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을 기다린 한마디였다.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가 마침내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다. 갈비뼈에 실금까지 간 몸으로 끝까지 안방을 지켰다. 2년 전 광주에서 준우승의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던 베테랑은 이번에는 대구에서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강민호는 “제 인생에도 이런 날이 있을 수 있구나 싶다”라며 웃었다.
삼성은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KT 위즈를 꺾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정상에 올랐다. 2014년 이후 12년 만이자 통산 9번째 우승이다. 2004년 프로에 데뷔한 강민호에게는 23년 차에 처음 맛본 우승이었다.
경기 후 만난 강민호는 마지막 순간을 선명하게 떠올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긴 기다림 끝에 찾아온 감격이 그만큼 컸다. 그는 “기억이 없다. 정말 멋진 동료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23년 만에 반지를 낄 수 있어서 정말 기분 좋다”라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9회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좋은 동료들을 만나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삼성 강민호. 삼성 제공
우승을 확정한 뒤에야 몸 상태도 털어놨다. 단순한 옆구리 통증이 아니었다. 강민호는 “이제 말할 수 있는데 갈비뼈에 실금이 가 있고, 근육이 찢어져 피가 고여 있는 상태”라며 “그래도 잘 참고 한 보람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상적으로 방망이를 휘두르기 어려웠던 이유였다. 그래도 공을 던질 수 있었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다.
몸만큼 마음도 간절했다. 강민호는 이번 가을 쉬는 날이면 혼자 걸었다. 특별한 목적지를 정하기보다 하늘을 바라보며 무작정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걸으면서 기도도 했다. 내 기도가 하늘에 닿길 바랐다”라며 “그만큼 간절한 마음으로 경기를 뛰었다”라고 돌아봤다. KS에 나서는 것이 꿈이었던 포수는 이제 그 무대에서 마지막까지 웃기를 바랐다.
혼자만의 간절함은 아니었다. 강민호는 이번 가을 삼성 선수들이 서로를 위해 힘을 보탰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즌 때도 모든 선수가 잘해왔지만, 가을야구에 들어오면서 정말 하나가 됐다”라며 “야구를 하면서 모두가 이렇게 하나가 될 수 있구나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 서로 희생하면서 경기를 잘 치렀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삼성 강민호. 삼성 제공
마지막 경기에서도 동료를 다독이는 것이 포수의 일이었다. 선발 원태인은 불펜 등판을 거친 뒤 사흘만 쉬고 마운드에 올랐다. 강민호가 보기에도 최상의 상태는 아니었다. 그는 “공에 힘이 조금 없었고, 많이 던져서인지 팔 위치도 떨어져 있었다. 정말 꾸역꾸역 버틴 것 같다”라고 했다. 원태인이 불펜 쪽을 바라보자 강민호는 마운드에 올라 마음을 다잡아줬다. “투수 없어. 네가 해야 돼. 맞아도 괜찮아. 어차피 주도권은 우리한테 있으니까 도망가지 말자.”
원태인은 5이닝 1실점으로 버텼다. 강민호는 “태인이가 자기 임무를 잘 마치고 내려왔다”라고 칭찬했다. 이후 마운드를 넘겨받은 크리스 페덱은 6회부터 9회까지 책임졌다. 강민호는 “페덱이 올라온 순간 오늘 경기는 우리가 이겼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마지막 공도 너무 완벽했다. 본인도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정말 좋은 공을 던졌다”라고 말했다.
승부의 분수령으로는 연장 끝에 승리한 2차전을 꼽았다. 강민호는 “KT는 워낙 잘하고 선발도 좋아 솔직히 버거운 팀이었다”라며 “2차전에서 졌으면 쉽게 시리즈를 내줬을 것 같다. 그 경기를 극복하고 이기면서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라고 돌아봤다. 첫 경기 패배를 딛고 거둔 승리가 결국 4연승과 우승으로 이어졌다.
우승 헹가레를 받는 삼성 강민호. 삼성 제공
2024년 첫 KS를 준우승으로 마친 강민호는 당시 “막상 오니까 더 큰 꿈이 생긴다”라고 했다. 지난해 말 FA 잔류 계약을 맺으면서는 “가을야구만 진출하는 팀이 아닌 정말 우승할 수 있는 팀, 왕조 삼성을 만들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그 약속을 지킨 날, 강민호는 “오늘은 기쁨의 눈물이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우승 후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웃으며 되물었다. “모르겠습니다. 우승하면 뭐 하던데요?” 모든 것이 처음인 우승 포수였다. 그래도 지금의 행복만큼은 분명했다. “제 인생에도 이렇게 값진, 영화 같은 일이 벌어져서 정말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