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개막한 70회 칸 국제영화제는 오는 28일 폐막한다. 한국 영화는 경쟁부문에 진출한 '옥자(봉준호 감독)'와 '그 후(홍상수 감독)'가 각각 19일과 22일 공식 스크리닝을 통해 상영 됐으며, 21일에는 스페셜 스크리닝 '클레어의 카메라(홍상수 감독)'와 미드나잇 스크리닝 '악녀(정병길 감독)'가 상영됐다. 남은 작품은 24일 공개되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변성현 감독)'. 주요 부문에 초청된 다섯 작품은 영화제 중심에서 한국 영화의 현 주소를 알리며 자존심을 곧추 세웠다.
# "4분 기립박수" 황금종려상 경쟁 '옥자 VS 그후' 현지반응
귀여운 사고뭉치 '옥자'는 영화제 개막 전부터 이슈를 몰고 다니는 이슈메이커로 70회 칸 영화제를 홍보(?) 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것을 프랑스 영화계가 반발했고, 심사위원들은 개막식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수상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펼쳤다. 19일 오전 8시30분 프레스 스크리닝에서는 기술적인 문제로 상영이 중단, 10분만에 재개되는 해프닝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공개된 '옥자'에 대한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영국 가디언지가 일찌감치 별 다섯개 만점을 준 가운데, 로튼토마토 지수는 76%~80%대 사이를 유지 중이며, 아이온시네마 평점은 초반 3.2점, 전 세계 11개 매체의 평점을 집계한 스크린인터내셔널에서 2.3점(이하 4점 만점), 평론가 15명이 참여하는 르 필름 프랑세즈로부터 2.0점을 받았다.
프랑스가 사랑하는 감독 홍상수의 '그 후' 역시 평은 갈렸다. 하지만 평점은 '옥자' 보다 우위에 있다. 프랑스 카오스 레인즈는 '그 후'의 평점에 5점 만점 중 4.66을 부여했다. 평론가·기자로 구성된 평점 표에서 6명 중 무려 5명이 5점 만점을 뜻하는 '황금종려잎'을 선사한 것. 같은 사이트에서 '옥자'는 3.12점을 받았다. 스페인 투다스 라스 크리티카스 평점 역시 8점대를 넘어 놀라움을 자아냈다. '옥자'는 6.25점이다.
또 홍상수식 특유의 유머는 관객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다. 물론 아쉬운 평도 있다. 할리우드리포트는 '단골 소재들을 다르게 변주했을 뿐'이라고 적었으며, 로튼토마토 지수 첫 평은 '그 후'의 단점들을 나열한 것이 전부다.
# "마이 러버(My Lover)" 홍상수·김민희, 칸에서 사랑을 외치다
20일 칸 현지에 도착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해외 영화인들의 SNS를 통해 맞담배를 피우는 사진, 외신 인터뷰 중 서로를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진이 공개되며 이변없이 이슈의 중심에 섰다. '클레어의 카메라' 레드카펫 행사에서는 여주인공 이자벨 위페르를 배려하며 홍상수 감독 옆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던 김민희였지만 허리를 감은 채 극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두 사람의 끈끈한 사랑을 입증했다. '그 후' 포토콜·레드카펫 행사에서는 당당히 손깍지를 꼈다. 손가락에는 여전히 커플링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후' 기자회견에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서로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홍상수 감독은 "난 김민희를 사랑한다. 내 연인이자 사랑하는 사람이다. 큰 영감을 준다"고 말했고, 김민희는 "난 독특한 홍상수 방식이 마음에 든다. 존경하고 좋아하는 홍상수 감독과 작업해서 기쁘다. 반복적으로 작업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늘 새롭고 나를 자극시킨다. 계속 홍상수 감독과 작업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 "옥빈아!" 박찬욱·김옥빈 8년만의 칸 조우
'악녀' 역시 상영 후 4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10분간 이어진 액션 시퀀스와 CG처럼 보이는 김옥빈의 리얼 액션에 대한 반응이 특히 뜨거웠다는 평이다. 특히 '악녀' 스크리닝 행사에는 심사위원 박찬욱 감독이 자리해 김옥빈을 응원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09년 '박쥐'로 함께 칸 영화제를 찾았다.
김옥빈은 "감독님께서 너무 멋지다고 해주셨고, 느낌이 새로웠다. 예전에는 감독님이랑 같이 갔었는데, 이제는 멀리서 응원하는 모습이 아버지가 시집 보내는 모습으로 보고 계셔서 되게 찡했다"며 "외신 인터뷰를 했는데 기자 분들이 굉장히 호의적이더라."어떤 프랑스 외신 기자는 자신을 기억하냐며 '뱀파이어가 킬러가 돼 돌아왔다'고 해주셨다. '고생했다'고 '너무 잘했다'고 해주셔서 감동 받았다"고 고백했다.
# 악재ing '불한당' 변성현 감독 불참 확정
칸 영화제에 초청받은 한국 영화로 막차를 탄 '불한당' 팀은 23일 오후 출국했다. 하지만 변성현 감독은 최근 불거진 SNS 논란으로 최종 불참을 확정, 설경구·임시완·전혜진·김희원만 현지 일정을 소화한다. '불한당' 팀은 24일 오후 11시(현지시간) 레드카펫과 공식 스크리닝, 25일 낮 12시 포토콜 행사에 참석한다.
설경구는 이번 영화로 네 번째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됐고, 임시완은 아이돌 출신 배우 최초로 칸 영화제에 참석하는 연기돌 1호로 의미를 더한다. 또 전혜진은 앞서 칸 영화제를 방문했던 남편 이선균과 함께 부부 모두 칸 영화제에 초청받은 기록을 남기게 됐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김지석(57)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프로그래머가 칸 현지에서 일정을 소화하던 중 18일(현지시간) 오후 7시께 심장마비로 돌연 사망한 것.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은 영화제 기간 아시아 영화와 부산영화제에 관련된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