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성에 흥행성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평단과 대중의 마음을 모조리 훔친 '기생충'이다.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이 탄탄대로 꽃길만 걷고 있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한국 영화 100년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기생충'은 금의환향 후 30일 공식 개봉하면서 단 3일만에 벌써 200만 명이 넘는 관객들과 만났다. 세계 3대 영화제가 인정한 작품성에 화제성이 자연스럽게 붙었고, 대중성까지 잡으면서 흥행 청신호가 켜졌다.
'기생충'에 있어서만큼은 '보는 눈'이 모두 같다. 국적도, 성별도, 나이도, 직업도 어느 것 하나 '기생충'을 달리 보게 만들지 않는다. 칸영화제 기간 쏟아진 외신의 호평과 최고 평점은 심사위원 만장일치 황금종려상으로 이어졌고, 최종 관문이자 마지막 큰 산으로 여겨졌던 국내 관객들의 반응은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기생충'으로 하나 된 스크린, 그리고 관객들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은 개봉 3일차였던 1일 하루 무려 112만6568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다. 누적관객수는 237만2317명으로 3일만에 200만 고지도 훌쩍 넘었다. 이 같은 속도라면 개봉 첫 주 손익분기점 370만 명도 가뿐하게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루지 못할 것이라 여겨졌던 장벽을 무너뜨린 '기생충'이 더 이상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의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가족 희비극이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선보이는 신작이라는 것 만으로도 극장으로 달려가게 만들 법한 상황에서 한국 최초 황금종려상이라는 거대한 선물까지 들고 왔으니 영화에 관심없는 관객들도 한번쯤은 눈여겨 볼만 한 분위기가 완성됐다.
특히 '기생충'은 개봉 전 봉준호 감독의 지휘 아래 '스포일러 주의보'를 공식적으로 명명하면서 베일싸인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과 궁금증을 샘솟게 만들었다. 강력한 스포일러가 있다는 것 하나만큼은 명확하게 인지한 관객들은 개봉 첫 날부터 극장으로 달려가 '기생충'을 관람했다. 사전 정보없이 청정한 상태에서 영화를 온전히 즐기고 싶다는 영화 팬들의 마음이 제대로 움직였다.
아직 개봉 초기인 만큼 '기생충'을 이미 관람한 관객들도 '스포일러 금지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관람 후 더 더욱 질문을 터지게 만드는 작품이자, 각 장면, 설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게 만드는 영화라는 점에도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람객들은 공개적로는 스포일러를 조심하면서도, 시원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게시물 등 창구를 만들어 저마다의 해석과 감상평을 표출하고 있다. 또 '기생충' 포스터를 패러디한 눈가린 인증샷도 속속 눈에 띈다.
이 같은 현상은 "관객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답은 없다. 영화를 보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꾸준히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봉준호 감독의 희망, 빅픽처와도 딱 맞아 떨어진다. '곡성(나홍진 감독)' 이후 오랜만에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영화의 탄생. 영화를 애정하는 관객들에게는 '기생충' 자체가 큰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