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공동위원장. 연합뉴스 박지성이 한국 축구 혁신의 출발점으로 '팬 신뢰 회복'을 내세웠다. K축구혁신위원회도 개별 인사 문제에 개입하기보다, 무너진 협회 운영 체계를 바로 세우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지성은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K축구혁신위원회 첫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혁신위의 역할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를 대신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한국 축구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박지성은 "현재로서는 구속력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며 혁신위의 성격을 자문기구로 규정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건 협회가 신뢰를 회복하고 팬들로부터 다시 신뢰를 쌓아 나가면서 앞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와 관련해서는 "오늘은 대표팀의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며 "거버넌스에 대한 부분을 먼저 짚고, 거기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중점적으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박지성과의 일문일답>
-혁신위에서 논의되는 내용들은 향후 협회의 정책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게 되나. 아까 유 회장도 얘기했는데, 이게 과연 단순한 권고사항인지 아니면 어떤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 현재로서는 저희가 구속력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저희가 협회의 산하 단체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자문 성격이 가장 강하다. 하지만 문체부가 있고 대한체육회가 있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보완해 줄 수 있는 것, 또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있다. 다만 협회가 꼭 이행해야 한다는 식의 강제력은 현재로서는 없는 상황이다.
-FIFA에서는 각국 축구협회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막는 규정이 있는데, 혹시 그 부분은 걱정되지 않는지, 또는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게 있는지 궁금하다. ▶ 물론 이 혁신위를 처음 출발할 때부터 저 역시도 그 부분을 가장 먼저 생각했다. 또 당연히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선수들이 피해를 입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시작 단계에서부터 염두에 두고 출발했다. 저희가 정치적으로 개입해서 뭔가를 할 수 있는 단체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협회에서도 이 혁신위에 참여해서 저희와 같이 논의를 하고 있다. 지금은 협회 회장님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양한 방면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논의해서 앞으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한국 축구가 팬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부분이 가장 크기 때문에, 그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초기 단계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혁신위원들이 결국 차기 협회장 선거에는 나서지 않기로 했다고 장관이 모두발언에서 말했는데, 많은 팬들이 기대하고 있는 부분과는 조금 대치되는 것 같기도 한다. 이 부분에 대한 본인의 입장도 궁금하다. ▶ 일단 첫 번째로, 여기에 참여할 때 회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들어왔다면 다른 방향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또 여기서의 활동을 통해 회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은 분들에게 심어줄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확실히 선을 긋고 혁신위에 참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인지하고 들어온 상황이었고,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이해관계 충돌 문제에는 공감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장의 축구인들 중에서도 협회장에 대한 비전이나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을 수 있지 않나. 그런 부분은 앞으로 어떻게 조율하면서 대화할 생각인가. ▶ 결국 이 혁신위가 지속가능하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협회가 신뢰를 회복하고 팬들로부터 다시 신뢰를 쌓아 나가면서 앞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혁신위가 계속 존재하면서 협회가 가는 모든 상황마다 항상 같이 참여하고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현 상황에서 혁신위가 할 수 있는 일은 방향을 제시해주고, 협회가 지금 스스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되는 부분에서 좋은 의견을 보태 신뢰 회복을 도와드리는 측면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팬들의 신뢰를 쌓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새로운 회장이 오고 나서부터의 발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그 전까지 무너진 신뢰 체계를 조금이나마 회복시켜서, 다음 회장이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분이 행정적 절차를 밟아 나갈 때 팬들이 '이제 협회가 변할 수 있겠구나'라는 믿음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신뢰를 쌓는 일은 원래도 어렵지만, 한 번 무너진 뒤에 다시 쌓는 건 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나아지려는 모습을 보여주느냐, 어떤 방향성을 갖고 가느냐가 가장 중요하고, 지금은 그 시작 단계라고 봐주면 좋겠다.
-대표팀 감독 선임 같은 부분에 대해서도 개선 방안 논의를 했나. ▶ 아니요. 오늘은 대표팀의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 그 부분은 지금 협회에서 전력강화위원회가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저희는 오늘 거버넌스에 대한 부분을 먼저 짚고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를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그러면 혁신위 논의 대상에서는 대표팀 감독 선임 관련 내용은 아예 빠지는 건가. ▶ 지금 혁신위가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협회의 대체 위원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대한체육회도 들어와 있고 문체부도 들어와 있기 때문에, 저희는 행정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을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그래서 거버넌스를 먼저 다뤘다. 솔직히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 자체는 다른 외부 단체가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어떤 절차로 어떻게 선임하느냐의 문제다. 그 부분에서 많은 문제점이 나왔기 때문에 팬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생각하고, 협회도 그 점을 잘 인지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런 부분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저희가 혁신위원회를 하고 있다고 해도 저희의 도움이나 방향 제시가 완전히 의미를 잃게 될 수 있다. 결국 그 부분 역시 협회가 신뢰를 쌓아야 하는 문제이고, 그 시작을 잘 하기를 바라고 있다.
-협회장 선거 제도안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나왔던 의견들이 있나. ▶ 현재 그 부분에 대해서는, 두 시간 만에 어떤 얘기가 나왔기 때문에 어떻게 하겠다고 지금 바로 말할 수는 없다. 여러 가지 정관이 있고 복잡한 문제들, 행정 절차들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우리가 제안할 수 있는 것들, 또 협회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논의를 했다는 정도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