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 차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해 주주총회와 경영진 간담회 등에서 주가 부양 의지를 나타내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KT는 주가 3만원 돌파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가치를 제고해 신사업 확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주가가 2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9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경쟁사 가운데 올해 초 대비 최근까지 주가가 가장 큰 폭 올랐다. 지난 1월 4일 KT의 주가(종가 기준)는 2만3800원이었는데, 이날 2만6600원으로 마감했다. 11.8% 상승한 것이다. SK텔레콤의 주가는 23만7000원에서 4.6% 오른 24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LG유플러스의 주가는 1만1850원에서 1만2050원으로 1.7% 올랐다.
구현모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제38기 정기 주주총회가 있었던 2020년 3월 30일 KT의 주가는 1만9700원으로 마감했다. 경기방어주로 평가받는 통신주는 주가 변동의 폭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새로운 수장 선임에도 기대심리가 곧바로 작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 대표가 5G 대중화 작업을 일부 마무리한 뒤 본격적으로 구조 재편 작업에 들어가자 조금씩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작년 6월 구현모 대표는 취임 후 첫 투자처로 현대로보틱스를 지목했다. KT는 500억원을 투자해 현대로보틱스의 지분 10%를 확보했다. 지능형 서비스, 자율주행 기술, 스마트팩토리 등 자사의 역량을 결합해 핵심 영역인 B2B(기업 간 거래)에서 차별화를 두기 위해서다. 그 결과 40건 이상의 5G 스마트팩토리 협동로봇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며, 조선·건설·의료 분야에서도 협력사례를 발굴하고 있다.
이어 10월 구 대표는 B2B 브랜드 'KT 엔터프라이즈'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통신기업인 '텔코'에서 디지털플랫폼 기업인 '디지코'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5년 뒤 전체 매출 20조원 가운데 통신과 비통신의 비중을 5대 5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주력 사업 투자와 미래 청사진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KT의 주가는 2만원 초반대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구 대표는 체질 개선을 위한 과감한 결단도 마다치 않았다. 돈이 되는 사업부는 분사해 경영 독립성을 보장하고, 경쟁력이 떨어진 서비스는 정리하며 실탄을 챙겼다.
'K쇼핑'을 운영하는 T커머스 기업 KTH와 모바일 쿠폰을 서비스하는 KT엠하우스는 오는 7월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수요가 급증한 디지털 커머스 시장에서 차별화된 사업 모델을 구축해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KTH는 콘텐트 유통 사업도 하는데, 쿠팡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의 영상 공급 계약 소식에 최근까지 주가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글로벌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는 콘텐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KT 스튜디오지니'도 설립했다. 방송과 음악, 영화 등의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해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KT는 이미 IPTV '올레tv'와 OTT '시즌' 등 높은 시장점유율의 콘텐트 유통 채널을 가지고 있다. 2023년까지 대형 오리지널 콘텐트를 연간 10~20개 제작해 한류 콘텐트 흥행 흐름을 잇는다.
이밖에 구 대표는 LTE·TRS(주파수공용통신) 기반 무선통신서비스 제공 기업 KT파워텔의 지분 44.85%를 디지털보안장비 제조사인 아이디스에 406억원에 매각했다. KT파워텔은 2010년 매출이 1270억원에 이르는 주력 계열사였지만, LTE와 5G 중심으로 통신 시장이 급변하며 하락세에 진입했다. KT 관계자는 "탈통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충분히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신사업 발표와 계열사 매각을 거치며 KT의 주가는 2만원 중반대를 향하다가 지난달 16일 전 거래일 대비 약 7% 상승한 2만6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회사에서도 정확한 주가 상승 요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회사가 주당 1100원에서 1350원으로 22% 이상 올린 배당금 확대정책을 발표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꼽히지만, 거의 일주일이 지나서 주가가 뛴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KT 관계자는 "신사업 확장 등 성장 가능성으로 인해 통신주도 이제 움직일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본다.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라며 "관심이 늘어 주가가 오름과 동시에 여러 가지 호재도 붙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KT의 주가가 3만원 중반대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KT의 목표 주가를 3만3000원으로 제시하며 "유·무선 통신의 캐시카우를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엔진을 장착하고, 디지코 기업으로 탈바꿈해 장기간 지속한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B2B 사업에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AI(인공지능)·DX(디지털 전환)의 두 자릿수 성장은 2021년에도 지속할 전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