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드라큘라' 김준수가 무대 위에서 압도적인 포스로 드라큘라 백작을 연기한다.
5월 20일 막을 올린 뮤지컬 '드라큘라'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홀에서 성황리에 상연 중이다. '드라큘라'는 저주 받은 영혼 드라큘라 백작이 400년을 넘게 살며 인간들을 파멸에 빠트리고 자신의 불사의 사랑을 노래하는 판타지 로맨스 극이다. 한국에선 2014년 초연을 시작으로 올해는 김준수와 전동석, 신성록이 드라큘라 백작을 맡았다.
'드라큘라'는 빅토리아 시대가 끝나갈 무렵인 19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한다. 드라큘라 백작은 새로운 피를 얻기 위해 영국으로 이주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미나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눈에서 400년 전 사랑했던 옛 애인의 모습을 본다. 저주받은 운명의 드라큘라 백작이 사랑에 빠져 울부짖다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감동 있게 들려준다.
인간들을 파멸에 빠트리지만 동시에 드라큘라 백작은 누구보다 불쌍하고 인간적인 성격을 지닌 입체적인 인물이다. 김준수는 매력적인 드라큘라 백작에 완벽히 빙의했다. 2014년부터 '드라큘라'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 이유가 있었다.
뮤지컬 '드라큘라' 뮤지컬만 해 왔던 배우들과 발성부터 달랐다. 김준수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드라큘라 백작이 절규할 때 짙은 호소력을 불러일으키며 완벽한 합을 이뤘다. '과연 김준수를 능가할 드라큘라 백작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개성 강한 연기를 보여줬다. 중성적인 목소리 톤도 드라큘라 백작과 잘 어우러졌다. 극의 초반, 노인의 모습으로 분장한 드라큘라 백작의 독백 장면에선 높은 톤으로 대사를 낭독,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해 몰입감을 확 높였다.
뮤지컬 '드라큘라' 김준수의 신비로움 움직임은 곳곳에서 계속됐다. 와이어를 맨 관을 타고 공중에서 내려오질 않나, 검은 그림자로 변신해 이곳저곳으로 순간 이동을 하지 않나, 한시도 관객들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또한 강렬한 빨간색 헤어스타일과 붉은 망토, 시크한 블랙 슈트로 드라큘라의 매혹적인 모습과 완벽히 혼연일체 했다.
그의 폭풍 가창력과 울부짖는 연기는 마치 자신의 내면에 억압된 감정을 작품 속에서 분출하는 절규로 보였다. 김준수의 열연 속에 '드라큘라'는 한 단계 높은 예술 작품으로 승화했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4중 턴테이블 무대 장치도 '드라큘라'의 큰 매력이었다. 거대한 무대가 스토리 흐름에 맞춰 360도 회전했다. 공중에서는 커다란 기둥이 마구 내려왔고 거대한 퍼즐을 맞추는 듯한 무대 연출로 관객들에게 신비로움을 선사했다. 뮤지컬 '드라큘라' 9일 상연한 '드라큘라'에는 작은 사건이 하나 있었다. 드라큘라(김준수)와 미나(임혜영)가 입을 맞추는 장면에서 미나를 돌이켜 세운 후 박력 있게 다가가다가 너무 세게 부딪힌 것. 관객들도 깜짝 놀라 약간의 탄식이 흘러나왔지만 두 배우는 프로 답게 열연을 이어나갔다.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 속에 이날의 '드라큘라'도 훌륭히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