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명민.사진=일간스포츠 DB “제게는 위대한 연출가이기 전에 삶의 스승셨습니다. 연출가 이전에 철학가, 인물의 내면과 삶의 본질을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연구하고 탐구하셨던 감독님의 별세 소식에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습니다.”
‘하얀거탑’(2007)으로 고(故) 안판석 감독과 호흡했던 배우 김명민은 갑작스러운 비보에 애통한 심경을 밝혔다. MBC 드라마 ‘하얀거탑’은 방영한 지 2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회자될 만큼 의학드라마 장르의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거론된다. 최고 시청률 20.8%를 기록할 정도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고 이 작품을 통해 김명민은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김명민은 12일 일간스포츠와의 전화 통화에서 “저에겐 너무나 컸던 존재인 감독님이 투병을 하셨다는 자체가 상상이 안 간다. 항상 열심히 작품을 준비하셨기 때문에 잘 지내고 계신 줄로만 알았다”며 깊은 슬픔을 드러냈다.
그는 ‘하얀거탑’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안 감독님과 작품을 하는 동안 서로가 말없이 눈빛만 봐도 통하는 게 있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 속에서 잠도 못 자고 이틀 밤을 새울 때도 서로 눈빛 교환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며 “배우의 말을 경청해주시고 배우의 표현을 존중해주시고 너무나 존경스러울 정도로 인정을 많이 해주셨다”고 전했다.
사진=MBC 이어 “어떤 디렉션이나 해석이 다른 부분에 대해서 의견 제시를 전혀 하지 않으셨다. 배우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주셨다”며 “그렇기에 저는 온전히 인물에 집중할 수 있었다. 따뜻하시지만 촬영이 들어가면 디테일함을 냉철하게 고민하는 감독님에 대해 무한한 신뢰가 있었다”고 존경을 표했다.
김명민은 “인물의 내면을 솔직히 카메라에 담아낸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배우가 100을 표현해도 10이 담기기 어려운데, 감독님은 80을 담아내시려고 했다”며 “‘하얀거탑’이 명작으로 지금까지 회자되는 드라마가 될 수 있었던 건 감독님의 이런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명민은 안 감독에게 자주 연락드리지 못한 점이 크게 후회된다고도 했다. 그는 “혹시라도 섣불리 먼저 전화를 드리면 일하시는 데 방해가 될까 조심스러운 마음이 있었다. 그때 연락을 드리지 못한 게 너무 한이 된다”라며 “감독님과 ‘하얀거탑’ 이후 다시 작품으로 만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한 작품 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좋은 곳에 가셔서 편히 쉬시기를 바랄 뿐이다”라며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할 수 있어서 배우로서 너무나 큰 영광이었습니다”라고 애도했다.
방송계에 따르면, 최근 뇌출혈로 쓰러져 치료를 받던 안 감독은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이날 숨을 거뒀다. 향년 64세.
안 감독은 1987년 MBC 드라마 본부 프로듀서로 입사해 조연출을 거쳐 1994년 베스트극장 ‘사랑의 인사’로 데뷔했다. 2003년 MBC를 퇴사했으며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대표작으로 ‘하안거탑’(2007) ‘아내의 자격’(2012) ‘밀회’(2014) ‘풍문으로 들었소’(2015)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 ‘봄밤’(2019), ‘졸업’(2024), ‘협상의 기술’(2025) 등이 있다.
안 감독은 오는 10월 5일 첫 방송하는 배우 추영우, 김소현 주연 ENA 새 드라마 ‘연애박사’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고인의 마지막 유작으로 남게 됐다. ‘연애박사’는 이미 촬영과 편집 등 후반 작업을 모두 마친 상태로, 예정대로 방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