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금호석유화학그룹 제공]
글로벌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발 대규모 증설에 따른 구조적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라는 이중고를 겪는 가운데,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범용 기초유분 중심에서 고부가 스페셜티와 친환경 기능성 소재로의 사업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원가 경쟁력 중심의 양적 팽창에서 벗어나 진입 장벽이 높은 정밀화학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장기적인 수익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이러한 산업 재편 흐름 속에서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주요 계열사 전반의 연구개발(R&D) 역량을 고부가·친환경 소재로 집중하며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3만5천 톤 규모의 증설을 마친 고기능성 합성고무 솔루션 스티렌 부타디엔 고무(SSBR)의 상업 가동을 본격화했다. SSBR은 고하중과 급가속 특성을 지닌 전기차 타이어의 내마모성과 연비를 동시에 충족하는 핵심 소재로 꼽힌다. 이와 함께 연간 7만6천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설비를 가동하고, 폐가전 유래 재활용 고부가 합성수지(ABS)를 차량 내장재용으로 상용화해 탄소 배출 저감 기술을 입증했다. 포스코퓨처엠 등과의 차세대 무음극 리튬메탈 배터리 소재 개발 협력도 미래 모빌리티 대응의 일환이다.
계열사들의 친환경·특화 소재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궤를 같이한다. 금호피앤비화학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배출을 억제한 수용성 에폭시와 바이오 기반 저탄소 원료를 도입해 건설·조선·IT 산업의 환경 규제 강화에 대응하고 있다. 폴리우레탄 원료인 MDI 생산을 담당하는 금호미쓰이화학은 연산 71만 톤 체제를 갖추는 공정 효율화와 병행해 바이오 함유 폴리우레탄 및 차량 경량화·고성능 흡음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수 합성고무인 EPDM을 주력으로 하는 금호폴리켐은 초저온 중합 공정을 적용한 5라인 증설로 연산 31만 톤 생산 능력을 확보했으며, 폐열 회수와 전력 절감 기술을 결합해 자동차·전선용 특수 소재 공급 역량을 높였다.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서는 전통적 에틸렌·프로필렌 등 범용 제품 중심의 수익 구조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주요 대기업들 역시 한계 사업 부문을 정리하거나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률을 조정하는 대신, 고기능성 배터리 소재, 재활용 플라스틱, 탄소 저감형 바이오 케미칼 등으로 R&D 자원을 재배치하고 있다. 환경 규제 준수 여부와 첨단 모빌리티용 맞춤형 물성 제공 능력이 향후 화학 기업들의 생존을 가르는 핵심 잣대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주력 사업 영역의 초격차 공정 기술을 유지하는 한편, 고객사의 탄소 중립 요구에 선제적으로 부합하는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경기 변동에 취약한 시황성 범용 제품 비중을 줄이고 고기능·저탄소 스페셜티 중심의 견고한 제품군을 구축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장기 경쟁력을 담보할 계획이다. [사진 금호석유화학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