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창한 봄 날씨에 야외 활동이 늘고 있다. 특히 공원이나 운동장에서 달리거나, 산을 오르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겨우내 못했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운동은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 특히 무릎에 부담이 커져 염증이 생기는 무릎 관절증 환자가 1년 중에 가장 많을 때가 요즘이다.
4·5월 무릎 관절증 환자 급증
무릎 관절증은 무릎에 염증이 발생하는 모든 질환을 의미한다. 1년 중 봄철에 무릎 관절증 환자가 가장 많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9년 무릎 관절증 환자 수를 보면, 2월에 61만2562명이던 환자는 3월에 69만9977명으로 8만 명 이상 급증했다. 4월에는 증가세가 계속 이어져 73만6629명으로 70만명대로 올라가고 5월에는 1년 중 가장 많은 75만643명을 기록했다.
4·5월에 무릎 관절증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추운 겨우내 무릎 주변 근육이 경직되고 딱딱해져 유연성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봄을 맞아 야외 활동과 함께 무릎 사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김만수 교수는 “무릎 주변 근육은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며 “그런데 겨우내 추운 날씨에 근육이 약해지고 딴딴해져 운동 중 가해진 힘이 무릎 관절로 바로 전해져 염증이 생기고 통증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무릎 관절증의 대표적인 질환은 퇴행성 무릎 관절염과 반월상 연골판 손상, 슬개골 연골 연화증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무릎 관절증이라고 하면 흔히 퇴행성 무릎 관절염을 의미한다.
대표 질환 '퇴행성 관절염'…방치 시 통증에 잠 못 이뤄
퇴행성 무릎 관절염은 관절을 보호하고 있는 연골의 점진적인 손상이나 퇴행성 변화로 인해 관절 연골이 닳으면서 무릎뼈가 서로 부딪쳐 염증이 생기고, 통증과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별것 아니지만 방치했다가는 치명적인 상황을 맞게 된다.
퇴행성 무릎 관절염은 초기(1기), 중기(2~3기), 말기(4기)로 나눌 수 있다.
1기에는 연골이 닳아 두께가 조금 얇아지는 정도로 무릎이 아프기 시작하고, 오래 앉았다. 일어서려면 무릎이 뻣뻣한 느낌이 든다. 조기에 발견하면 체중 감량과 물리치료, 운동요법으로도 치료할 수 있다.
2기는 연골이 닳아 찢어지고 너덜너덜해져 연골 표면이 울퉁불퉁해지고, 부분적으로 떨어져 나간 작은 연골 조각들이 윤활액 속에 떠다녀 무릎을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진다. 특히 계단을 오르내릴 때 아프고 쑤신다. 이때부터는 약물치료와 주사 치료가 가능하다.
3기부터가 문제다. 연골이 더욱 손상돼 연골 아래 뼈가 비정상적으로 뾰족하게 자라 걸을 때마다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붓고 맨눈으로 보기에도 다리가 휘어져 보인다. 약물 및 주사 치료의 효과가 작아져 연골 성형술, 자가연골 이식술, 교정절골술 등이 시행된다.
특히 4기 말기에는 연골이 다 닳아 뼈끼리 거의 맞닿은 상태로 무릎이 퉁퉁 붓고 열이 나고, 가만히 있어도 무릎이 쑤시고 아프다. 밤에는 아파서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이며, 움직일 때는 무릎이 끊어질 듯한 통증을 느낀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닐 정도로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말기 때는 인공관절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인공관절 수술은 망가진 관절 대신 특수 금속 막을 관절 겉면에 씌운 후 그 중간층에 특수 플라스틱을 넣어 물렁뼈 역할을 하도록 해 관절이 유연하고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준다.
문제는 몸이 약해진 고령자들이 수술을 받기 때문에 회복이 더디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요즘은 수술 부위를 줄이고 정확도를 높여 회복과 재활에 도움을 주는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진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로봇 수술은 3D CT로 인공관절 크기와 뼈 절삭 범위, 삽입 각도 등 수술 계획을 정밀하게 세울 수 있어 수술 정확도를 높이고 회복 및 퇴원이 빨라질 수 있다.
2018년 본앤조인트저널에 발표된 논문 ‘로봇 수술의 조기 기능 회복 및 퇴원 기간 단축’에 따르면,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일반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보다 11시간 더 빨리 회복했으며, 퇴원까지 걸린 시간도 28시간 단축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정형외과 송문복 의료원장은 “마코 로봇 인공관절 수술의 회복이 더 빠른 이유는 출혈량이 적고 그에 따른 부종과 통증이 줄어 재활 속도가 향상되기 때문”이라며 “로봇 수술의 적은 출혈은 고령 환자들의 수술 부담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무릎 통증 시 냉찜질…2~3일 후 호전 안되면 병원 방문해야
봄철 무릎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갑자기 운동량을 늘리는 것을 피해야 한다. 본인의 체력에 맞게 서서히 늘려주면서 하루 30분 이상 매일 하는 것이 좋다. 또 운동 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줘야 부상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만약 운동 후 갑자기 통증과 열감이 생기고 부기가 있으면 하루 이틀 정도 냉찜질을 하면 증상을 줄여준다.
김만수 교수는 “갑자기 통증이 나타나는 것은 염증 반응 때문인 경우가 많다. 아이스팩으로 하루 2~3번 냉찜질을 해주면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류 감소를 통해 부종의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만수 교수는 “온찜질도 뻣뻣해진 관절과 경직된 근육을 풀어줘 통증 감소에 효과가 있다”며 “다만 급성인 경우엔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평소 관절염으로 통증이 계속될 때 온찜질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충분한 휴식에도 무릎에서 소리가 나거나 삐걱대는 느낌, 통증, 부종, 열감 등이 지속하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반월상 연골판은 한번 손상되면 자연 치유되지 않고, 계속 방치하게 되면 손상 부위가 점점 커져 퇴행성 관절염을 앞당기는 원인이 된다.
무릎을 구부렸다 펼 때 뭔가 걸리는 느낌이 들거나 무릎이 완전히 펴지거나 굽혀지지 않는 증상, 무릎에서 갑자기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면 반월상 연골판 손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김만수 교수는 “운동 후 무릎 통증이 2~3일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고 심해지면 꼭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