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이즈 더 베스트. 너무 복잡한 것 보단 단순한 게 최고라는 말이다. 최근 방영 중인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가 딱 그렇다. 주연 배우 정우성과 신현빈의 담백한 연기, 잔잔한 감성 등이 더해지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천천히 물들이고 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이하 ‘사말해’)는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정우성)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신현빈)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다.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13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장애를 가진 남성과 비장애인 여성의 멜로를 받아들이기엔 13년 전 미디어 환경은 다소 보수적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사말해’에서 올드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극적으로 변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클래식 장르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사말해’ 1화는 제주도에서 시작된다. 단아한 외모에 시원시원한 팔다리. 과거 승무원이었던 모은은 현재 배우를 꿈꾸고 있다. 겨우 따낸 작은 단역이지만 모은에게는 소중했다. 그러나 현실은 각박했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제주도까지 왔지만, 현장에서 무시당하고 결국 배역도 빼앗긴다.
그렇게 투덜투덜 거리며 음료수 자판기 앞에 도착한 모은. 시원한 음료라도 마시며 기분 전환을 하려 하지만, 자판기가 동전을 먹어버린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진우가 음료수 자판기 앞에 선다. 모은은 “거기 기계 고장 났어요”라고 알려주지만, 청각장애인 진우에게는 들릴 리가 없다. 모은은 “사람이 말하는 데 듣지도 않네”라며 제 갈 길을 간다. 이게 정우성과 신현빈, 극 중에서 두 사람의 첫 만남이다.
‘사말해’ 한 편당 러닝타임은 약 1시간. 그중 정우성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대신 눈빛과 수화로 감정을 전달한다. 정우성은 ‘사말해’ 제작발표회에서 “수어는 직관적 표현이라고 하더라. 처음엔 재미있게 다가갔는데, 손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라서 배울수록 어려웠다. 수어 대사 양이 많을 땐 비슷한 단어와 헷갈렸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더구나 정우성은 드라마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이후 11년만의 멜로라 더욱 부담이 됐을 터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옳았다. ‘사말해’를 본 시청자들은 “정우성 눈빛을 보면 더 몰입된다” “괜히 정우성이 아니다”, “공백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등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신현빈 역시 마찬가지다. 드라마와 캐릭터의 특성상 신현빈은 대사를 통해 감정을 교류하지 못한다. 오로지 상황과 눈빛으로 정우성과 소통하며 서로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그는 과하지 않고 담백하게 감정선을 풀어냈다. 청각 장애인 진우를 배려해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사말해’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배우들 호연 뿐 아닌 적재적소에 들어가는 OST와 아름다운 영상미도 한 몫을 톡톡히 한다.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을 통해 감각적인 연출을 인정받은 김윤진 감독은 ‘사말해’에서도 특유의 서정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1화 제주도에서 찍은 장면은 신현빈 스카프가 정우성 발밑에 떨어지는 순간부터 잔잔하게 파도가 부서지는 모습까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드라마와 음악은 빼놓을 수 없는 관계다. ‘사말해’ 역시 탄탄한 OST 라인업을 구축했다. 10CM와 탄탄한 가창력으로 K팝 팬들을 사로잡아 온 세븐틴 승관을 포함해 김경희, 김뮤지엄, 너드커넥션 서영주, 다운 등 ‘OST 강자’로 떠오른 감성 뮤지션들이 총출동했다. 여기에 드라마 ‘그 해 우리는’, ‘미스터 선샤인’, ‘도깨비’ 등 다양한 명작에서 활약한 남혜승 음악감독이 프로듀싱에 참여해 퀄리티를 높였다.
겨울에 따뜻한 손난로 같은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사말해’ 정주행을 추천한다. 16부작인 ‘사말해’는 6회까지 방영됐다. 매주 월,화 지니TV, ENA 오후 9시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