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간 평창에서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전한 환희의 순간이 있었고, 반대로 분노를 불러일으킨 절망의 장면도 존재했다. 감동과 절망이 교차한 평창의 17일. 최고의 장면 3선을 소개한다.
최고의 감동 3선 -2월 9일 개회식, 김연아의 감동 피날레
평창올림픽 개회식이 열렸던 평창올림픽 스타디움. 전 세계인의 눈은 '개회식의 꽃'이라는 마지막 성화 점화자에게 쏠렸다.
많은 추측들이 있었다. 쉽게 전망할 수 있는 인물을 경계할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북한이 참가한 만큼 남북 공동 점화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렸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최종 점화자는 '피겨 여왕' 김연아였다.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박종아(한국)와 정수현(북한)이 든 성화는 최종주자 김연아에게 전달됐다. 김연아는 우아한 피겨스케이팅으로 큰 감동을 전했다. "여왕의 컴백"이라는 목소리가 터졌고, 스타디움을 채운 모든 관중이 존경의 박수를 쳤다. 외신들은 극찬했다. 최종 점화자 김연아, 당연한 선택이었다. -2월 18일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결선, 이상화-고다이라의 우정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결선이 펼쳐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세기의 라이벌'이자 오랜 친구인 한국 이상화와 일본 고다이라 나오는 선의의 경쟁을 펼쳤고, 고다이라가 1위를 차지했다. 친구에게 뒤진 이상화는 2위를 기록, 대회 3연패에 실패했다.
이상화는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흘렸고, 고다이라 역시 울음을 터뜨렸다. 두 친구는 서로 꼭 끌어안았다. 이들의 우정 앞에 메달 색깔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학교 때부터 친분을 쌓아온 두 선수의 우정은 각별했다. 경기 뒤 고다이라는 "(이)상화는 내게 친구 이상의 존재다. 아직도 나는 상화를 존경한다"고 말해 한국 국민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이상화와 고다이라가 꼭 껴안고 있는 장면은 세계를 울린 평창 최고 감동 명장면이라 할 수 있다. -2월 23일 여자 컬링 준결승 한일전, 안경 선배의 눈물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은 평창올림픽에서 가장 큰 이슈를 몰고 다닌 팀이다. 그 중 주장인 김은정이 단연 화제였다. 안경을 쓴 채 카리스마를 뽐낸 그를 향해 '안경 선배'라는 별명이 붙었다.
언제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그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일본과 4강전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순간이었다.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4강전에서 한국과 일본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고, 김은정은 승부를 가르는 마지막 결정샷을 성공했다. 대한민국은 환호했다. 예선에서 일본에 승리하지 못했던 한이 풀렸고, 한국의 사상 첫 결승 진출이라는 영광 앞에서 김은정도 눈물을 숨기지 못했다. 경기 뒤 김은정은 "일본만큼은 정말 이기고 싶었다"고 밝혔다.
최악의 절망 3선
-2월 15일 여자 크로스컨트리스키 10km 프리, 이기흥 회장 일행의 막말
평창올림픽을 갑질과 특혜로 얼룩지게 만든 시발점이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크로스컨트리스키 여자 10km 프리를 관전하기 위해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 센터를 찾았다. 이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가 미리 예약한 자리에 무단으로 앉았고, 해당 좌석을 관리하던 자원봉사자가 자리를 옮겨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이 회장 일행 중 누군가 "IOC 별거 아니야. 우리는 개최국이야. 머리를 좀 써라" 등 자원봉사자에게 막말을 퍼부었다. 회장 일행의 이런 고압적인 태도와 갑질의 행태는 큰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이 회장은 사과했다. 자원봉사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 등과 비교돼 이 회장은 더욱 큰 비판을 받아야 했다. -2월 16일 남자 스켈레톤 4차 주행, 박영선 의원의 특혜 응원
이기흥 회장의 막말 논란이 벌어진 하루 뒤 국회의원 논란이 터졌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혜를 받은 것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윤성빈의 남자 스켈레톤 3, 4차 주행이 열린 올림픽 슬라이딩센터. 전날 압도적 성적으로 금메달이 유력했던 윤성빈은 예상대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윤성빈이 레이스를 마치고 '피니시 라인'에서 환호하던 순간 박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윤성빈과 이렇다 할 인연도 없고, 체육계 인사도 아닌 박 의원이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는 구역에 들어간 것이다. 국민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인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구태'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박 의원은 사과했고, 평창조직위는 "앞으로 경기장은 물론 대회 시설에 대한 출입 통제에 더욱 철저를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사태가 진전될 것 같았지만 "이보 페리아니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 회장이 박 의원을 안내했다"고 밝힌 평창조직위의 해명이 거짓말로 드러나 또 한 번의 논란이 일었다. -2월 19일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준준결승, 희대의 왕따 사태
올림픽 역사상 초유의 '왕따 사태'가 발생했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준준결승이 열린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오발 경기장. 이 경기에 김보름·박지우·노선영이 출전했고 김보름과 박지우가 노선영을 버리고 결승선을 나란히 통과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김보름과 박지우가 노선영을 탓하는 듯한 변명을 했다. 팀 스포츠에서 화합과 존중은 없었다. 한 팀으로 보기가 수치스러운 모습을 전 세계에 공개한 것이다. 국제적 망신이었다.
평창 '최대 논란'이었다. 김보름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비판 여론은 식지 않았다. 분노한 국민들이 김보름과 박지우의 인성을 지적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가대표 자격 박탈' 청원까지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가해자와 피해자 논리를 대며 서로 물고 뜯었다. 김보름이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딴 뒤 절을 하며 사죄했지만 논란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이전까지는 김보름을 향한 일방적 마녀사냥이었다면 지금은 노선영의 잘못을 지적하는 여론도 많이 등장했다. 김보름 연금을 박탈하자는 의견과 노선영이 언론플레이로 팀 와해를 주도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