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의류 브랜드를 가진 패션기업 한세그룹 오너 2세 삼남매가 온라인 글로벌 기업설명회(IR)에 나란히 얼굴을 드러냈다. 김석환·익환·지원 삼남매가 각각 그룹 지주사인 한세예스24홀딩스와 한세실업, 한세엠케이·한세드림 대표직에 오른 뒤 약 1년 만이다. 업계는 김동녕 회장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기반으로 성장한 한세그룹이 2세 경영 승계에 연착륙했다고 보고 나름의 자신감을 내비쳤다고 분석한다.
삼남매 모두 출동한 IR
한세예스24홀딩스는 지난 21일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IR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매년 투자자를 위해 그룹사의 당해 실적 및 향후 전략 등을 발표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해부터 온라인 공개로 전환했다.
이번 IR의 관전 포인트는 오너 2세 삼남매의 온전한 등장 여부였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지난해 IR에서 장남 김석환 한세예스24홀딩스 부회장과 막내 김지원 한세엠케이·한세드림 대표만 발표자로 나섰다. 차남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은 해외 미팅 일정으로 빠졌다.
그러나 올해는 김익환 부회장도 참여하면서 한세그룹 2세 경영진의 면면을 보여줬다. 이번 IR은 생중계 형식을 띠었으나, 삼남매가 미리 주요 부분을 사전에 준비해 비교적 매끄럽게 진행됐다. 한해 평가와 비전도 안정적인 편이었으나, 패션·문화콘텐트를 중심에 둔 기업답게 세련된 스타일도 눈길을 끌었다.
창업주인 김 회장은 지난해부터 2세 경영 승계 작업을 본격화했다. 2020년 3월 장남인 김석환 예스24 대표를 지주사 부회장으로 끌어올렸고, 이보다 3개월 앞선 1월에는 차남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를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월 1일 막내인 김지원 한세엠케이·한세드림 전무를 대표로 올리며 취임식을 열었다. 이번 IR은 경영 전면에 나선 삼남매의 첫 경영 성적표를 선보이는 자리였다.
선방…물류·업황 악화 돌파 과제
한세예스24홀딩스는 코로나19로 쪼그라든 패션 업황 속에서 비교적 선방했다고 평가된다.
김석환 부회장은 한세예스24홀딩스의 실적을 공개하면서 올해 매출 2조8000억원, 영업이익 1400억원을 예상했다. 이어 내년에는 3조200억원 매출과 1800억원 영업이익 달성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갭·월마트·H&M·자라 등이 주력 바이어인 한세실업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김익환 부회장은 올해 한세실업 연결 매출이 1조6800억원으로 작년 대비 소폭 줄 것으로 전망했다. 김 부회장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10% 성장한 매출 1조8300억원, 영업이익 1300억원, 영업이익률 7%를 달성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한세실업은 구호 장비 생산에 집중하면서 대규모 매출 감소를 일정 부분 방어했다는 평가다.
김지원 대표는 한세엠케이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624억원, 6억원으로 잡았다. 한세드림은 올해 매출 1677억원, 영업이익은 9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세엠케이의 2022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63억원, 11억원으로 늘 것으로 예상했다. 한세드림 역시 2022년 매출 1850억원, 영업이익 144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목표치는 한세엠케이와 한세드림의 중국법인과 미국 아동복 시장 진출이 성공했을 때를 전제로 한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내년 가장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로 락다운(이동제한)을 꼽았다. 지난해부터 주요 생산기지인 베트남 지역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한 락다운으로 주문을 받아놓고도 제때 공급하지 못한 물량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세예스24홀딩스와 한세실업은 생산기지의 지역 간 불균형 해소를 과제로 제시했다. 김익환 부회장은 "생산기지를 인도네시아·미얀마 등 다양한 국가로 늘려 베트남과 아시아, 중미 지역 비중을 각각 40%, 30%, 30%로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환 부회장은 "올 연말 백신 접종 증가와 미국 경기 회복에 따라 K자 회복이 두드러질 것이다. 한세예스24홀딩스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영 수업은 아직 진행 중
업계 안팎에서는 삼남매가 경영 전면에 등장했으나, 창업주의 경영 수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회장은 척박한 국내 패션 환경 속에서 한세실업을 국내 간판 의류 제조자개발생산(ODM)과 주문자위탁생산(OEM) 기업으로 키워냈다고 평가된다. 깐깐한 리더십 스타일과 무차입 경영 원칙은 지금도 회자할 정도로 유명하다. 무엇보다 김 회장이 현장을 또박또박 지키고 있고, 그룹 전반을 꿰뚫고 있다. 장남과 차남, 막내까지 부회장과 대표라는 직함은 달았으나 김 회장의 힘은 여전하다고 전해진다.
표면상 승계 작업도 완성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세예스24홀딩스는 장남 김석환 부회장이 25.95%, 차남 김익환 부회장이 20.76%, 막내 김지원 대표가 5.19% 지분을 갖고 있다. 지분 17.61%를 들고 있는 김 회장은 승계 구도를 몰아줄 수 있는 '키맨'이다.
특히 최근 국내 주요 패션 기업은 2세 경영 구축에 한창이다. '노스페이스'를 전개하는 영원무역, 제2의 도약기를 연 휠라코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하나같이 창업주의 탁월한 능력과 오너십을 바탕으로 성장한 곳들이다. 내년 창립 40주년을 맞이하는 한세그룹 오너 2세의 연착륙은 물론 경영 능력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오너 2세를 평가하는 잣대가 더 까다롭고 엄격해졌다. 구설이나 실적에 따른 희비도 분명하게 갈린다"며 "김 회장이 아직 현장을 지키고 있다. 삼남매가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창업주의 경영 수업은 진행형이다. 세간에서 후계구도의 변화 여부 등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