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봉준호 감독)'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장혜진은 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기생충'에 합류하게 된 과정은 몹시 길다"고 운을 뗐다.
장혜진은 "일단 감독님은 '우리들' 영화를 보시고 연락을 주셨다. 그 영화에서의 모습이 좋았다고. 그래서 정확히 어떤 포인트를 찍으셨던건지 여쭤봤더니 연기도 좋았지만 일그러진 표정이 흡족했다고 하시더라. '우리들'에서 시험 성적표를 갖고 '너 왜 말 안 했어?'라고 말하는 신이 있다. 그걸 캡처해 놓으셨더라. 그 사진을 보여 주시면서 '이거 봐라. 이게 내가 딱 원했던 얼굴이다'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그 이전에는 봉준호 감독과 전혀 인연이 없었던 것이냐"고 묻자 장혜진은 "사실 '살인의 추억'을 준비하실 때 나에게 연락이 왔었다. '살인의 추억'이 우리 교수님이 만든 연극 '날 보러와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같이 작업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그 땐 내가 연기를 그만 두고 고향에 내려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연기와는 전혀 다른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래서 감독님께 '너무 감사한데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잠깐 휴가를 내서라도 갈까요?'라고 여쭤봤다. 그랬더니 '생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올 정도의 작품과 캐릭터가 될지 그것은 책임질 수가 없다. 이 영화가 잘 돼 더 좋은 것으로 만나자'고 하셨다. 근데 대박이 터졌다. '그때 어떻게든 휴가를 내고 갔었어야 하나?' 생각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또 "이후 감독님은 '괴물' 등 작품을 선보이며 계속 승승장구 하셨다. 그걸 보면서 나만 아쉬워 했다. '기회가 된다면'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것도 생각일 뿐이다. 다시 연기를 시작했을 때도 '저 다시 연기 시작했어요!'라고 말씀 드리기가 뭔가 애매하더라"고 토로했다.
장혜진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을 통해 복귀했다. "'박하사탕' 오디션에 떨어지고 '밀양'을 하게 되면서 이창동 감독님이 '너 다시 연기해라' 하시더라. '감성이 충만해진 것 같다. 짧은 슬픔, 긴 행복으로 생각해라'라고 하시는데 지금 운 것 보다 더 크게 울었다. 진짜 엉엉 울었다. 그 말에 힘을 얻어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장혜진은 "'살인의 추억' 에피소드는 나만 기억하고 있었다. 봉준호 감독님은 그 때의 내가 '우리들'의 나인 줄 전혀 모르고 계시더라. 그 이야기를 했더니 '제가요? 그래요?' 하시면서 더 깜짝 놀라 하셔다. 그리고 '우리 다음주에 만나죠?'라고 하시면서 어느 카페를 말씀 주셨는데 먼저 가 자리에 앉아 있었더니 '제가 그 자리에서 시나리오를 썼죠'라고 하시더라. 신기했다"고 당시의 감정을 떠올렸다.
봉준호 감독은 장혜진과 두 시간동안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후 마지막이 되어서야 '기생충'에 대해 언급했다고. 장혜진은 "감독님이 '이런 영화 하나 준비하고 있다. 주인공은 (송)강호 선배님이 될 것이다'고 하는데 나에게 어떤 역할을 제안해 주실 줄은 몰랐다. 그냥 '재미있겠다'며 열심히 박수쳤다. 근데 '그러니 조금씩 살을 찌워달라'고 하시더라. 그 두시간의 수다가 여태 수다 중 가장 길었던 것 같다"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의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가족 희비극이다. 개봉 6일만에 누적관객수 400만 명을 돌파하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 [인터뷰③]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