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광대'라 말하는 조진웅(본명 조원준·43)이 제목부터 딱 조진웅스러운 작품으로 돌아왔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김주호 감독)'에서 광대들의 리더 덕호로 분해 광대들과 '광대들'을 동시에 이끈 조진웅은 다소 허무맹랑하지만 시대정신을 담은 영화를 '진정성'의 이름으로 선택했다. '민심의 선봉에 선 광대들, 살아봄직한 삶' 해를 거듭할 수록 묵직함을 더해가는 조진웅이 외면하기엔 외면하지 못할 이유가 더 많은 작품이었다.
지난해 '독전(이해영 감독)', '공작(윤종빈 감독)', '완벽한 타인(이재규 감독)'이 줄줄이 흥행에 성공하며 완벽한 한 해를 보낸 조진웅은 "영화는 스크린에 걸리는 것 만으로도 성공이다" 말하면서도 "흥행은 매번 리셋된다. 새로 시작해야한다"며 여전히 일희일비하는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타고난 입담과 센스에 하고 싶은 말은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화끈한 성격은 조진웅이 오랜시간 사랑받고 있는 수 많은 이유 중에서도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생채기 정도는 낼 수 있다고 믿기에 조진웅의 필모그래피는 흥망을 떠나 늘 그 속에 담긴 의미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반복되는 과정에서 홀로 감내해야 하는 슬럼프를 이겨내는 방법은 팬들이 손수 써준 손편지. 팬들의 애정을 확인할 때마다 보답하지 못하는 미안함을 크게 느낀다는 조진웅은 '보답의 길'을 진심으로 고민 중이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조진웅의 수 많은 작품과 연기가 이미 살아봄직한 이유있는 선물이 됐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광대들'은 팀플레이가 돋보인 작품이다. "손현주·박희순·고창석 형들과는 이미 잘 알고있는 사이지만, 윤박·김슬기·김민석 등 친구들과는 처음 만났다. 되게 열심히 하더라.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라'라고 했는데 심지어 잘하기도 하더라. 많이 놀랐다.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친구들이라 내가 그 힘을 많이 받았다. 특히 슬기가 대단했다."
-어떤 점에서 눈에 띄었나. "볼 때마다 '어쩜 저렇게 잘하냐' 소리가 절로 터졌다. 다재다능하다. 다만 내가 성격이 잘하는 것을 봐도 '너 왜 그렇게 잘하냐!' 하지를 못한다.(웃음) 대신 앞에서 리액션을 엄청 열심히 한다. 그렇게 하면 그 친구가 힘을 받지 않을까 싶어서.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하. 그만큼 잘했다. 박이, 민석이도 다들 재간둥이들이라 즐거웠다."
-젊었을 때가 생각하지는 않았나. "저기요, 선생님! 나는 안 젊냐. 나도 아직 젊다. 그 친구들이랑 몇 살 차이 안 난다!"
-(웃음) 신인시절로 정정하겠다. "하하. 내가 이젠 나이가 좀 있다. 어렸을 때보다는 유해진 것이 사실이다. 난 선배들이 너무 어려웠다. 누가 어려웠는지 실명 거론해도 되나.(웃음) 이름을 듣기만 해도 자세가 갖춰지는 선배들이 있다. 나를 때릴 것 같고, 무섭고 그런 것이 아니라 현장에만 계셔도 아우라에 조아려지고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의지가 바로 올라오는 그런 선배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안성기 선배가 있다."
