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우승을 배웠고, 광주에서도 정상을 이끌었다. 다시 돌아온 대구에서는 삼성 라이온즈의 12년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었다. 삼성에서 KIA 타이거즈로, 다시 삼성으로.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고속도로’를 오간 최형우의 야구 여정에 또 하나의 우승이 새겨졌다.
삼성은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KT 위즈에 12-1로 승리,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정상에 올랐다. 2014년 이후 12년 만이자 통산 9번째 우승이다. 돌아온 최형우가 정규시즌 1위 KT를 넘어선 ‘업셋’ 우승에 힘을 보탰다.
최형우는 삼성 왕조의 중심타자였다. 2011~2014년 통합 4연패를 함께한 뒤 KIA로 옮겨 2017년과 2024년에도 우승을 맛봤다. 특히 2024년에는 친정 삼성을 상대로 정상에 섰다. 그리고 올해 다시 푸른 유니폼을 입고 삼성의 우승을 이끌었다. 유니폼은 바뀌어도 우승을 만드는 중심타자의 역할은 같았다.
복귀의 숨은 주역은 구자욱이었다. 지난해 이종열 단장을 찾아가 “최형우 선배님이 우리 팀에 꼭 필요하다”라며 영입을 건의했다. 왕조 시절 막내였던 후배가 주장으로 성장해 옛 선배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최형우도 “자욱이가 나를 믿고 불러준 만큼,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선배로서의 도리”라고 화답했다.
지난 1월 괌 스프링캠프 훈련 중인 구자욱-최형우. IS포토
맏형은 돌아오자마자 우승을 주문했다. “이 멤버로 우승 못하면 너네 큰일 난다”라며 후배들을 독려했다. 구자욱은 캠프에서 “형우 형이 없었더라면 우승보다 가을야구를 목표로 임했을지도 모른다”라며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더 단단해졌다”라고 말했다. 우승을 아는 베테랑의 합류가 팀의 목표부터 바꿨다.
방망이로도 증명했다. 최형우는 정규시즌 137경기에서 타율 0.301, 18홈런 106타점을 기록했다. 구자욱과 디아즈가 버티는 중심타선에 해결 능력을 더하며 동료들의 부담을 덜었다. 긴 시즌 동안 꾸준히 타석을 지키며 삼성의 우승 경쟁을 뒷받침했다.
가을에는 글러브까지 들었다. 구자욱이 왼쪽 햄스트링을 다쳐 정상적인 외야 수비가 어려워지자 최형우가 좌익수를 맡았다. 자신을 삼성으로 불러준 후배에게 지명타자 자리를 내주고 수비 부담을 떠안았다.
삼성 최형우. 삼성 제공
몸이 아프고 힘들다는 말은 했지만 필요한 순간 외야로 향했다. 큰 수비 공백 없이 제 몫을 해내면서 삼성은 두 중심타자를 함께 기용할 수 있었다. 후배들도 힘을 냈다. 플레이오프에서 박승규가 “형우 형 긴장하지 마세요”라며 분위기를 풀 만큼, 맏형과 젊은 선수들은 서로를 믿고 편하게, 가을을 헤쳐 나갔다.
최형우는 복귀 당시 “자욱이와 함께, 팀원들과 함께 라이온즈파크에서 팬들에게 우승을 선물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대구와 광주에서 쌓은 우승 경험에 타격과 수비, 책임감까지 보탠 맏형은 돌아온 첫해 그 약속을 지켰다. 삼성에서 시작해 KIA를 거쳐 다시 삼성으로 이어진, ‘최고 형’의 우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