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서 거북선 설계자 나대용 역을 연기한 배우 박지환은 목표는 ‘4등을 하는 배우’다. 동메달도 따지 못했지만,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자신 같은 가장 소시민의 얼굴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박지환이 출연한 작품은 연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천만 영화가 된 ‘범죄도시2’,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이어 5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산: 용의 출현’(‘한산’)까지. 올해 모든 출연작이 성공했지만, 박지환은 “주인공들이 이뤄낸 성공이지 내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나대용 장군을 연기한 박지환은 내내 꼿꼿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수염은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고, 옷매무새는 단정하며, 목소리는 진중하다. ‘범죄도시’ 속 장이수, ‘우리들의 블루스’ 속 정인권과는 반대되는 인물.
박지환은 “김한민 감독님께서 처음 출연을 제안하셨을 때 당연히 왜군일 거라고 생각했다”며 “나대용 장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왜군은 아니고요?’라고 되물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왜 이 역할을 나한테 줬는지 궁금했지만 정확한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 그냥 영화 ‘봉오동 전투’를 보고 ‘저 사람에게 맡기면 될 거 같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독특하다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산’ 시나리오를 읽고 난 후에는 두려움과 부담감에 몸이 떨릴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분량을 떠나 내가 여태까지 맡아왔던 인물에 비해 이 한 사람이 너무 크더라. 내가 이런 인물을 연기할 수 있을까 싶었다”고 고백했다.
깊어져 가는 연기 고민에 ‘영감을 받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캠핑 장비를 챙겨 집을 나섰다는 박지환. 그는 나대용 장군 생가와 묘소가 있는 전라남도 나주, 거북선과 판옥선을 만들고 수리하던 여수 선소,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순천 왜성과 충무사, 한산해전이 벌어졌던 한산도 앞바다 등을 직접 찾아가며 캐릭터 구축에만 한 달을 보냈다.
그는 “하루는 한산도 앞바다를 보는데 바람 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들리더니 전투하는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때 ‘누가 와도 이 조선군을 이길 수 없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마음으로 대본을 보니 입체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하더라”라고 말했다.
박지환은 이렇게 오랜 시간 캐릭터 구축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 밑바탕에는 김한민 감독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감독님은 (이순신 장군과 관련해서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을 넘었더라. 감독님과 연기를 하려면 머리로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과 진정성을 넘어 감독님과 주파수를 맞추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다”고 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지환은 영화 완성본을 보고 “나라는 사람이 이렇게 작고 보잘것없다는 것을 깨달아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이어 영화가 지나친 애국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나라를 구한 사람들인 만큼 존경받아 마땅하고, 찬양해도 모자람이 없다. 더 기억하고 더 존경심을 갖지 못해 죄송할 뿐”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목표를 묻자 4등을 하는 배우라고 답했다. 그는 “올림픽 경기를 보다가 ‘4등은 어떤 심정일까’ 싶었다. 1등은 영웅 대접을 받고 3등까지는 환호하는데 4등은 동메달도 없는 빈손이지 않나. 그래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나 같은 소시민의 얼굴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장 살아있고, 상처가 많고, 현실적인 게 4등 같은 인물인 것 같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기도 하고 그것들을 잘 표현해냈을 때 작품이 살아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 인물들을 이야기해왔고 여전히 관심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