-너무 대선배다. "안성기 선배님은 현장에 무조건 한 시간 일찍 도착하신다. 그럼 스태프들이 막 우왕좌왕한다. 아직 작업을 해야 하는데 선배님이 너무 빨리 와 계시니까 마음이 급해지는거지. 그래서 때론 콜을 한 시간 늦게 알려드릴 때도 있다. 만약 콜타임이 8시반이라고 하면 '9시 반까지 오시면 돼요'라고 한다. 그럼 8시 반에 오신다. 현장에 선배가 등장하면 말도 곱게 나온다. 서로 '야 이 자식아' 하다가도 '우리 라인을 같이 접어볼까?' 한다.(웃음) 그냥 같이 있기만 해도 너무 행복한 선배들이 있다. 박중훈 선배도 마찬가지고, (김)윤석이 형도 그렇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스스로는 어떤 선배라고 생각하나. "나의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뭐 하나 떼어주고 싶어 안달인 사람들이었다면, 나는 아직 그들을 닮지 못해 안달내는 위치다.(웃음) 가끔 후배들이 나를 엄청 편하게 대할 땐 '내가 선배들의 그런 지점을 많이 못 지키고 있구나' 싶기도 한데 그렇다고 일부러 어렵게 대하고 싶지는 않다. 그건 자연스럽게 생기는 분위기인 것 같다. 아직은 편한 것이 좋다. 그래서 첫 인상이 중요하다. 첫 만남에 어렵게 대하면 평생 관계가 뗀뗀해진다. 뭐 '댕기잡고 그네만 안 타면 되는데 어디까지 풀어줘야 하나' 그런 느낌이 들땐 있다. 하하. 농담이다."
-손현주와 재회했다. "형을 보자마자 '함께해서 영광이에요'라고 했다. 그 양반은 카메라만 돌면 눈이 확확 변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그 이유 좀 듣고 싶다.(웃음) 사실 진짜 잘 모시고 싶었다. '잘했나?' 생각해보면 모르겠다. 대척군에 있는 캐릭터라 해도 친하지 않으면 티가 난다. 안 친하면 안 붙는다. 안 붙으면 영화가 되게 이상하다. 형과는 워낙 사이가 좋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없었다. '시그널' 때도 특별출연을 해 주셨는데 그 때도 너무 편했다."
-'좋은 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내가 한번은 '그렇게 좋은 사람인가?' 싶어서 형 가방을 급습한 적이 있다. 근데 괴테 책이 나오더라. 어이가 없어서 '이거 설정으로 넣고 다니는거죠?'라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웃음) 딱 봐도 진짜 읽고 있는 책이었다. 두 손 두 발을 들었다.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형도 참 아름다운 사람이다." -극중 덕호는 영화 현장의 감독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진심을 얻어내는 과정을 통해 변모한다. 모두가 '되겠냐'고 하는데 일단 '해 보겠다'면서 목숨 걸고 한다. 나와 많이 닮았다. 난 뭐든 목숨거는 스타일이다. 목숨 걸지 않으면 망한다. 영화로 따지면 제작이 되어지지 않고, 상영 되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크린에 걸려 단 한 명에게라도 보여진다면 그건 그 자체만으로 어마어마한 영광이다.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못 맞추면 '망했다'고 하는데, 상영 되어지는 모든 영화는 성공한 것이다. 더 업을 이루는 것이 손익분기점이고, 1000만 명까지 갔다? 그건 하늘이 내려주고 전생에 나라를 구한 일이다."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영향을 끼칠 수는 있다. 예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변영주 감독님이 어떤 섹션 토론을 하는데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힘들다고 하지만, 깨지지 않는 겉표면만 개발된다면 언젠가는 바위를 뚫을 수 있을 것이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난 거기에 적극 동의했다. 500만 년 동안 던지면 안 깨질까? 분명 생채기라도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영향력 있는 영화만 만들어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인가. "내가 대창을 좋아한다. 맛있는데 비싸기도 하다. 심지어 몸에 딱히 좋지도 않다. 그 기름이 인체에 들어와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겠다. 옛날엔 잘 먹지 않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맛있는건 부정할 수 없다. 맛있는건 먹어줘야 한다. 외설이 있어야 예술도 있다. 다양성은 반드시 인정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광대들'은 재미있는 상업영화다.(웃음) 내가 이렇다. 인터뷰 할 때마다 시험보는 것 같고 떨려서 전날 늘 술을 마신다. 마음이 진정이 안 된다. 하하." >>③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