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17일(한국시간) 영국 셰필드의 브레몰 레인에서 열린 2020~21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9라운드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전반 5분 터진 세르주 오리에의 헤딩 선제골에 도움을 기록했다. 토트넘은 오리에의 골과 전반 40분 터진 해리 케인의 추가골, 그리고 후반 17분 탕기 은돔벨레의 쐐기 골을 더해 셰필드를 3-1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승점 3을 추가한 토트넘은 9승6무3패(승점33)로 5위가 됐다.
세 골이 터졌지만, 손흥민의 발끝에선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지난 풀럼전에 이어 또 한 번,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불운에 가로막혔다. 손흥민은 전반 8분 역습 상황에서 케인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의 뒷공간을 노린 절묘한 칩슛을 날렸다. 야속하게도 공은 오른쪽 골 포스트를 맞고 튀어나왔다. 골이 됐다면 득점 1위 모하메드 살라(리버풀·13골)와 공동 선두로 올라설 수 있었다.
득점이 없었어도 손흥민의 퍼포먼스는 찬란했다. 이날 오리에의 골을 도운 손흥민은 올 시즌 리그에서만 6번째 도움을 기록하며 2015년 토트넘 입단 이후 EPL 통산 공격 포인트 100개를 채웠다. 토트넘에서 6시즌을 치르는 동안 그는 정규리그 65골, 도움 35개를 쌓아 올렸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옵타에 따르면 손흥민의 EPL 공격 포인트 100개는 아시아 선수 최초이자, 토트넘 소속 선수로는 7번째 기록이다. 이전에는 케인(186개·225경기 155골 31도움), 테디 셰링엄(141개·236경기 97골 44도움), 로비 킨(115개·238경기 91골 24도움), 크리스티안 에릭센(113개·226경기 51골 62도움), 저메인 데포(110개·276경기 91골 19도움), 대런앤더튼(102개·299경기 34골 68도움)만이 공격 포인트 100개 이상을 달성했다.
올 시즌 손흥민은 '커리어 하이'를 만들고 있다. 리그 2라운드 사우샘프턴전부터 한 경기 4골을 몰아치며 EPL 진출 이후 첫 해트트릭으로 개인 통산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우며 최상의 컨디션을 예고했다. 4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선 유럽 리그 통산 100호 골 달성에 성공했다. 어느 때보다 가파른 득점 페이스를 과시하며 시즌 초반부터 득점 선두권에 이름을 올려놨고, 17라운드 리즈 유나이티드전에선 토트넘 소속으로 통산 100호 골을 터뜨리며 토트넘의 '레전드' 입지를 다졌다. 토트넘에서 100골을 넣은 선수 중 영국이나 아일랜드 국적이 아닌 비(非) 아일랜드 선수는 손흥민이 유일하다.
손흥민의 질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토트넘 통산 100호 골 달성 나흘 뒤에는 카라바오컵 4강전 브렌트포드와 경기에서 시즌 16호 골이자 유럽 무대 통산 150호 골을 쏘아 올렸다.
유럽 무대에서 150골을 기록한 아시아 선수 역시 손흥민이 최초다. 여기에 셰필드전에서 달성한 EPL 통산 공격 포인트 100개 달성 기록까지 더했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에 도전해 온 아시아 선수들의 역사에 손흥민이 새로운 역사를 덧쓰고 있는 셈이다.
그가 달성할 '아시아 최초'의 기록은 또 남아있다. 손흥민은 앞으로 두 골만 더 넣으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선수 EPL 한 시즌 정규리그 최다 골(14골) 타이기록을 세운다. 세 골을 더 넣을 경우 자신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다. 남은 경기 수와 손흥민의 득점 흐름을 보면 충분히 경신할 수 있다. 순조롭게 득점을 쌓아나갈 수 있다면 아시아 최초 EPL 득점왕이라는 전인미답의 타이틀도 거머쥘 수 있다. '기록의 사나이' 손흥민의 질주는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