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장도 감탄했다. 잘못은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성장세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승엽(24·롯데 자이언츠) 얘기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적장도 감탄했다. 잘못은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성장세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승엽(24·롯데 자이언츠) 얘기다.
김원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소속팀이 8-4로 이긴 17일 롯데와의 주말 3연전 3차전으로 앞두고 나승엽을 언급했다. 전날(16일) 2차전 9회 초, 팀 투수 이영하를 상대로 투런홈런을 치며 9-9 동점을 만든 상대 타자의 타격에 혀를 내두른 것. 김 감독은 "스윙이 마치 이승엽을 보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
나승엽은 롯데가 패전 위기에 놓인 2사 2루,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가운데로 들어온 이영하의 슬라이더를 완벽한 타이밍에 받아쳐 우중간을 넘겼다. 원정 더그아웃 롯데 선수들이 마치 안무처럼 두 손을 머리 위로 뻗으며 감탄했다. 김원형 감독은 "(투수) 이영하의 컨디션은 좋았다. 아마 조금 더 낮게 던지려고 했겠지만, 타자(나승엽)이 너무 잘쳤다"라고 했다.
두산은 이 경기 연장 11회 말 강승호가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치며 10-9로 신승을 거뒀다. 패하면 후유증이 클 수 있었던 경기를 간신히 잡은 안도감일까. 김원형 감독은 '국민타자' 이승엽의 잔상을 나승엽에게 봤다며, 상대 팀 타자를 치켜세웠다.
나승엽은 지난 2월 대만 타이난 1차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불법 오락실에 출입한 사실이 발각돼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30경기 출장 정지를 받았다. 그동안 잔류군에서 실전 감각 회복을 노린 그는 징계가 풀린 5일 KT 위즈전에서 복귀전을 치렀고, 대타로 출전해 안타 2개를 치는 등 공백기가 무색한 타격감을 보이더니, 이튿날(6일)에는 마수걸이 홈런까지 때려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주까지 출전한 9경기에서 그가 남긴 타율은 0.452. 2루타 2개, 홈런 2개 등 장타 생산력도 높았다.
나승엽은 지난겨울 타격 자세에 변화를 줬다. 불필요한 동작을 없애 머리가 흔들리는 걸 잡으려 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도 메이저리그(MLB) 레전드 켄 그리피 주니어의 타격 메커니즘을 교본 삼아 수정 작업이 이뤄졌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징계를 받은 나승엽은 다른 선수들처럼 정상적으로 실전 감각 회복을 노리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바뀐 타격 자세를 체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큰 틀에서는 겨우내 준 변화를 유지하면서, 레그킥만 없애는 방향으로 현재 자세를 정립했다.
나승엽은 롯데가 4-8로 패한 17일 두산 3연전 3차전 7회 말, 1루를 지키다가 투수 엘빈 로드리게스의 견제구를 잡지 못했다. 공식 기록은 야수 포구 실책이었다. 이어진 상황에서 오명진의 내야 타구에 3루수 한동희가 송구 실책을 범한 상황에서는 2루 주자의 홈 쇄도를 막으려는 동작이 필요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직 실전 감각은 정상이 아니다. 다수 팬의 차가운 시선 속에 그라운드에 서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나승엽조차 롯데팬 응원을 기대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하지만 그의 타격이 '이대호의 후계자'로 기대받았던 2024시즌보다 더 나아진 건 분명하다. 야구를 잘해야 할 것 같은 이름을 가진 선수. 그 무게를 감당할지 시선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