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과 상무 야구단의 연습 경기. 5회말 대표팀 김지찬이 안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도 출혈이 큽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 차출 기간을 앞두고 삼성 라이온즈를 우려하는 시선은 드물었다. 핵심 리드오프 외야수 김지찬과 주전 유격수 이재현, 왼손 불펜 배찬승이 빠졌지만, 두터운 뎁스가 공백을 메워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선발과 마무리 등 투수만 세 명(소형준·오원석·박영현)이 빠진 선두 KT 위즈에 비해 전력 누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박진만 삼성 감독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김지찬은 공·수·주 전반에서, 이재현은 장타력과 내야 수비에서, 배찬승은 희소성 높은 좌완 불펜으로서 팀 내 비중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박 감독의 우려는 그대로 현실이 됐다. 세 선수의 공백은 예상보다 훨씬 뼈아팠다.
삼성 심재훈. 삼성 제공
삼성은 대표팀 차출이 시작된 지난 14일부터 일주일간 치른 6경기에서 2승 4패로 미끄러졌다. 투타 부조화가 결정적이었다. 마운드가 흔들리는 사이 타선마저 침묵에 빠졌고, 기록되지 않은 실책성 플레이까지 속출하며 경기 흐름을 스스로 넘겨줬다.
야수진의 빈자리는 공수 양면에서 두드러졌다. 김지찬이 빠진 6경기 동안 삼성 1번 타자들의 타율은 0.136(22타수 3안타)에 그쳤다. 리그 최다인 볼넷 7개를 얻어내며 출루율 0.345(리그 4위)로 분전했으나, 정작 안타가 터지지 않아 구자욱-르윈 디아즈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에 밥상을 차리지 못했다. 이재현이 빠진 유격수 자리 역시 타율 0.125(16타수 2안타)로 반전에 실패했다.
더 큰 문제는 수비 균열이었다. 1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선 1회 말 2사 1·3루에서 중견수 박승규가 평범한 뜬공을 놓치는 포구 실책으로 2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고, 팀은 결국 1-3으로 졌다. 직전 수비에서도 유격수 심재훈이 크게 튄 바운드 타구를 멈칫하다 잡아내지 못하면서 1루 주자를 3루까지 보내는 등 불안감을 노출했다. 20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도 심재훈의 늦은 타구 판단과 송구로 손성빈을 살려 보냈고, 공식 실책으로 기록되진 않았지만 이 장면은 결국 한 이닝 10실점이라는 참사의 불씨가 됐다.
삼성 박승규. 삼성 제공
좌완 배찬승의 이탈도 뼈아프게 다가왔다. 현재 삼성은 뚜렷한 보직 구분 없이 경기 상황과 컨디션에 맞춰 아웃카운트를 쪼개 불펜을 운용하고 있다. 전반기를 지탱했던 이승민, 장찬희, 임기영 등 주요 불펜진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으나, 얇은 선수층 탓에 대체 자원을 찾기 어렵다. 최지광, 이재희, 김무신 등 부상 불펜진의 정규시즌 복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1이닝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찬승의 부재가 아쉽다.
물론 팀의 침체를 세 선수의 공백이나 특정 선수의 실책 및 부진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투타 밸런스 붕괴에 있다. 핵심 투수들의 공백 속에서도 남은 투수들과 막강한 화력으로 선두를 수성 중인 KT와 뚜렷하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결국 삼성은 선두 경쟁에서 밀려났다. 선두 KT와의 격차는 3.5경기로 벌어졌고, 7연승을 달리는 3위 LG 트윈스에는 2경기 차까지 쫓기며 2위 자리마저 위태로워졌다. 대표팀 차출 멤버들이 복귀하기까지 남은 경기는 3경기. 삼성이 남은 3경기에서 버텨내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