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추신수(32)는 FA(자유계약선수) 이적 후 첫 시즌, 그것도 전반기만 치렀다. 그런데 벌써부터 트레이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매체의 '일방적' 주장이긴 하지만 썩 기분좋은 일은 아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15일(한국시간) "올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에서 전반기 메이저리그 30개팀 가운데 최하위로 추락한 텍사스 레인저스가 주축 선수를 모두 파는 '파이어 세일(Fire Sale)'에 나서야 한다"며 "38승 57패라는 참담한 성적을 낸 텍사스가 팀을 살리기 위해서는 몸값이 비싼 선수를 모두 팔고 젊은 유망주에게 기회를 줘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가 언급한 몸값이 비싼 주축 선수에는 올 시즌을 앞두고 7년간 1억 3000만 달러에 계약한 추신수도 포함돼 있다. 추신수는 발목 부상의 여파로 전반기 타율 2할4푼2리에 그치며 부진했다. 현지에서도 고액 연봉자이면서, 부진에 빠진 추신수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ESPN은 추신수를 트레이드가 불확실한(In Limbo) 선수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 텍사스와 2020년까지 총액 1억 4400만 달러에 계약한 프린스 필더에 비해 트레이드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마땅한 지명타자가 없는 시애틀이 추신수의 잔여 연봉을 떠안는다면 트레이드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매체는 훌륭하지 않은 주루 능력과 왼손 투수에 약한 점 등을 거론하며 시애틀이 아닌 다른 구단과의 협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혹평도 더했다.
물론 텍사스가 당장 파이어 세일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파이어 세일은 보통 우승권 전력의 팀이 대형 계약으로 몸값이 높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뒤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할 때 쓰는 방법이다. 대형 영입의 실패를 인정하고, 고연봉·노장 선수들을 시장에 내놓는다. 대신 젊고 신선한 인물로 그 자리를 채운다. 선수 영입에 대한 책임 공방과 함께 숱한 비난을 감내해야하는 어려운 선택이지만, 반대로 팀의 체질을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보스턴이 파이어 세일의 효과를 본 대표적인 팀이다. 보스턴은 2012년 69승 93패로 지구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시즌 중 칼 크로포드, 애드리안 곤잘레스, 조시 베켓 등 고액 연봉자를 트레이드했고, 시즌 뒤에는 자니 곰스, 마이크 나폴리, 우에하라 고지 등 연봉이 비교적 저렴한 8명의 FA 선수들 영입했다. 보스턴은 이 선수들이 주축으로 자리잡으면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거뭐쥐게 됐다.
한편 ESPN은 텍사스에서 당장 이적이 가능한 선수(Movable)로 3루수 애드리안 벨트레, 외야수 알렉스 리오스, 마무리 요하킴 소리아 등을 꼽았다. 또 트레이드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선수(Here for the long haul)로 프린스 필더와 투수 맷 해리슨을 선정했다. 올 시즌 기대를 모았던 필더는 야구 선수로는 흔치 않은 목 디스크 수술로 시즌을 접었다. 이 매체는 두 선수가 팀의 골치거리지만, 팀에서 내보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평가했다.
김원 기자 raspos@joongang.co.kr