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길이가 확 짧아졌다. 16부작이 보통이었던 미니시리즈는 12부작으로 점차 변해가고 있고, 6~10회 정도의 짧은 시리즈물도 종종 등장하고 있다. 최근 방송되고 있는 JTBC 드라마 ‘서른, 아홉’이나 SBS ‘사내맞선’을 비롯해 얼마 전 종영한 JTBC ‘구경이’, MBC ‘검은 태양’, tvN ‘나빌레라’까지 이제 미니시리즈의 대세는 12부작이다.
특히 OTT에서는 10부 이내의 짧은 시리즈물이 인기다. 주로 모든 회차가 한꺼번에 공개되는 OTT 시리즈의 특성상 지나치게 많은 회차는 정주행(시리즈의 1편부터 마지막 편까지를 몰아서 보는 것)하기에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숏폼 인기, 드라마에도 반영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6부작이 아닌 미니시리즈는 큰 도전이었다. 지난 2015년 KBS2 12부작으로 기획됐던 ‘별난 며느리’의 박기호 CP는 드라마 간담회에서 “12부작은 드라마국의 새로운 시도”라고 이야기했었다. 이랬던 상황이 5년여 만에 완전히 바뀌었다. 이젠 누구도 드라마 간담회에서 “왜 12부작으로 기획했느냐”고 묻지 않는다.
방송가에서는 이 같은 원인을 OTT 플랫폼의 정착과 숏폼콘텐트의 인기로 꼽는다. 국내에서는 월화, 수목, 주말 등 주 2회 방영되는 미니시리즈 형태가 보편적이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 콘텐트 강국들에서는 주 1회 방송되는 10부작 내외의 드라마들이 많다. OTT를 통해 이런 드라마를 보는 데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12부작이나 10부작 정도의 드라마는 더이상 어색하지 않다.
숏폼콘텐트가 각광 받는 상황도 무관하지 않다. 출·퇴근 시간에 스마트기기를 통해 콘텐트를 보는 데 익숙한 시청자들에겐 60여 분이라는 시간 동안 쭉 같은 호흡을 유지하며 내용을 따라가는 게 어려울 수 있다. 방송사에서 1회 방송분을 압축해 약 20분 정도의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1시간에서 20분, 20분에서 다시 틱톡 등에 맞는 1분 정도의 영상으로. 인기 있는 영상 콘텐트의 러닝타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시즌제의 유행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나 MBC에서 방송됐던 웨이브 드라마 ‘트레이서’처럼 시즌제 드라마들이 방송되기 시작한 것도 드라마의 회차를 줄이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1시즌 16회는 너무 길기 때문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경우 1시즌 12회씩 모두 2시즌에 걸쳐 방송됐고, ‘트레이서’는 1, 2시즌 각각이 8회씩으로 구성됐다. 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경우 6회씩 2시즌에 걸쳐 시청자들과 만났다. 쿠팡의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시리즈였던 ‘어느 날’은 8부작이었다. 이렇게 방송 회차가 줄다 보니 이야기는 훨씬 빠르게 전개된다. 한 콘텐트에 긴 시간과 집중력을 쏟고 싶어하지 않는 최근 시청자들의 니즈에 훨씬 더 잘 맞는 셈이다. 여기에 제작비가 줄어들고 OTT에 판매하기는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한 드라마 제작사는 “전에는 드라마를 만들면 무조건 방송사에서 편성을 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는 채널이 다양해졌다. OTT에서 선호하는 10부작 정도로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제작사에도 부담이 덜하다”면서 “시청자들이 선호할만한 빠르고 콤팩트한 이야기를 만들어내 OTT에 판매하고, 반응이 좋으면 다음 시즌을 제작에 돌입하는 것이 최근의 기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