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1차 지명 신인 문동주는 지난 1일 소화한 스프링캠프 불펜 피칭에서 시속 155㎞ 강속구를 뿌렸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뿐 아니라 친정팀 캠프에서 몸을 만들던 메이저리거 류현진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구속은 젊은 투수의 잠재력을 헤아릴 수 있는 평가 기준 중 한 가지다. 시속 150㎞대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가 과거보다 많아졌다지만, 여전히 희소가치가 높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인이 지도자와 야구팬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KT 위즈 1차 지명 신인 박영현(19)도 빼어난 구위를 인정받았다. 이미 고교(유신고) 시절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린 투수다. 사령탑 이강철 감독뿐 아니라 인스트럭터로 KT 투수들을 지도한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도 그의 불펜 피칭을 보고 좋은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박영현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두 번째 등판까지 제 구속을 회복하지 못했다. 12일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기록한 시속 148㎞(KT 전력 분석팀 기준)가 최고 스피드였다. 15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143㎞.
박영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고교 시절 더 빠른 공을 던지기도 했지만, 147~8㎞ 정도면 괜찮다. 이 정도 수준만 유지해도 좋을 것 같다. 구속은 원래 욕심이 없다. 나는 제구가 더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박영현은 고교 1학년 시절이었던 2019년, 김해고와의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16강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후 "이전 몇 경기에서도 무실점은 했지만, 제구력이 들쑥날쑥해 만족할 수 없었다. 오늘(김해고전)은 좋았다"라는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이전부터 무실점이라는 결과보다는 '제구가 이뤄진 투구'라는 과정에 의미를 부여한 투수다.
고교 3학년 성적에서도 제구를 최우선 순위로 삼은 흔적이 엿보인다. 그는 등판한 16경기에서 56이닝을 소화하며 볼넷 8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9이닝당 1.29개 수준이다. KT는 박영현을 1차 지명하며 "안정된 제구력이 강점인 투수"라고 했다. 으레 나오는 평가지만, 박영현 진짜였다.
이번 스프링캠프 박영현의 훈련 모습을 지켜본 이강철 감독은 "제구력이 들쑥날쑥하지 않는 투수 같다"라고 평가했다. 구위 경쟁력을 갖춘 투수가 스스로 정확한 제구력을 추구하고 있으니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박영현은 "멘털과 제구력이 강점"이라고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겨냥한 로케이션에 공을 뿌리기 위해 집중한다. 구속과 타자와의 승부 결과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신인 투수가 올바른 개념을 세우고 있다.
박영현은 스프링캠프에서 선동열 감독으로부터 슬라이더 구사 방법을 전수받았다. 신체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아직 체화하는 단계다. 15일 두산전에서는 낙폭과 로케이션을 조절하며 손에 익히려는 모습도 보였다.
넓어진 스트라이크존도 십분 활용할 생각이다. 자신은 프로 무대에서 경험하지 못했지만, 상하로 넓어진 스트라이크 범위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시범경기에서도 의도적으로 높은 코스를 공략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다른 기량과 멘털 그리고 개념을 장착한 투수가 KBO리그에 등장했다. 박영현의 데뷔 시즌이 곧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