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찬 감독 / 사진=넷플릭스 제공 “제가 ‘소년심판’ 했을 때만 해도 작업하는 내내 마음이 참 우중충했거든요. 근데 ‘참교육’은 결이 달라요. 저도 그렇고 대중도 그렇고, 요즘은 확실히 가슴 뻥 뚫어주는 사이다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웃음)”
홍종찬 감독은 드라마 ‘그녀의 사생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디어 마이 프렌즈’처럼 따뜻하고 섬세한 감성극부터, ‘소년심판’처럼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날카롭게 풀어낸 작품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참교육’이라는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들고 돌아왔고, 결과는 기대 이상의 대성공이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홍 감독은 ‘참교육’의 세계적인 흥행에 대해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도 “가장 즐기면서 작업한 작품”이라며 확신에 찬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참교육’은 선을 넘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로 인해 무너진 교육 현장을 지키기 위해 창설된 교권보호국의 활약을 그린 작품. 공개 단 3일 만에 시청 수 640만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TV쇼 부문 1위에 올랐다. 이 뜨거운 반응에 대해 홍 감독은 ‘참교육’을 “피해자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풀어낸 드라마”라고 정의했다.
“나화진(김무열)에게 최강석(이성민)이 있듯이, 임한림(진기주)에게는 나화진이 있었죠. ‘참교육’의 진짜 포인트는 힘들 때 기꺼이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좋은 어른’의 존재예요. 어쩌면 우리 가족의 이야기일 수도, 혹은 사회 전체의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까요.”
홍 감독은 보는 이들이 어떤 불편함도 없이 오로지 ‘시원한 드라마’로만 즐길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원작 웹툰 연재 당시 논란이 됐던 성차별이나 인종차별적 요소들을 과감하게 걷어낸 이유다. 그렇다고 장르 특유의 ‘매운맛’까지 모두 빼버린 건 아니다. 당장 1회부터 나화진이 커다란 손바닥으로 학폭 가해 학생을 시원하게 내리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체벌이 등장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극적인 재미를 위한 장치”라며 “교권보호국이라는 판타지적인 설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연출”이라고 설명했다.
“의사가 환자 무서워하면 제대로 치료 못 하고, 변호사가 의뢰인 무서워하면 변론 제대로 못 하고, 선생이 학생을 무서워하면 제대로 가르치겠습니까?”라는 작중 대사는 ‘참교육’이 왜 단순한 판타지에 머물지 않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피하는 가해자, 교사의 일상을 흔드는 악성 민원 학부모, 자식을 의대에 보내려 마약류 의약품까지 먹이는 부모 등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씁쓸한 현실을 소환하기 때문이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실제로 홍 감독은 “현재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최대한 다양하게 펼쳐놓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아무리 각색을 거친 드라마라 해도 보시는 분들이 깊이 공감하려면 결국 현실과 맞닿아 있어야 하거든요. 에피소드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선을 넘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채워 넣고 싶었습니다.”
자연스레 시선은 작품의 중심축이자 홍 감독의 ‘페르소나’가 된 김무열에게로 향한다. 사실 나화진 역이 지금의 주인공을 찾아가기까지 과정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다. 당초 캐스팅됐던 김남길의 합류가 불발되는 등 론칭 전부터 꽤 시끄러운 리스크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이 역시 “작품이 만들어지는 자연스러운 과정 중 하나였다”며 담담하게 운을 떼며 김무열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정말 너무 고마운 배우죠. 김무열이라는 배우가 가진 감정의 결을 참 좋아해요. 코미디면 코미디, 액션은 두말할 것도 없고요. 그야말로 팔방미인이라 현장에서 제가 의지를 많이 했습니다.” 배우 김무열 / 사진제공=넷플릭스 홍 감독이 귀띔한 김무열은 카메라 뒤에서도 든든하고 유쾌한 버팀목이었다. “원래 평소 성격이 굉장히 밝고 유쾌한 친구인데, 그동안 무거운 작품을 많이 해와 아쉬웠다”는 홍 감독은 “이번 ‘참교육’을 통해 배우로서 제대로 큰 결실을 맺은 것 같고, 전 세계 시청자들이 김무열의 진짜 진가를 알아봐 주는 것 같아 내 일처럼 기쁘다”며 얼굴 가득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기에 최근 뜻밖의 글로벌 호재까지 더해졌다. 할리우드 스타 존 시나가 평소 ‘닮은꼴’로 유명했던 김무열을 직접 공개 샤라웃하며 ‘참교육’에 힘을 실어준 것. 이 기분 좋은 우연 덕분에 작품은 해외 유저들 사이에서 밈(Meme)처럼 번지며 글로벌 흥행에 제대로 탄력을 받았다.
이쯤 되니 다음 스텝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신드롬을 확인한 홍 감독의 시선은 이미 다음 판을 향해 있었다. 그는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응답하듯 “꼭 시즌 2로 돌아오겠다”는 확신에 찬 약속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