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최민식. (사진=쇼박스 제공)
“이렇게 얘기하면 또 너무 거창해 보일까봐 걱정되는데, 연기는 그냥 이제 제 인생의 일부예요. 저는 배우 일을 좋아하고 사랑해서 하는 겁니다.”
배우 최민식은 영화 ‘파묘’ 개봉을 맞아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오랜 시간 관객들과 만나지 못 했던 최민식은 ‘파묘’ 개봉을 맞아 다양한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박찬욱 감독과 함께 출연했던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그는 박 감독으로부터 “배우가 아니었다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 진정한 배우”라는 말을 들었다. 이에 대해 그는 겸손히 말했다.
“박찬욱 감독의 말은 너무 과찬이죠. 사실 제가 이제 와서 어디 다른 데 이력서를 낸다고 누가 받아주겠어요. 연기는 이제 제 생활이고 삶이에요. 잘하냐 못하냐를 떠나 그래도 이렇게 오래 한길을 걸어온 것에 대해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긴 하죠.” '파묘' 최민식. (사진=쇼박스 제공) 데뷔가 1990년 KBS2 드라마 ‘야망의 세월’이니 벌써 연기 경력만 34년이 다 돼 간다. ‘파묘’의 장재현 감독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배우 아닐까 싶다”고 했을 정도로 시트콤부터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활약을 해온 덕에 보여준 캐릭터도 많지만, 그럼에도 매 작품마다 대중에게 기대를 안긴다는 건 최민식이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지 느끼게 한다.
‘파묘’에서 최민식은 국내 최고의 풍수사 상덕을 연기했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작품. 상덕은 묘를 쓴 땅이 악지임을 눈치채고 이장에 반대하지만 “묫바람에 아이까지 피해를 입고 있지 않느냐”는 화림(김고은)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마음을 돌리게 된다.
최민식은 상덕을 연기하면서 특별한 어떤 인물처럼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다면서 “평범한 아저씨 느낌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또 장재현 감독이 이상하게 막내동생처럼 귀엽게 느껴져서 현장에서 장 감독이 요구하는 건 되도록 다 해내려고 했다. 감독님은 영화에 나오는 무덤 하나도 여러 곳에서 찍을 정도로 조선팔도를 돌아다니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 꼼꼼함과 뚜렷한 주관이 좋아 보였다”고 밝혔다.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 등 후배들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유해진에 대해서는 더 말을 해서 뭐하겠냐. 다 아실 것 같다”면서 “김고은은 육체적인 부분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무속인 캐릭터로 거침없이 들어가서 표현해내는 걸 보고 정말 놀랐다. 선배로서 기특하고 대견하더라”고 호평했다. 이도현은 북 치는 소리까지 현실적으로 잘 살렸다면서 “정말 좋은 기운을 가진 후배”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세대차이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나이 차이 별로 안 난다. 정신연령은 특히 그렇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파묘' 최민식. (사진=쇼박스 제공) “풍수를 ‘사이비 같은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우리 영화를 통해 조금 달리 보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풍수나 무속이라는 게 일종의 민족신앙이고, 어떤 종교든 종교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맹신하고 잘못된 방법으로 믿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보거든요. ‘파묘’는 우리 민족이 가진 땅에 대한 트라우마를 담은 작품이에요. 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런 가치관을 ‘파묘’를 통해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