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KT전에서 결승 득점을 올리는 정수빈. 두산 제공 정수빈은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1회 초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상대 선발 이정용의 초구(직구)를 받아쳐 중전 안타를 만들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기세를 올린 두산은 1사 1,2루에서 다즈 카메론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냈다. 이때 홈을 밟은 정수빈은 선취 득점을 기록했다.
정수빈은 이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두산 팬들의 마음을 울렸다. 왼손 새끼손가락 부상을 입은 그가 통증을 참고 경기에 나서고 잇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수빈은 지난 14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원정경기에서 3회 다이빙 캐치를 하다 새끼손가락을 심하게 다쳤다. 병원을 찾은 그는 힘줄이 끊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정수빈에게 "즉시 철심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지금 수술 받지 않고 경기를 뛰면 새끼손가락이 굳어서 평생 펴지 못할 것"이라는 소견을 전했다.
의료진이 예상한 수술 후 재활 기간은 2개월. 그러자 정수빈은 구단에 "(수술 받지 않고) 계속 뛸 수 있다"고 뜻을 전달했다. 엔트리에서도 빠지지 않은 정수빈은 사흘 동안 라인업에서 제외됐지만, 지난 18일 잠실 KT 위즈전에 깜짝 등장했다. 1-1로 맞선 7회 말 공격에서 이유찬을 대신해 대타로 출전한 것이다.
지난 14일 광주 KIA전에서 새끼손가락 부상을 입고 교체된 정수빈. 연합뉴스 정수빈이 부상 후 불과 나흘 만에 그라운드를 밟자 그를 아끼는 두산 팬들이 천둥 같은 환호성을 보냈다. 정수빈은 좌익수 왼쪽 2루타를 날렸다. 베이스 위에서 모처럼 환하게 웃은 정수빈은 후속 타자 박찬호가 우측으로 안타를 날리자, 이를 악물고 홈까지 내달렸다. 18일 두산은 정수빈의 결승 득점으로 2연패를 끊고 5위를 지켰다.
김원형 감독은 19일 경기 전 "수빈이한테 경기에 뛸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살아야죠'라고 하더라. 어쩌면 평생 장애를 안고 살 수도 있는데 대단하다"라고 말했다. 정수빈은 "통증이 심하지 않다. 운동 선수들은 모두 이런 부상을 한두 개씩 가지고 있다"고 했다.
"살아야죠"라는 담담한 한마디에 그가 느끼고 있는 무거운 책임감이 전달됐다. 지난겨울 두산 구단은 김원형 감독을 선임하며 반등을 선언했다. 지금까지 가을 야구 턱걸이 라인에서 분투하고 있다. 2010년대 '두산 왕조'의 주역이었던 정수빈은 그만큼의 책임의식이 있다. 또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느끼는 감정도 비슷할 터다.
이날 두산은 1회 초 정수빈의 선취 득점을 포함해 2점을 냈지만, 결국 LG에 2-3으로 역전패했다. 그래도 8회 초 유격수 쪽 내야 안타를 때리고 전력 질주하는 정수빈의 투혼은 동료들과 팬들에게 큰 울림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