이온즈파크는 그렇게 처음으로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을 맞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선수들이 약속을 지킨 날, 관중석을 가득 메운 푸른 물결도 함께 정상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