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CF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 올해 데뷔 41년 차를 맞은 김혜수. 수많은 작품을 거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톱스타 자리를 지켜온 그에게 촬영 현장은 여전히 설렘과 무게감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공간이다.
김혜수는 지난달 31일 공개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를 통해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작품은 행복한 가정을 팔아온 인기 인플루언서 부부와 진흙탕 이혼 소송 중인 이웃집 의사 부부가 불륜조차 하찮아지는 감당 불가한 비밀로 얽히면서 벌어지는 블랙코미디다. 김혜수는 극중 성공에 목마른 인테리어 회사 CEO이자 인기 인플루언서인 박경희 역을 맡았다.
김혜수가 작품에 끌린 이유는 강렬한 제목이었다. “여러 대본이 있는데 ‘야 너 일단 이것부터 봐야 되지 않겠냐’는 느낌이었다”고 첫 인상을 전한 김혜수는 “내용도 특별히 재밌었다. 사실 저희 드라마에서 보여준 사건이 특별하진 않은데 이런 사건들을 다루는 방식이 유니크하게 다가왔다. 인물에 집중하게 하는 힘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김혜수가 연기한 박경희는 반지하에 살다가 남편, 딸과 함께 운영한 채널이 큰 인기를 끌면서 부를 얻게 된 인물이다. 이후 이사를 간 동네의 앞집에 사는 피부과 원장 안수정(조여정)과 얽히게 된다. 김혜수는 캐릭터에 대해 “상류층에 진입하고 싶은 욕망이 있고 굉장히 세련된 제스처를 취하는 듯 하지만 거기에 도달할 수 없는 부조화스러움을 어떤 식으로 그려낼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사실 경희는 화려한 외피를 걸친 치열한 가장이에요. 어떻게 보면 가장을 자처해서 치열하게 성공만을 바라본 사람인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건들을 겪어요. 이때 그가 어떻게 균열하고 반응하는지가 첫 번째 과제였어요. 경희는 가식적인 사람이고 결정적인 상황에 민낯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진짜의 순간과 가면을 썼을 때의 수위를 어떻게 드러내느냐가 관건이었죠.”
호흡을 맞춘 조여정에 대해서는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혜수는 “제가 30대 초반 여정이 20대 초반일 때 처음 만났다. 각자 치열하게 해왔고 여정도 한걸음 씩 내실을 다져오면서 성장했잖기에 이런 만남 자체가 너무 귀하고 감사했다”고 전했다.
“연기하는 그 순간에는 선배, 후배 그런 거 없죠. 좋은 배우와 함께 연기할 때 좋아지는 거고 여정은 그런 배우예요. 매 순간 현장이 기대되게 만들고 끝나고 나서도 소중하게 생각되게 해요. 이런 기회는 또 언제 올지 모르죠.”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고연차 배우지만 아직 현장이 어렵다는 솔직한 마음도 털어놨다. 김혜수는 ‘대중의 많은 관심에 익숙해지는 노하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정직한 표현은 헤매고 있는 거 같다. 대중은 여러 시대를 경험하고 접하고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대하다 보니까 수준이 높아졌다. 그 부분이 늘 무섭다”고 말했다.
“성적이 잘 나와도 아쉬움은 늘 있어요. ‘당신이 연기 제일 잘하는 것 같아’라는 소리를 들어도 아쉬워요. 선배라고 해도 현장 가면 무서워요. ‘난 진짜 끝내주게 준비했다. 카메라만 들어오면 된다’ 이런 경우는 없어요.”
그래서 김혜수는 현장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잘 해냈어’라는 사인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후배가 ‘선배 오늘 정말 괜찮네요’ 이런 말 하긴 어렵잖아요. 좋았던 순간이 있으면 나만 아는 것보다는 그걸 해낸 사람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