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MBC 예능 ‘나 혼자 산다’가 전현무의 카자흐스탄 ‘즉흥 여행’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지 열흘 만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전현무가 당일 여행지를 정한 것은 맞지만, 제작진은 이미 카자흐스탄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스태프 항공권을 발권하고 현지 촬영 협조까지 요청해둔 것으로 드러났다.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4일 공식 입장을 통해 “자세한 입장 표명이 늦어진 것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프로그램의 현실감과 몰입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에 치우쳐 실제 촬영 과정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드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논란은 지난달 14일과 21일 방송된 전현무의 카자흐스탄 여행 편에서 시작됐다. 방송에서 전현무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채 인천공항으로 향해 출발 가능한 항공편을 확인한 뒤 현장에서 카자흐스탄 알마티행을 결정했다. 프로그램은 이 과정을 ‘즉흥 여행’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방송 직후부터 여행 전반이 실제로 아무런 준비 없이 진행된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여러 명의 제작진이 해외 촬영에 동행했고, 현지 도착 후 렌터카 대여와 촬영도 빠르게 진행되면서 사전에 카자흐스탄행을 준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제작진은 이날 처음으로 사전 준비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해외 촬영에 대비해 여러 근거리 국가의 항공편과 촬영 여건을 미리 검토했고, 전현무가 평소 관심을 보인 여행지와 당시 항공편 등을 고려했을 때 카자흐스탄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전현무가 카자흐스탄을 선택할 경우 바로 촬영할 수 있도록 스태프 항공권을 미리 발권했고, 현지 촬영 협조도 요청해뒀다. 제작진은 전현무는 당일 공항에서 카자흐스탄행을 결정해 직접 항공권을 발권했으며, 다른 여행지를 택했다면 스태프 항공권은 취소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방송에서 강조한 ‘즉흥’은 결국 전현무 개인의 여행지 결정 과정에 한정됐던 셈이다. 제작진도 “여행과 촬영의 모든 과정이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진행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문제는 이 같은 설명이 처음부터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달 25일 첫 입장을 내고 “전현무의 카자흐스탄 여행은 방송에 공개된 내용 그대로”라며 조작 의혹을 부인했다. 당시 촬영 지원이나 협찬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알마티시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촬영이 알마티시 관광국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고 소개하면서 제작진 설명과 충돌했다. 제작진은 엿새 뒤인 지난달 31일 다시 입장을 내고 “금전적 협찬이나 제작비 지원을 받은 사실은 없다”면서도 현지 촬영에 필요한 행정 절차와 촬영 협조는 받았다고 밝혔다. ‘촬영 지원도 없었다’던 기존 설명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4일에는 이 부분도 다시 해명했다. 앞서 말한 ‘지원이 없었다’는 표현은 금전적 협찬이나 제작비 지원이 없었다는 취지였다며, 행정적·촬영 협조까지 받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게 설명한 점을 사과했다.
렌터카 문제에서도 제작진의 사전 확인이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현무는 인천공항에서 차량을 예약한 뒤 현지 렌터카 업체 안내에 따라 여권과 국제운전면허증 사본을 제출하고 차량을 인도받았다. 방송 이후 카자흐스탄에서 차량을 대여하려면 별도의 공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작진은 이후 주카자흐스탄 대한민국 대사관에 확인하고서야 해당 절차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현지 법규를 세심하게 확인하지 못한 제작진의 불찰”이라고 인정했다.
논란의 핵심은 전현무가 실제로 공항에서 여행지를 결정했는지 여부만이 아니다. ‘나 혼자 산다’는 출연자의 일상을 관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고, 방송은 전현무의 여행을 반복해서 ‘즉흥’과 ‘무계획’으로 강조했다. 그 뒤에서 제작진이 항공권과 현지 촬영을 미리 준비했다면 시청자가 받아들인 ‘즉흥’과 실제 제작 과정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생긴다.
더구나 제작진은 의혹이 제기된 직후 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촬영 지원을 부인했다가 행정·현장 협조를 인정했고, 이후에는 스태프 항공권까지 미리 발권했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혔다. 해명이 거듭될 때마다 새로운 사실이 하나씩 드러난 셈이다.
제작진은 결국 “시청자 여러분께 오해와 혼란을 드렸고, 이후 제기된 의문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명확하게 설명드리지 못했다”며 “제작 방식과 태도를 원점에서 되돌아보고 보다 세심하게 방송을 만들어가겠다”고 사과했다.
‘즉흥 여행’의 주체는 전현무였지만, 촬영까지 즉흥이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게 제작진의 최종 설명이다. ‘현실감’을 지키기 위해 제작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판단은 결국 프로그램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온 신뢰를 스스로 흔드는 결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