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2'는 13일 전 세계 190개국에 공개됐다. 죽은 자들이 살아나 생지옥이 된 위기의 조선, 왕권을 탐하는 조씨 일가의 탐욕과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돼버린 왕세자 창의 피의 사투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반응은 매우 뜨겁다. 극 전개 속도가 빠르고 전 시즌에서 뿌렸던 '떡밥'을 잘 회수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전 시즌 작품의 성공에 부담을 가졌을 수도 있지만 김은희 작가는 부담을 곧 노력과 그 노력에 이은 훌륭한 결과물로 만들었다. 여전히 훌륭한 한국판 좀비물의 전형을 보여줬고 'K좀비'라는 글로벌 트렌드로 확장됐다. 또한 한국의 멋과·문화·전통을 이번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담아냈다.
20일 오후 김은희 작가와 인터뷰는 코로나 19 확산을 우려해 화상 인터뷰로 진행됐다.
- 시즌제를 해보고 나니 어떤가.
"시즌제는 내게 잘 맞는다. 배우나 제작진과 차곡차곡 정을 쌓아가는 느낌이 든다는 게 큰 매력이다. 단점이 없다."
- 우연히 현 코로나 사태와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
"킹덤 시리즈는 2011년부터 기획된 작품이다. 우리나라 지도를 보면 백두대간으로 자연스럽게 장벽이 형성돼있다. 지도를 보면서 단순히 경상도를 배경으로 작품을 시작한 것이다. 작품은 창작자의 자유로운 상상이었을 뿐이다. 코로나 사태에 마음이 가벼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극 중 '봄이 오면 무사히 자신의 제자리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대사처럼 하루빨리 이 사태가 진정됐으면 좋겠다."
-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무엇인가
"안현대감이 조학주를 무는 장면은 스스로 극본을 쓰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부분이었다. 기대를 많이 했는데 잘 표현이 된 것 같아서 기뻤다. '킹덤2'에 들어가면서 공동연출 작품이 됐다. 극본은 같지만 감독마다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있어 다르게 해석하는 게 재밌었다. 또 중전을 중심으로 좀비들이 몰려드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 킹덤은 새로운 좀비의 유형을 그렸다.
"사실 난 좀비물마니아다. 스스로 '이런 좀비가 있었으면 어떨까'란 상상을 많이 했다. 또 평소 기생충이나 생태학적 특징들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 부분과 연결지어 새로운 유형의 좀비를 탄생시키고 싶었다.
-'K좀비'라는 용어가 생겼다.
"그렇게 말해주는 건 작가에게는 너무나 기분 좋은 일이다. '킹덤' 속 좀비는 계속해서 슬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역병은 왕실의 탐욕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로 인해 (억울하게) 살아서도 죽어서도 배고픔에 시달리는 슬픈 좀비를 표현해보고 싶었다.
- 서양인들이 '킹덤'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킹덤'이 가지는 분위기나 의상 등이 워낙 동양적이다. 또 좀비가 등장함으로 인해 철저한 계급사회에서 계급이 무너지게 되는 상황이 신선하게 다가왔을 것 같다."
- 권력에 대한 전복을 고려했나.
"권력에 대한 전복은 생각하지 않았다. 단순히 '어떤 리더가 가장 좋은 리더일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극 중 이창이 과연 무리해서라도 왕좌에 오르는 게 좋은 리더가 되는 길인지. 그 고민에서부터 극을 구상했다"
- '시즌3'는 어떤 이야기로 구성되나.
"이창과 영신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역병의 근원을 찾고 더는 역병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그려질 것이다. 또 '킹덤3'에서는 '한'에 대해 더 얘기해보고 싶다."
- '시즌3' 제작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넷플릭스와 얘기는 해봐야겠지만 해보고 싶다. 함께한 배우들이 너무 좋아서 이들과 스케줄이 잘 맞아떨어졌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갈망했던 시리즈라서 꼭 이른 시일 내에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열심히 노력하겠다."
- '시즌3'에서는 어떤 사람이 리더가 되나.
"그게 아마 '시즌3'의 핵심 내용이 될 것이다. '어떤 지도자가 좋은 지도자인가'에서부터 배고픔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북방으로 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구성될 것이다. 거기서 그 지역과 관련된 여러 민족이 나올 수 있고 그들과 관련돼 더 확장된 세계관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 전지현의 역할은 무엇이냐.
"'킹덤1'과 '킹덤2'에 등장했던 인물들과 함께 중심축을 담당할 것이다."
- 전지현이 작가의 다른 신작인 '지리산'에도 출연하는데 그가 가진 매력은.
"개인적으로 전지현을 보면 '여전사' 같은 느낌이 들더라. 몸을 잘 쓴다. 몸을 예쁘게 쓰는 배우와 액션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가 가지고 있는 통통 튀는 매력을 킹덤과 지리산 두 작품에서 모두 볼 수 있을 것 같다."
-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느낀 점은.
"내가 쓴 대본이 3D로 올라오니깐 되게 벅차오르더라. 좀 더 일을 같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로서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드는 연기를 해줘서 감사하다."
