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쳐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은퇴하기 전에 해내서 다행이에요."
김혜성(26·키움 히어로즈)은 데뷔 이래 한 번도 장타자로 분류된 적이 없다. 지난해 기록해 본 7홈런이 그의 커리어하이 타이기록이다. 고교 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탈 정도로 콘택트 재능이 있었던 그는 프로에서도 2021년 이후 3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좀처럼 장타만큼은 성장하지 않았다.
그런데 올 시즌 출발이 예사롭지 않다. 그는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한화 이글스와 맞대결에서 멀티 홈런을 포함해 5타수 3안타를 터뜨려 팀의 7연승을 이끌었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11경기에서 홈런이 4개나 된다. 이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한다면야 40홈런도 칠 수 있다. 물론 야구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지만, 20홈런 이상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페이스다.
이날 김혜성의 멀티 홈런은 두 가지 의미에서 특별했다. 그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쳐본 1경기 2개 홈런이었고, 데뷔 후 처음으로 기록한 끝내기 홈런이기도 했다.
7일 경기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김혜성은 끝내기 홈런에 대해 "한 번쯤은 쳐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은퇴하기 전에 해내서 다행"이라고 전했다. 끝내기 홈런 상황에 대해선 "선두 타자라 출루를 무조건 하고 싶어 공을 많이 본 상태였다. 3볼 2스트라이크 상황까지 갔다. 그래서 삼진은 절대 안 된다는 생각으로 쳤는데 운 좋게 홈런이 나와서 다행"이라고 돌아봤다.
멀티 홈런에 대한 소감도 묻자 그는 "난 홈런 타자가 아니다. 상상도 못해봤다"며 "다행히 (오늘) 나왔다. 왜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웃었다.
올 시즌 성적은 김혜성 커리어를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2017년 데뷔한 그는 올 시즌을 마치면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해외 진출을 노릴 자격을 얻게 된다. 이미 구단에 의사를 밝힌 상황. 뛰어난 성적이 필요한 상황에서 초반 페이스가 예년 이상이다.
하지만 김혜성은 평정심을 강조했다. 그는 "내겐 매 시즌이 중요했다. 매 시즌 1군에서 계속 야구하고 싶어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다"며 "올해도 똑같은 마음이다. 그저 (기회를) 소중히 생각하고, 그저 지난해보다 잘하자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답했다.
장타 비결에 대해선 하체를 꼽았다. 그는 "(타격 시) 하체 부분에 조금 변화를 줬다. 하체 움직임을 지난해보다 조금 더 보완하고 싶었다. 그 점만 조금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김혜성 개인에게도 중요한 시즌이지만, 그는 키움의 주장이기도 하다. 키움은 시즌 전 지난해(10위)에 이어 하위권에 머무를 거라는 예상을 7연승으로 보기 좋게 깼다. 김혜성은 "팀 분위기는 계속 좋았다. (부상 선수들이) 빠졌을 때 아무래도 팀이 연패에 빠지다 보니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이)원석 선배님도 그렇고 많은 선배님들이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그 덕분에 분위기가 조절되면서 연승을 거둘 수 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주장인 김혜성 본인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원석 선배님이 이야기해주신 것과 같다. 그저 그라운드 내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될 거라고 했다. 144경기 내내 야구를 매일 잘할 수는 없다. 최선을 다하면 이기는 날도 있고 지는 날도 있다고 동료들에게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하위권이라는 평가도에도 초연했다. 김혜성은 "솔직히 야구라는 건 결과를 알 수 없는 종목이다. 10등 팀이 1등 팀을 이기는 게 야구"라며 "외부 평가는 신경 쓰지 않고 선수들끼리 할 것을 했다. 또 자기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잘 준비했기 때문에 이렇게 분위기를 잘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4연패의 키움도, 7연승의 키움도 같다고 했다. 김혜성은 "크게 달리 느껴지는 건 없다. 그때도 연패지만 다들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노력했다. 다만 아쉽게도 결과가 좋지 않아 연패했다"며 "지금은 반대로 똑같이 했다. 그래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기에 연승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3위에 올랐지만, 김혜성의 마음가짐은 같다. 그는 "연승을 하든 연패를 하든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게 우선"이라며 앞으로 시즌에 대해서도 같은 각오를 전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