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역대 출전 1위 기록의 보유자, 한국 축구 골키퍼의 전설 김병지가 500경기 출전 달성에 성공한 후배 김영광에게 마음을 담은 응원을 전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성남 FC의 '베테랑' 골키퍼 김영광이 K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김영광은 지난 7일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5라운드 대구 FC와 경기에 출전하며 K리그 통산 500경기 출전 위업을 달성했다. 2002년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한 뒤 울산 현대·경남 FC·서울 이랜드 FC를 거쳐 올 시즌 성남 유니폼을 입을 때까지 19시즌을 꾸준히 달려온 결실이다.
K리그 역대 다섯 번째. 김병지(706경기) 이동국(540경기) 최은성(532경기) 김기동(501경기)에 이어 김영광이 영광의 이름을 올렸다. 김영광이 오는 13일 울산과 6라운드에 출전한다면 역대 공동 4위로 올라선다.
김영광의 500경기 출전을 뿌듯하게 바라본 한명, 바로 K리그 역대 출전 1위의 기록을 품은 한국 축구 골키퍼의 '전설' 김병지였다.
김병지는 1992년 현대 호랑이에 입단한 뒤 포항 스틸러스·FC 서울·경남·전남을 거쳐 2015년까지 24시즌 동안 706경기를 완성했다. K리그 최초로 600경기를 돌파한데 이어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700경기까지 넘어섰다. 그야말로 감탄사가 나올 만한 대기록이다.
김병지와 김영광은 닮은 부분이 많다. 두 선수 모두 자기관리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서로 닮았기에 서로 애정을 품고 있다. 김병지는 줄곧 김영광을 아끼는 후배라며 칭찬했고, 김영광은 존경하는 선배로 언제나 김병지를 꼽았다.
김영광의 500경기 출전 대기록은 김병지에게도 흐뭇한 장면이었다. 자신이 아끼는 후배가 자신이 걸어온 길을 차분하게 걷고 있기 때문이다. 김병지는 10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이런 김영광을 향해 진심을 전했다. 선배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 그리고 선배의 마음을 담은 응원까지 김병지는 김영광을 자랑스럽게 또 따뜻하게 품었다.
김병지는 "(김)영광이 경기를 자주 봤다. 성남-대구전도 봤다. 500경기는 본인 노력의 결과다. 그리고 팬, 구단, 감독 등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온 것이다. 영광이가 그 과정을 잘 견뎌냈고 이겨냈다. 그 결과가 500경기다. 축하해주고 싶다. 이제 영광이는 더 멋진 꿈을 꿀 수 있는 사람이 됐다. 기록의 사나이가 됐으면 좋겠다. 김남일 감독이 말한 것 처럼 600경기, 700경기까지 감독의 신뢰를 받는 멋진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11월 전북과 경기에서 K리그 500번째 출장 경기를 치룬 김병지의 모습. IS포토 아쉽게도 김영광은 500번째 출전 경기에서 2실점을 허용하며 1-2로 졌다. 올 시즌 첫 2실점이었다. 게다가 성남은 1골을 먼저 넣은 뒤 역전패를 당했다. 이에 김병지는 자신의 500번째 경기를 떠올렸다. 2009년 11월 1일 열린 경남과 전북 현대의 경기. 500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나선 경남의 골키퍼 김병지는 '최강' 전북을 상대로 4실점을 허용했다. 경남은 2-4로 졌다.
김병지는 "내가 큰 그림을 그린 것이다. 이 경기 전까지 0점대 실점률이었다. 499경기에 496실점이었다. 그런데 500번째 경기에서 4골을 먹으면서 500경기에 500실점, 실점률 1이 됐다"고 크게 웃은 뒤 "대구전에서 나온 2실점은 누가 와도 못막는 골이었다"며 김영광을 감쌌다.
아무리 위대한 선수라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김병지도 느꼈고, 김영광도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이에 김병지는 "영광이에게는 경험치가 있다. 특히 FC 서울과 경기에서 일대일 위기를 막아내는 것은 정말 영광이가 아니면 막기 힘든 장면이다. 대구전에서도 그렇고 단독 찬스에서 기가 막히게 잘 막아낸다. 다리를 뻗어 걷어내는 이런 모습들이 경험치에서 나오는 노하우다. 20대보다 순발력이 떨어질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런 경험치에서 익힌 방법으로 극복해낼 수 있다. 영광이가 그런 모습이 보이고 있다. 자신만이 가진 노하우가 쌓여 방어력이 꾸준하다"고 평가했다. 이 말에는 김영광이 앞으로도 꾸준히 성남의 간판 골키퍼로서 위치를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이 담겼다.
경험이 쌓일 수록 책임감도 커진다. 김영광도 책임감의 무게를 느껴야 할 위치에 섰다.
김병지는 "지금은 K리그1과 K리그2로 나눠졌다. 상위스플릿과 하위스플릿으로 나눠지기도 한다. 강등, 하위스플릿이라는 위기의 순간들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골키퍼의 책임감, 무게감은 특히 크다. 팀의 마지막 보루로서 팀을 지켜야 하는 존재다. 만약 어려운 분위기가 온다면 영광이가 팀을 끌고 나가면서,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영광이는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다. 이런 마음가짐이 있었기에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영광이가 팀에 꼭 필요한 선수로서 600경기, 700경기까지 멋진 도전을 했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정말 전대미문의 700경기 돌파가 가능할까. 김병지에게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영광이가 400경기를 넘어 500경기까지 왔다. 지금까지 정말 어려운 목표를 이뤄냈다. 이제부터는 진짜 큰 도전을 해야한다.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영광이가 내 기록을 깨는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 불가능은 없다. 나도 했다. 나도 불가능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