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대진표가 확정됐다. 도미니카공화국(D조 1위)과 8강전을 치르는 한국(C조 2위)은 준결승 진출 시, 미국(B조 2위)과 캐나다(A조 1위) 승자와 맞붙는다. 반대편에는 일본(C조 1위)과 베네수엘라(D조 2위), 이탈리아(B조 1위)와 푸에르토리코(A조 2위)가 준결승 자리를 두고 다툰다.
쟁점은 미국과 일본이다. 일본과 미국은 결승전에서 만나도록 '설계'돼있다.
WBC 사무국은 본 대회 전 토너먼트 대진을 따로 확정짓지 않았다. 준준결승에서 A~B조 1, 2위, C~D조 1, 2위가 맞붙는다는 것까지만 정해졌다. 준결승 대진표엔 'QUARTERFINAL TBD'로만 명시돼있을 뿐, 어느 쪽에서 올라오는 팀끼리 맞붙는다는 내용은 없었다. 타 국제대회에선 준준결승 경기에 넘버링을 한 뒤, 준결승 대진표도 미리 짜놓는다. 하지만 WBC에선 'TBD'로만 명시해놨다.
자세히 보면 대진표에 힌트가 있다. 처음 발표한 토너먼트 이미지 하단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예외 규정이 표기돼있다. 내용은 이렇다. '미국이 휴스턴 8강전(A~B조)을 통과한다면, 조별리그 순위와 상관없이 현지시간 13일에 (휴스턴에서) 열리는 준준결승에 출전한다'라고 첫 줄에 표시돼있다. 다음 줄엔 '일본이 마이애미 8강전(C~D조)을 통과한다면, 조별리그 순위와 상관없이 현지시간 14일에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준준결승에 출전한다'라고 써있다.
대회 초반 발표된 토너먼트 이미지. 하단에 미국과 일본을 향한 예외 사항 두 줄이 적혀있다. 사진=WBC
이 규정대로 확정된 토너먼트를 살펴보면, 13일에 경기하는 준준결승 팀 승자끼리, 14일에 경기하는 준준결승 팀 승자끼리 준결승에서 맞붙는다. 즉, 저 예외 규정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이 준결승에서 만나는 일은 없다는 이야기다. 미국과 일본만 이러한 예외 규정이 있을 뿐, 다른 나라는 이러한 말이 없다.
대회 도중 대진표가 바뀐 것은 아니지만, 가장 강력한 두 팀이 토너먼트 초반에 만나는 걸 방지하는 것만으로 특혜가 될 수 있다. 두 팀이 결승에 올라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023년 대회에서도 이러한 조건으로 대회를 운영해 두 팀이 결승에서 맞붙은 바 있다. 결론적으로 흥행은 대박이었다.
일본 대표팀의 오타니. 로이터=연합뉴스
이는 대회 흥행과 직결된 결정으로 보인다. 미국 메이저리그(MLB)가 주최를 하고, 많은 일본 기업이 대회의 글로벌 파트너로 참여했다. 이러한 이유로 두 팀에 특혜가 돌아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다른 팀들은 들러리 신세가 될 수 있다. 여타 토너먼트에선 '대진운'이라는 것도 존재하는데, 결승 문턱에서 세계 최강 팀 미국 혹은 일본을 만나는 게 기정사실이 되다 보니 토너먼트의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