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와 KIA의 경기가 28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KT 조용호가 1회말 유격수 오른쪽 내야 안타를 날리고있다.수원=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0.05.28. KT 외야수 조용호(31)의 가치는 주전, 간판급 선수에 뒤지지 않는다. 두 시즌 연속 위기에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주전급 백업이라는 표현은 결코 칭찬이 아니다.
조용호는 유한준과 강백호가 차례로 부상을 당해 이탈하며 선발 기회를 얻었다. 지난 17일 수원 삼성전부터 3번 타자에 포진됐다. 이 경기 포함 열 경기를 치렀다. 타율은 0.429. 출루율은 0.533이다.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경기는 1번뿐이다. 더 주목되는 기록을 볼넷이다. 최근 열 경기 가운데 여덟 경기에서 볼넷을 얻어냈다. 삼진은 1개뿐이다. 쉽게 아웃되지 않고, 집요하게 상대 투수를 괴롭힌다. 타석당 투구 수는 4.24개. KT 타선 평균(3.98개)뿐 아니라 이 기간 리그 평균(3.84개)을 훌쩍 웃돈다. 내야 안타를 만들어내며 상대 배터리와 내야진을 맥빠지게 하는 타석도 많았다.
리그 에이스 양현종을 상대한 28일 KIA전에서도 활약했다. 1회말 첫 타석은 내야 안타, 3회 두 번째 타석은 볼넷으로 출루했다. KT가 역전에 성공한 4회 공격 무사 1·2루에서도 가운데 방면 안타성 타구를 만들어냈다. 선행 주자와 자신 모두 살았다. 멜 로하스 주니어와 황재균이 연속 2타점 적시타를 치며 5점을 달아났다. 조용호는 6회 네 번째 타석에서도 내야 안타를 기록했다.
방망이를 짧게 잡고 출루와 진루 기여 의지를 발산한다. 결과도 좋다. 한 베이스 더 가는 플레이도 잘한다. 벤치는 조용호를 믿고 작전을 구사할 수 있다. 전형적인 3번 타자 유형은 아니지만, 테이블세터와 거포 사이에서 밸런스 있는 공격을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조용호는 2019시즌에도 강백호가 손바닥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그의 자리인 3번에 포진됐다. KT는 기동력 야구를 보여줬다. 10경기 연속 무패도 이 시기에 해냈다. 이제 그에게 주전급 백업 요원이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자리 경쟁은 시즌 내내 진행형이고, 조용호는 위기마다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KT는 간판타자 2명이 빠져 있는 상황에서도 최근 열 경기에서 6승을 거뒀다. 선발진이 잘 버텨냈고, 불펜진도 살아날 조짐을 보인다. 효과적인 득점 생산에 중심이 조용호도 KT의 위기 극복에 큰 기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