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중국전이 끝나고 인사하는 대표팀 선수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가장 중요한 사실 관계부터 증언과 해명이 엇갈렸다. 야구 국가대표팀 일부 인원들의 음주 행태가 진실 공방전으로 번질 위기다. 야구팬은 혼란스럽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3월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 기간 대표팀 일원 몇 명이 유흥업소에서 며칠 연속 술을 마셨다는 한 동영상 채널의 폭로로 논란이 일자, 자체 조사에 나섰다. 의심을 받고 있는 선수들의 소속 구단엔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고, 소속 선수의 대표팀 차출이 없었던 한화 이글스를 제외한 나머지 9개 구단에도 사실 확인서 제출을 요청했다.
관련 내용을 최초 폭로한 채널은 직접 해당 술집에 찾아갔고, 운영하는 이들과 종업원을 상대로 일부 선수가 호주와의 예선 라운드 1차전이 열린 3월 9일 전날(8일)에 방문,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셨다는 육성 진술을 전했다. 이어 호주전 당일이자 일본전 전날인 9일 그리고 10일도 해당 술집을 찾았다고 했다. 채널 운영자는 이 술집을 사실상 룸살롱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야구 커뮤니티는 들끓었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호주에 7-8로 패하고, 숙적 일본에 완패(스코어 4-13)하며 예선 탈락한 참사 배경에 책임감을 잊은 일부 선수의 일탈이 있었다는 의혹이 일었기 때문이다. 상식적이지 않는 행보라며 해당 채널의 폭로 내용과 관련자 진술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일부 누리꾼은 해당 술집은 퇴폐 업소가 아닌 소위 스낵바로 불리는 일본식 가라오케라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하지만 ‘작은 마담’이라고 불린 여성이 꽤 구체적으로 선수들과의 신분을 언급한 탓한 탓에 '일단 여성 종업원이 있는 술집에 간 건 맞지 않느냐'라는 의혹도 나왔다.
술집 방문과 음주에 대해서는 야구팬 사이에서도 생각 차이가 있다. 하지만 폭로 내용대로 경기 전날 술집을 방문한 것이라면 비난 받아 마땅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KBO는 30일 오후 구단들로부터 받은 경위서와 사실 확인서를 바탕으로 1차 보고를 전했다. KBO는 “술집 방문 의심을 받은 3명은 경기 전날 밤 스낵바에 출입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오사카(1차 현지 훈련지)에서 도쿄(대회 개최지)로 이동한 3월 7일과 휴식일 전날인 3월 10일은 해당 업소에 출입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9개 구단으로부터 받은 사실 확인서를 토대로 “다른 선수들은 대회 공식 기간인 3월 13일까지 유흥업소에 출입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최초 폭로 채널에선 해당 인원들이 3월 8~10일, 사흘 연속 술집을 방문했다고 했다. ‘큰마담’으로 지칭한 여성이 ‘처음’ ‘다음날’ ‘마지막날’이라는 표현을 쓰며 진술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해명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첫날(8일) 4명이 했다는 ‘큰마담’의 말과 KBO가 밝힌 방문 인원 수(3명)도 다르다.
최초 폭로 채널은 30일 오전, 승부 조작에 가담해 영구 재명된 전 LG 트윈스 소속 박현준이 당시 단장과 얘기를 나누며 해당 의혹을 부인하는 대화를 나누던 장면이 담긴 보도 영상을 캡처해 게재했다. ‘빨리 사과 안 하면 국민들의 분노만 커질 뿐이다’라는 문구도 함께 올렸다. 구단의 형식적인 조사를 비꼬는 것이었다.
일단 가장 중요한 사실 관계였던 출입 날짜부터 엇갈리고 있다. 논란도 의혹도 재생산되고 있다. 진실게임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야구팬은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를 앞둔 선수가 바로 전날 음주로 긴 시간을 보내는 비상식적인 행위만은 하지 않았길 바라고 있다.
KBO는 “경위서를 면밀히 검토해, 국가대표 운영 규정에 어긋남이 있는지를 조사해 후속 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