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쇼츠 제작자의 영상이 프로야구 인기 상승에 큰 기여를 한 게 사실이다. 저작권을 존중하는 건 영상물 제작의 필수 원칙이라는 반응도 있다. 운영기구, 현장 제작자, 잠재 사업자 모두 입장이 다르다. IS포토 KBO리그 유무선(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자 티빙이 이익 창출을 위해 경기 영상을 활용하는 행위에 제한을 걸겠다고 발표했다. 야구계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은 저마다 다르다.
리그를 운영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어떤 형태로든 야구 콘텐츠가 활성화되는 게 유리하다. 그래서 이전보다 자체 제작에 더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KBO로서는 티빙이 사업권 권리를 행사하는 것도 존중할 수밖에 없다. 경기 영상 활용에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것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입장이다. KBO 관계자는 "티빙이 일반 야구팬이 아닌 기업(프로덕션)이나 인플루언서가 업로드하는 콘텐츠를 더 주시하고 있다"라고 했다. 티빙이 당장 일반 야구팬의 제작 활동에 큰 제한을 두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자체 유튜브 채널에 경기 영상을 사용할 수 있는 구단도 타격은 없다. 구단은 더그아웃, 출퇴근길 현장을 담거나 토크쇼·게임을 진행하는 등 더 다양한 주제로 콘텐츠를 생산한다. 경기 영상 활용에 연연하지 않는다.
다만 그동안 구단 영상 콘텐츠를 만든 이들 사이에서는 티빙의 이번 조처가 일반 야구팬 제작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제작 PD는 "티빙이 처음 영상 활용 제한을 풀었을 때, 구단 채널 제작자 대부분 크게 긴장했다. 전문가·비전문가 모두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조회 수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게 분명했기 때문"이라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개인 크리에이터 제작물이 야구팬 유입에 큰 영향을 미친 건 분명하다. 영상 활용 제한 탓에 제작 의지가 꺾이는 이들이 많아질까 우려된다"라고 전했다.
반면, 여러 분야 영상물을 제작했던 한 전문가는 "짧은 음악을 넣을 때도 사용료가 발생한다. 유튜브는 저작권 이슈에 더 철저하다"라면서 "해마다 유행을 타는 쇼츠 주제가 있는데, 야구는 현재 가장 '핫'하다. 경기 영상을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오히려 더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에는 경기 영상보다 각 구단 마스코트를 생성 AI(인공지능)를 활용해 만든 그래픽 콘텐츠가 더 조회 수가 높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쇼츠 활용에 제한이 생긴 걸 반기는 이들도 있다. 프로야구 인기와 티빙의 성공을 확인하고 차기 뉴미디어 사업권 획득을 노리는 업체들이다. 이미 쿠팡 등 대형 OTT가 뉴미디어 중계권 획득에 뛰어들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새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선, 일반 야구팬이 경기 영상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입찰 제안서에 써야 전망이다. 하지만, 이 업체들 입장에서도 개인뿐 아니라 영상 전문 프로덕션까지 경기 영상을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상황이 달가울 리 없다. 티빙이 알아서 정리해 준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