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스 위크엔드(Players Weekend)'는 지난해 많은 관심과 화제 속에 첫선을 보였다. 특별히 제작된 유니폼에 이름 대신 자신이 원하는 명칭을 써넣게 되는데 추신수(텍사스)는 작년 '토끼1(Tokki1)'이라는 별명을 유니폼에 새겼다. 신시내티 동료였던 조이 보토와 맞춘 별명으로 보토는 '토끼2(Tokki2)'를 사용했다. 이는 추신수와 함께 뛰던 시절 들은 '토끼와 거북이 경주' 얘기를 기억하고 있던 보토가 제안해 이뤄졌다. 올 시즌 추신수는 오승환(콜로라도)과 마찬가지로 한글 이름이 박힌 유니폼을 입는다. 류현진(LA 다저스)은 '코리안 몬스터'란 별명을 인용해 'Monste'를 달았고, 올해도 같다.
지난해 가장 인상적인 별명은 시애틀 3루수 카일 시거가 사용한 '코리스 브라더(corey’s brother)', '코리의 형'이 아닐까 싶다. 본인도 메이저리그 통산 172홈런을 때려 낸 강타자지만, 신인왕 출신으로 화려하게 선수 생활을 시작한 동생 코리 시거(LA 다저스)를 자랑스러워한다는 의미를 잘 나타내는 명칭이었다. 카일 시거는 코리 시거보다 일곱 살 많은 형이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이번에 열리는 '플레이어스 위크엔드'에 가장 눈길을 끄는 별명을 골라 봤다. 재치상을 준다면 애리조나 마무리 투수 브래드 박스버거가 확실시된다. 자신의 이름을 둘로 쪼개 '박스'를 의미하는 상자와 '버거'를 뜻하는 햄버거 그림을 그려 넣었다. 누가 봐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센스다. 토론토 선발 마커스 스트로먼은 'HDMH'를 단다. 언뜻 보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지만 의미를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는 '하이트 더즌트 메저 하트(Height Doesn’t Measure Heart)'란 뜻으로 '신장이 열정을 대변할 수 없다'는 의미다. 키가 175cm로 작은 스트로먼의 패기가 느껴진다.
올 시즌 세 번째 부상자 명단에 오른 닉 트로피아노(LA 에인절스)의 센스도 수준급이다. 트로피아노는 자신의 이름 '닉(Nick)'의 앞 두 글자 'Ni'와 성(Tropeano)의 앞 세 글자인 'Tro'를 결합해 'Nitro'라는 멋진 별명을 탄생시켰다. 이는 일반적으로 드래그 레이스란 자동차 경주에서 순간적으로 파워를 끌어올리는 '나이트로'를 의미한다. 비록 본인의 투구 스타일과 맞지 않지만, 별명만큼은 멋지다. 시애틀 에이스 제임스 팩스턴의 '빅 메이플(Big Maple)'은 캐나다 국가의 상징인 단풍잎(Maple) 앞에 '빅'을 붙여 자신의 존재감 및 고국의 자존심을 높였다. 팩스턴의 고향은 캐나다 래드너다.
베이브 루스에 이은 역대급 '이도류'로 주목받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는 미국에 진출한 뒤 얻은 별명인 '쇼타임(Showtime)'을 그대로 활용했다. 현재 팔꿈치 부상으로 투수는 휴업하고 있지만, 타석엔 꾸준히 들어서고 있는 상황. 루스 이후 100년 만에 나타난 투타 겸업 선수라 충분히 '쇼타임'이란 별명이 어울린다는 판단이다. 애틀랜타의 외야수 엔더 인시아테는 작년보다 성적이 떨어지긴 했지만 멋진 별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별명은 '게임 엔더(Game Ender)'로 '경기를 끝내는 선수'란 뜻이다. 즉 자신의 힘으로 경기를 끝내겠다는 의미로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활용해서 훌륭한 별명을 만들어 냈다.
현재 부상 중인 토론토 3루수 조시 도널드슨은 과거 메이저리그 거포들이 즐겨 쓰던 별명을 차용했다. '브링어 오브 레인(Bringer of Rain)'으로 언뜻 보면 우천순연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공을 높이 쳐서 비구름을 건드려 비가 오게 한다는 의미로 홈런 타자를 의미한다. 리그 MVP까지 했던 홈런 타자에게 적합한 별명이다.
'플레이어스 위크엔드'는 메이저리그 선수의 재치와 다양한 에피소드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연례 이벤트로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멋진 별명만큼 훌륭한 경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