- 류승룡(조학주)의 죽음은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나.
"그가 '어떻게 죽는 게 가장 비참할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낸 결론은 자신이 그리 집착했던 '해원조씨의 핏줄이자 본인 딸한테 죽는 것'이었다. 그게 가장 비참한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 많은 캐릭터들이 극 중 죽었다. 이들의 죽음에 담긴 의도는 무엇이냐
"극 중 죽은 인물들은 모두 원죄가 있는 인물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최후를 맞는지 생각했고 죽는 게 가장 걸맞다고 생각했다."
- '킹덤2'에선 배두나·김혜준의 연기력 논란이 사라졌다.
"나는 두 배우에 대해 믿음이 있었다. 게다가 배두나는 월드 스타고 얼굴로 말하는 연기자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보는 이들이 배두나가 사극과 어울리지 않거나 어색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맡은 천민이라는 캐릭터 설정에서 '궁궐 말투를 쓰지 못하는 게 좋겠다'는 해석을 하는 등 노력했다. 그의 해석이 새롭다고 생각했다.
김혜준 배우는 감독과 내가 찾던 배우였다. 우리는 '정말 어린 느낌'이 드는 배우를 원했다. 그게 극을 더 비극적일 수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킹덤1'에서는 몸이 안 풀렸는지 대사 톤이 '왔다 갔다' 했던 부분이 있었지만 믿음이 있었다. 김혜준이 가진 마스크의 힘이 너무 좋아서 '시즌2'에서는 속된 말로 '포텐이 터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또 이들이 한양으로 올라오면서 그들의 목소리가 '킹덤'2에서는 더 강하게 들어가길 바랐다. 천민이지만 의녀라는 전문직을 가졌으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서비와 신분은 높지만 아들을 낳지 못하면 아무것도 될 수 없는 중전. 두 사람의 대비도 보여주고 싶었다.
- 주지훈의 연기는 어떻게 생각하나.
"시간을 가지고 주지훈을 보니 왜 감독이 그를 캐스팅했는지 알겠더라. 진짜 영리한 배우다. 이 배우랑 일을 같이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만의 해석이 깊다. 덕분에 재밌는 경험을 많이 했다. 또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배우였고 극에 대한 이해도도 좋은 배우였다. 예전에는 노는 것만 좋아할 줄 알았는데. 진짜 재밌는 배우더라. 그와 오래갔으면 한다."
- '킹덤3'에서 주지훈이 죽을 수가 있나
"말씀드렸듯 주지훈은 오래가고 싶은 배우다."
- 만화 '신의 나라'와도 비교되고 있는데.
"'신의 나라' 집필 당시 구상했던 좀비 얘기는 드라마나 영화가 절대 불가능할 거 같더라. 주위에 웹툰 하는 사람한테서 '만화로 내보면 어떻겠냐'고 들었다. 이후 그 작품은 만화 제작을 위해서만 썼던 작품이다. '킹덤'과는 세계관이 조금 비슷하지만 거의 다른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 그때 생각했던 짧은 프롤로그가 '킹덤'에 조금 들어가 있는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 전석호(조범팔)과 배두나(서비)의 로맨스가 '시즌'에서 이어지나.
"조범팔은 순정남이다. 서비가 이를 그의 사랑을 받아들여 줄지는 모르겠다. 서비도 나름 큰일을 앞두고 있다. 사랑에 내가 약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을 깊이 해보겠다."
- 생사초의 모델이 된 실제 약초가 있나.
"책을 읽다가 본 건지 상상한 건지 스스로도기억을 못 하겠다. 생태적인 것과 관련된 서적을 많이 읽었고 거기서 참고한 것 같다."
- 좀비물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좀비물이 주는 건 긴장감이 아닐까 싶다. '말도 안 되게 희망이 없어 보이는 상황을 어떻게 역전시킬 수 있을까'. 그런 기대를 하면서 즐겨볼 수 있다는 게 좀비물의 매력인 것 같다."
-한국의 멋이 '킹덤2'에서도 많이 묻어나왔는데.
"기획하면서 상주, 부산 등 여러 곳을 가봤다. 우리나라 속 몰랐던 아름다움을 알았다. 한국적인 미. 건축이나 자연 등 많은 걸 보여주고 싶었다. 마지막에 지붕을 달리는 신 같은 경우는 지붕들로 연결된 궁궐들이 지도만 봐도 아름다워서 그 아름다움이 장면에 꼭 구현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마지막 인사.
"킹덤 시리즈 결과가 좋다고 하지만 나는 겁이 너무 많아서 아직도 반응을 못 찾아본다. 그래도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훨씬 더 좋은 시즌3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은희 작가는 '싸인(2011)' '유령(2012)' '쓰리데이즈(2014)' '시그널(2016)' 등을 통해 '장르물의 대가'이자 스타 작가로 떠올랐다. 김은희 작가는 '킹덤1'에 이어 '킹덤2'까지 극본을 집필했다. 킹덤 시리즈는 '우리나라의 멋'과 서양으로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좀비'가 조화롭게 접목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를 통해 김은희 작가를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로 발돋움하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